[예산 전쟁②]지역화폐·일자리 '충돌'…여야 갈등에 준예산 우려도
기사내용 요약
정부, 지역화폐 예산 삭감…"지자체서 지원해야"
민주당, 행안위 소위서 7050억여원 예산 되살려
안전예산 두고도 대립…정부 "예산 오히려 증가"
정부, 공공일자리 증액 시사…전향적으로 검토"
12월 말까지 여야 합의 불발시 '준예산' 가능성
[세종=뉴시스] 박영주 기자 = 윤석열 정부의 내년 살림살이를 결정할 '예산 국회'가 본격화된 가운데 지역화폐·공공일자리 예산을 두고 여야 간의 충돌이 예고됐다.
의석 과반을 차지한 야당은 '민생 예산'을 중심으로 증액을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와 여당은 재정건전성을 이유로 '긴축 재정'을 고수하고 있는 만큼 예산안 처리가 법정 기한을 넘어설 거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일각에서는 여야 간의 합의 불발로 '준예산'까지 편성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2일 정치권에 따르면 야당은 공공일자리, 지역화폐, 임대주택 등을 두고 송곳 심사를 예고했다. 김성환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임대주택 관련 예산이 5조6000억원 삭감됐고, 노일 일자리 예산도 삭감됐는데, 감액된 부분을 최대한 복원하겠다"며 "지역화폐 예산도 지역경제와 소상공인을 살리는 데 큰 도움이 되는 만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정부는 야당의 증액 움직임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이미 나랏빚이 1068조8000억원에 달할 정도로 재정이 악화된 만큼 허리띠를 졸라매고 재정 정상화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코로나19로 한시적으로 늘어난 사업을 정상화해야 한다는 판단도 깔렸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통령 선거 후보 시절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던 '지역사랑상품권' 예산을 전액 삭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역사랑상품권은 2018년 군산, 거제 등 고용위기지역 등에 한시적으로 국고를 지원했다가 2020년 코로나19 확산 이후 전국에 중앙정부 재원을 투입해왔다.
하지만 정부와 여당은 코로나19가 일상화됐을 뿐 아니라 지역사랑상품권 사업 성격상 앞으로는 지자체가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자체가 자율적으로 활용이 가능한 순세계잉여금은 매년 32조원 이상 발생하는 등 지방 재정 여력도 충분하다고 봤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 11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지역화폐는 기초자치단체별로 효과가 있다고 판단하면 지방교부세 등을 통해 지자체에서 지원하면 된다"며 "지방자치단체 재정 사정이 좋을수록 지역화폐를 확대하는 점 등을 볼 때 형평성 측면에서도 국가가 전면적으로 지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경기, 인천 등 재정 여건이 좋은 지자체들이 발행 규모를 늘려 정부 지원을 더 많이 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올해 전체 국고 지원 할인 비용 가운데 32.6%가 수도권에 배분됐고, 경기도(1266억원)는 강원도(214억원)의 5.9배, 제주(103억원)의 12.3배를 더 받았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지난 9일 열린 국회행정안전위원회 예산·결산기금심사소위원회에서 단독으로 정부와 여당이 반대한 지역사랑상품권 예산 7050억여원을 전액 되살렸다. 다만 지역사랑상품권 예산을 새롭게 편성하려면 정부 동의가 필수적인 만큼 향후 야당과 정부 간의 치열한 기싸움이 예상된다.
안전 예산을 두고도 정부와 야당의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민주당은 감염병 대응, 119 구급대 지원 및 구조장비 확충 등 내년도 안전 관련 예산이 올해보다 1조3000억원 줄었다고 주장했다. 종합부동산세·법인세 등 '부자 감세'를 줄여 6조~7조원을 확보해 이태원 참사 관련 안전 예산 증액에 활용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내년 재난 안전 예산(22조3169억원)이 올해(21조9160억원)보다 4009억원(1,8%) 증가했다고 반박했다. 지방이양, 완료 사업 등을 제외하면 전년보다 9065억원(4.2%) 늘었다는 것이다. 특히 행정안전부·소방처 소관인 공공질서·안전 분야 재난관리 부문 예산은 1조5839억원으로 전년보다 13.1% 증가했다고 강조했다.
고령자를 대상으로 한 공공일자리 예산은 정부가 한발 양보하는 모양새를 보였다. 애초 정부는 내년 공공일자리 사업을 올해(60만8000개)보다 6만1000개 적은 54만7000개로 줄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단순 노무 공공형 위주 일자리를 줄여 민간·사회서비스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구상이었다.
하지만 고령자를 위한 공공형 일자리 필요성이 지속해서 제기되자 관련 예산 증액을 시사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연로하신 분들 중심으로 단순 일자리를 기다리는 분이 많으신 것 같다"며 "그 목소리를 잘 경청하고 있기 때문에 국회 심사 과정에서 공공형 일자리를 늘리는 방안을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여기에 정부는 부동산 시장 불안에 대응하면서 대폭 증가한 임대주택 예산을 정상화하겠다고 밝혔다. 대신 앞으로 5년간 공공주택(임대+분양)을 100만 가구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예산안을 둘러싸고 민주당과 정부 여당 간의 입장이 엇갈리면서 헌정사상 처음으로 '준예산'이 편성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준예산은 내년도 예산안이 올해 회계연도 마지막 날인 12월31일까지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할 경우 전년도 예산에 준해 예상을 편성하는 제도를 말한다.
다만 정부는 예산안 처리 법정 기한인 12월2일까지 아직 시간이 있는데다가 이제 막 예산안 심사가 시작된 만큼 최대한 야당의 협조를 구하겠다는 방침이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준예산은 작년에 준해서 편성하는데 작년 본예산이 많았던 만큼 규모 측면에서는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윤석열 정부가 원하는 대로 지출은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gogogirl@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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