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주담대 70∼90%, 고정금리 선택…커지는 변동금리 공포

신호경 2022. 11. 13.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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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축 체감 늘어난데다 변동금리보다 낮기까지
잔액 기준으로는 '시한폭탄' 변동금리 압도적…한은 금리 결정에도 '부담'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박대한 민선희 기자 = 최근 주요 시중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는 금융소비자 가운데 70% 이상이 변동금리가 아닌 고정금리를 선택하고 있다.

불과 수개월 전까지만 해도 '금리가 올라봐야 더 얼마나 오르겠냐'며 변동금리를 고집하는 대출자가 많았지만,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

미국과 한국의 금리 인상 기조가 당초 예상보다 오래 지속될 것이라는 '긴축 공포'가 커진데다, 은행들도 금리 상승기의 '시한폭탄' 격인 변동금리 비중을 줄이기 위해 고정금리를 의도적으로 낮춰 두 금리 간 격차를 크게 좁혔기 때문이다. 개별 은행에 따라서는 오히려 변동금리가 고정금리보다 더 높은 '역전 현상'도 속출하고 있다.

은행 주담대 70∼90%, 고정금리 선택…커지는 변동금리 공포 (서울=연합뉴스) 류효림 기자 = 2022.11.6 ryousanta@yna.co.kr

"고정금리 비중, 작년 말 20%에서 올해 10월 90%로"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의 지난달 신규 주택담보대출 가운데 약 90%가 고정금리를 조건으로 이뤄졌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작년 말의 경우 고정금리 비중이 20% 정도에 불과했는데, 최근 수개월 사이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이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NH농협은행 관계자도 "최근 실행되는 주택담보대출의 대부분은 고정금리"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신한은행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신한은행의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 비중은 9월 67%에 이르렀고, 지난달에는 70%를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변동>고정금리 역전…은행도 우대금리로 고정금리 유도

이처럼 고정금리 인기가 높아진 데는 금융소비자들의 '긴축 체감'뿐 아니라 변동금리와의 격차 축소도 큰 영향을 미쳤다.

일반적으로 장기물 채권과 연동된 고정금리는 미래 불확실성 탓에 변동금리보다 높은 경우가 많다.

지난해 4분기 이후 본격적 금리 상승기에 접어들었지만, 최근까지 고정금리가 외면받은 것도 꾸준히 변동금리를 0.5%포인트(p) 안팎 웃돌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11일 현재 KB·신한·하나·우리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코픽스 기준)는 연 5.180∼7.711%, 고정금리(은행채 5년물 기준)는 5.300∼7.273% 수준이다.

하단의 차이가 0.12%포인트에 불과하고, 상단은 오히려 변동금리가 0.438%포인트나 높다.

심지어 5대 은행 가운데 A은행의 경우, 변동금리의 상단(7.711%)과 하단(6.411%)이 모두 고정금리(7.273%·5.973%)를 넘어선 상태다.

한 은행 관계자는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의 경우 주로 매월 1회 바뀌는 코픽스에 따르고, 고정금리는 금융채 금리를 지표로 삼는다"며 "금융채 금리는 시장 상황에 따라 매일 바뀌는 반면, 코픽스는 한 달간 고정된 만큼 최근처럼 시장금리가 급격히 뛰는 경우 변동금리가 더 높은 역전 현상이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다만 내부 금리 정책 등에 따라 고정금리가 아직 0.2∼0.3%포인트 정도 더 높은 일부 은행에서는 아직 변동금리 비중이 더 큰 상황이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금리 상승기 대출자들의 이자 부담을 덜어주는 차원에서 금융당국도 고정금리 대출을 독려하고 있기 때문에, 은행들이 우대금리 등을 통해 고정금리를 낮춘 것도 주요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우리은행의 경우 고정금리 대출로 인정받는 5년 주기 변동금리에 지난 5월부터 특별 우대금리 연 0.6%포인트를 적용하고 있다.

하나은행도 고정금리 대출을 유도하기 위해 고정금리를 추가 우대금리만큼 깎아주고, 신한은행은 이례적으로 고정금리 조건부(금융채 2년물 지표금리) 전세대출 상품까지 내놓고 지난 9월 일괄적으로 고정금리를 0.3%포인트씩 낮췄다.

[그래픽]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 비중 현황 (서울=연합뉴스) 김영은 기자 = 0eun@yna.co.kr 트위터 @yonhap_graphics 페이스북 tuney.kr/LeYN1

금리상한형 주담대도 급증…이달 5대은행 1천억원 넘을 듯

최근 금리상한형 주택담보대출 신청이 늘어나는 것도 그만큼 향후 추가 금리 인상과 통화 긴축의 위험을 절감하는 금융소비자가 많아졌다는 뜻이다.

이 특약 대출 상품은 간단히 말해 은행이 평소 약간의 이자를 더 받고(가산금리), 일정 수준 이상으로는 금리가 높아지지 않도록 '상한(캡)'을 적용해주는 구조다.

은행들이 지난해 7월 금리가 상승기에 접어들자 금융당국의 권고로 일제히 선보였지만, 수요가 거의 없어 결국 올해 7월 혜택을 늘렸다.

금리 상승 제한 폭을 기존 연 0.75%포인트에서 최소 0.45%포인트까지 줄이고, 가입 비용 성격의 가산금리(0.15∼0.2%포인트)도 한시적으로 면제했다.

5대 시중은행(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은 지난달 모두 259건, 570억원어치의 금리상한형 주택담보대출을 판매했다.

올해 6월까지 거의 '개점 휴업' 상태였던 것과 대조적이고, 앞서 9월(187건·387억원)보다도 금액이 47%나 늘었다.

이달 들어 11일까지도 이미 357억원(167건)어치가 팔려 월 판매 규모가 1천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잔액기준 고정금리 21.5%, 8년5개월내 최저…금리상한 '보험'도 1만명에 5명뿐

이처럼 최근 대출자들의 금리 선택 행태가 뚜렷하게 바뀐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기존 대출을 포함한 전체 가계대출 기준으로는 여전히 변동금리 조건 대출이 지나치게 많은 상태다.

한은 통계에 따르면 지난 9월 현재 예금은행 가계대출 잔액 가운데 21.5%만 고정금리를 따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고정금리 비중이 2014년 4월(23.8%) 이후 8년 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5대 시중은행의 금리상한형 주택담보대출 판매액(작년 7월 출시 이후)은 모두 2천598억원(1천202건) 정도다.

최근 늘고 있다고 해도, 5대 은행 전체 변동금리 가계대출 규모인 520조2천356억원(10월말 기준 잔액 693조6천475억원×변동금리 비중 약 75%)의 약 0.05%에 불과하다.

앞으로 금리가 더 오를 것에 대비해 자신의 금리가 일정 폭 이상으로 뛰지 못하게 막아두는 '보험'격의 장치를 마련해둔 사람이 보험 가입 대상자 1만명 가운데 5명뿐이라는 얘기다.

서민·실소유자가 보유한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을 최저 연 3.7%의 장기·고정금리로 바꿔주는 우대형 안심전환대출 역시 최근 문턱을 다소 낮췄지만 여전히 크게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한국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지난 10일까지 우대형 안심전환대출 누적 신청액은 5조5천119억원(4만8천67건)으로 집계됐다. 누적 대출 신청액은 전체 안심전환대출 공급 규모(25조원)의 약 22% 수준이다.

한은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변동금리 비중이 큰 것은 기준금리 결정 과정에서도 당연히 고려되는 특성"이라며 "기준금리 인상으로 영향을 받는 대출자와 대출잔액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앞서 6월 기준금리 인상 폭에 대한 질문에 "우리나라의 경우 변동금리부 채권이 많기 때문에, 가계 이자 부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금통위원들과 적절한 조합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라며 과도한 변동금리 비중에 대한 걱정을 내비친 바 있다.

지난달 12일 두 번째 빅 스텝을 단행한 뒤에도 같은 맥락에서 "한국의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은 미국의 0.75%포인트 인상과 같은 충격"이라고도 했다.

shk999@yna.co.kr, pdhis959@yna.co.kr, ss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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