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대 성장 전망에도 훨훨 나는 고용지표…실업률 최저 이유는

세종=김민정 기자 2022. 11. 13.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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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위기’ 수준 경제 상황에도…완전고용 가까워
‘코로나’ 회복세 힘입어 실업률 역대 최저치 기록
‘단기·질 낮은 일자리’로 이끈 고용 호조세
내년에는 고용지표도 ‘우울’…침체 돌입하나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SCC) 에서 열린 '2022년 세종 청년취업박람회'를 찾은 청년 구직자들이 구인 광고를 내걸은 회사들을 꼼꼼히 살펴보고 있다. /뉴스1

최근 국내·외 주요 연구기관들이 전망한 내년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치 평균이 1%대까지 떨어진 가운데 고용 지표는 호조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실업률은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해 통계상으로는 ‘완전 고용’에 가까운 상황이다.

그러나 지표를 뜯어보면 허울만 좋을 뿐 실상은 암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고용된 사람들이 새 직장을 찾는 ‘질 낮은 일자리’가 많기 때문이다. 고용지표 호조세를 이끌어가는 것도 단기 일자리가 대부분이다. 게다가 물가 인상 속도를 임금이 따라가지 못하며 실질임금은 5개월째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경기 수원시의 한 대학 취업게시판 모습. /뉴스1

◇ 실업률 역대 최저치 기록하는데…경제성장률은 ‘대형 위기’ 수준

13일 통계청이 발표한 ‘10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2841만 8000명으로 전년동월대비 67만7000명 증가했다. 취업자 수는 지난해 3월 이후 20개월째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같은 달 기준으로는 1999년 10월(96만6000명) 이후 23년 만에 최대 증가 폭을 기록했다.

고용률은 전년동월대비 1.3%포인트 상승한 62.7%로 1982년 7월 월간통계 작성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특히 실업률(2.4%)은 역대 최저 수준이다. 실업률은 1999년 6월 관련 통계 집계 이래 동월 기준 가장 낮게 나타났다. 실업률은 4개월 연속 2%대 실업률을 유지하며 사실상 완전고용에 가까운 상태다. 실업자 수는 19개월 연속 감소하고 있다.

이 같은 고용 호조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당장 내년부터 경제성장률은 바닥을 향해 치닫고 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022년 하반기 경제전망’을 통해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을 1.8%로 제시했다. 지난 5월 전망치 2.3%보다도 0.5%포인트(p) 낮춘 수치다. 민간 연구기관에서는 앞서 1%대 전망을 했다. 한국금융연구원은 1.7%,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1.8% 경제성장률을 전망했다.

경제성장률이 2%에도 못 미쳤을 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발생한 2020년과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2009년, IMF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이다. 내년 경제 상황이 ‘대형 위기’에 버금가는 수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중장년 일자리 희망센터에서 상담을 받는 모습. /뉴스1

◇ ‘질 낮은 일자리’로 치솟은 고용률…내년 전망은 더 ‘암울’

경제가 침체할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라 나오는 가운데 고용 지표만 호조세를 보이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암울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고물가가 이어지는 가운데 임금 인상률은 물가 상승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물가를 반영한 실질임금은 5개월째 마이너스를 기록 중이다.

게다가 실업률이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지만, 이미 고용된 사람들이 새 일자리를 찾아 떠나면서 ‘질 낮은 일자리’가 대부분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예를 들어 코로나19로 인해 택시 등의 대면 서비스업에 종사하던 근로자가 비대면 서비스업인 택배나 배달로 직종을 바꾸며 임금 인상 없이 일자리를 옮겼다는 것이다. 한국의 실업률이 역대 최저치를 기록한 것은 코로나19 확산기에 쪼그라들었던 대면 서비스업이 회복하면서 발생하는 일시적인 현상으로 풀이된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19로 인해 새로운 업종으로 이동하는 경우 경력에 대해 인정받지 못하면서 임금이 깎이는 흐름”이라며 “방역 완화로 대면 서비스업 일자리가 늘어나며 지원자가 몰리니 임금을 올려줄 필요가 없는 셈”이라고 말했다.

서울 중구 명동거리의 한 식당 입간판에 구인광고 안내문이 붙어있다. /뉴스1

고용지표가 호조세를 기록하는 이유는 ‘단기간’ 일자리 때문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주 36시간 미만 취업자 수는 1429만9000명으로 전년 같은 달보다 345만9000명(31.9%) 늘었다. 10월 기준 1982년 7월 통계작성 이래 최대 규모다. 반면 주 36시간 이상 취업자 수는 1373만2000명으로 1년 전보다 279만4000명(16.9%) 감소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노동 공급 자체가 시간상의 경직성 등으로 제한되고 있다”면서 “이 때문에 고용 지표는 양호하게 이어지지만, 국민이 체감하는 소득이나 경제 상황은 좋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내년에는 고용지표도 침체에 빠질 전망이다. 고용 지표는 경기 변화에 뒤늦게 반응하기 때문에 경기 침체는 추후 고용 시장에 하방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KDI는 취업자 수 증가 폭이 올해 79만1000명에서 내년에는 8만4000명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도 지난 6월 취업자 수 증가 폭을 올해 60만명에서 내년 15만명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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