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선박관리업체 WSM 칼 슈 회장 “환경에 투자 안 하면 퇴출”
전 세계 해운업계는 두 과제를 앞에 두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의 금리인상에 따른 경기 침체에 대비해야 하고, 국제해사기구(IMO) 주도의 환경규제에도 대응해야 한다. 두 과제를 놓고 불황에 대비해 현금을 쌓고 있는 해운사가 있는 반면에 친환경 선박을 새로 건조하는데 투자를 아끼지 않는 해운사도 있다.
어떤 선택이 옳을지에 대해 세계 10대 선박관리업체인 윌헴슨쉽매니지먼트(Wilhelmsen Ship Management·WSM) 칼 슈(Carl Schou)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탄소감축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기 때문에 친환경 선박에 투자를 망설일 때가 아니다”라며 “앞으로 친환경 선박과 기존 선박의 운임 격차가 더 벌어지고 결국 친환경 선박에 투자하지 않은 회사는 시장에서 퇴출당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WSM은 전 세계에서 450척의 선박을 관리하고, 9200명의 선원을 공급하고 있다. 슈 CEO를 지난 10일 서울에서 만났다.
-선박관리업체는 어떤 일을 하는가.
“화물 영업을 제외한 선박과 관련된 모든 것을 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컨테이너선을 비롯해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과 자동차 운반선(RO-RO선), 벌크선(건화물선) 등의 기술 관리부터 검사, 자금 조달, 선원 훈련 및 관리까지 모두 담당하고 있다. WSM이 관리하는 한국 국적 선박은 60척, 한국인 선원은 600명 정도다. 한국 시장에서만 최근 5년간 50%가량 성장했다. 코로나19 전에는 한국을 1년에 2~3회 찾았다. 한국은 그만큼 핵심 시장이다.”
-선박관리업체 입장에서 코로나19 기간에 가장 어려웠던 일은 무엇인가.
“선원 교대 문제가 가장 심각했다. 각국이 봉쇄 조치를 하면서 입국 과정에서 격리 문제도 해결해야 했고, 선상에 있는 선원들이 집에 큰일이 생겨도 귀국하지 못했다. 코로나19가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에 접어들면서 상황이 개선되고 있지만, 여전히 일부 국가는 봉쇄 조치를 유지하고 있어 선원 관리를 가장 신경 쓰고 있다.”
-해운업계가 코로나19 파고를 넘었지만, IMO가 2023년부터 도입하는 환경규제라는 새로운 과제를 앞두고 있다.
“건조된 지 15년 이상인 선박이 많기 때문에 IMO의 환경 규제가 발효되면 영향이 적지 않을 것이다. 우선 선박의 운항 속도를 늦추는 방식으로 대응하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노후 선박을 중심으로 폐선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이후 친환경 선박들이 빈자리를 채울 것이다.”
IMO는 선박의 탄소배출량을 규제하는 현존선박에너지효율지수(EEXI)와 탄소집약도지수(CII)를 2023년부터 도입한다. 기준을 밑도는 선박은 운항이 어려워질 전망이다. 한국해양진흥공사가 국적선사 30곳의 선박을 조사한 결과 EEXI 대상 667척 가운데 48.1%가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고, CII 대상 579척 중 26.1%가 퇴출 대상인 D·E등급에 해당했다.
-한국 해운사들은 한진해운이 파산할 만큼 혹독한 불황을 겪었던 경험 때문에 대규모 투자를 망설이기도 한다.
“친환경 선박에 투자하지 않고, 탄소 감축이라는 거대한 흐름을 외면하는 해운사는 결국 도태될 것이다. 이미 시장에선 기존 선박보다 친환경 선박에 더 많은 운임을 지불한다. 운임 격차는 앞으로 더 벌어질 것이다. 또 전 세계 대기업들이 공급망 전반의 탄소배출량을 줄이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소비자도 사용하는 제품의 친환경성을 따진다. 해운사가 이런 흐름을 거스를 수 없다.”
-차세대 친환경 연료가 무엇이 될지 알 수 없어 해운사들이 선뜻 투자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전환기 연료로는 LNG가 대세로 자리 잡은 가운데 메탄올, 암모니아 수소 등 다양한 선택지가 있다. 어느 것이 정답이 될 것이라고 확답하기 어렵다. 메탄올도 많이 활용할 것이고, 비용 문제 등을 따져볼 때 수소도 중장기적으로 차세대 연료로 자리매김하리라고 본다. 윌헴슨그룹은 수소 관련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확실한 것은 해운업계가 탈탄소를 위해 반드시 협력해야 하고, 친환경 투자를 외면할 때가 아니라는 점이다.”
-정부의 정책적 지원에 대해선 어떻게 보나.
“탄소중립은 거대한 과제이기 때문에 정부가 주도적으로 이끌어가는 것이 맞는다. 민간에만 맡기면 속도도 느리고 전환 과정에서 낙오하는 해운사도 나올 것이다. 전기차처럼 정부가 친환경 선박 도입을 위한 보조금이나 금융지원 등 인센티브를 우선 제공하고, 성숙 단계에 진입한 뒤에 민간에 넘겨줘야 한다.”
-친환경 흐름에서 선박관리업체의 역할은 무엇인가.
“연료가 바뀌면 선박을 관리·운항하기 위한 많은 영역이 달라진다. 이에 맞춰 선원을 훈련해야 한다. 차세대 연료 도입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80만명에서 100만명이 새롭게 교육을 받아야 할 것으로 예상한다. WSM이 관리하는 선박 중에도 친환경 선박이 늘고 있어 새로운 교육 프로그램을 이미 도입했다. 디지털 전환도 맞물려 있다. 자율운항 선박들이 이미 노르웨이 연안에서 운항 중이다. 자율운항 선박을 관제할 인력도 교육할 계획이다.”
-WSM의 목표는 무엇인가.
“앞으로 5년 이내에 관리하는 선박 수를 60%가량 늘리겠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특히 LNG 선박을 관리한 경험도 많고, 전문적인 선원도 많이 있어 해운사들을 도울 수 있는 영역이 많다고 자신한다. 한국 해운업계와도 탈탄소 분야를 비롯한 다양한 영역에서 더 협업해나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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