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미사일, 한국은 전투기…한반도 제공권 장악법이 보인다 [박수찬의 軍]
전투기가 처음 전장에 모습을 드러냈던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전쟁에서 제공권 장악의 중요성은 갈수록 더해지고 있다.
한반도도 마찬가지다. 1953년 휴전 직후 남북은 제공권 장악을 위해 공군력 증강을 꾸준히 시도했다.
1991년 소련 해체는 북한 공군력 유지에 치명적 영향을 미쳤다. 탄도미사일이나 전차, 고속정 등은 자체 제작이 가능했지만, 공군이 필요로 하는 무기는 자체 생산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 경제 사정이 나아지면서 이를 개선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됐다.
2010년 10월 공개된 KN-06 지대공미사일은 북한의 노력이 공개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결과물이다.
러시아 S-300 지대공미사일 초기형과 유사한 KN-06는 이동식 발사대에서 콜드 론치(cold launch) 방식으로 발사, 일정 높이에서 점화돼 목표물을 향해 비행한다.
S-300 초기형의 사거리가 90㎞로 평가되는데, KN-06는 이보다 긴 150㎞로 추정되고 있다. 북한이 기존에 보유했던 러시아산 SA-2보다 사거리가 3배 이상 늘어났다.
당시 공개된 사진에는 부스터가 장착된 2단 구조였다. 이에 따라 사거리도 기존보다 크게 늘어났을 것으로 보인다. KN-06가 SA-2를 대체한다면, 개량형은 사거리가 최대 300㎞에 달하는 SA-5의 역할을 대신 맡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지대공미사일은 이동과 전개에 제약이 있고, 방어적 성격이 강한 무기다. 제공권 장악을 위해선 전투기의 성능과 위력을 높여야 한다.
문제는 북한이 해외에서 신형 기종을 도입할 수 없다는 것이다. 북한이 현대식 공대공미사일을 자체 개발, 실전배치를 시도할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북한이 지난달 8일 전투기를 대거 동원한 공중무력시위를 실시하면서 “신형 공중무기체계들의 시험발사를 통하여 신뢰성을 검증하였다”고 밝힌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북한은 이미 공대공미사일 개발을 시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북한전문매체 38노스는 최근 북한 공군 관련 보고서에서 “지난해 10월 노동당 창건 76주년 국방발전전람회에서 최첨단 단거리 공대공미사일인 영국 아스람(ASRAAM)과 중국 PL-10을 닮은 외형의 적외선 유도 공대공미사일, 가시거리 밖에서 운용하는 중거리 공대공미사일(BVRAAM)로 추정되는 무기가 포착됐다”고 밝혔다.
미그-21은 가시거리를 넘는 미사일이 없고, 미그-23은 사용이 매우 제한적이다.
하지만 중국 PL-10처럼 사거리가 20㎞에 이르고 대전자전 능력과 기동성이 우수한 단거리 미사일을 만든다면, 휴전선 일대에서 미그-21, 23도 한국 공군과 교전할 능력을 얻을 수 있다. 단거리 공대공미사일 등을 새롭게 확보, 미그-21, 23, 29의 전투력을 높일 필요성은 충분한 셈이다.
KN-06 개발에 쓰인 기술을 활용하고, 전자 분야의 기술을 더하면 미그-21처럼 구형 전투기도 항공기의 기수를 적기에 향하지 않고도 상당한 거리를 둔 채 공중전을 벌이는 공대공미사일을 만들 수 있다. 북한 공군력이 위협적 수준까지 증강되는 셈이다.
현재 북한은 현재 KN-06를 비롯한 신형 지대공미사일 체계와 함께 레이더 방공부대를 전국에 배치했다.
자동화방공지휘통제체계를 구축해 종합적인 방공전을 수행할 역량을 갖췄다. 초대형방사포와 단거리탄도미사일로 한국 공군기지를 타격할 능력도 확보했다.
한국은 지속적으로 신형 기종을 도입하면서 공군력을 키워왔다. KF-16 130여대, F-15K 60대, F-35A 40대를 실전배치해 북한 공군에 대한 질적 우위를 확보했다.
군 당국이 약 4조원을 투입해 F-35A 20대를 추가도입하면, 이같은 우위는 더욱 굳어질 가능성이 크다. 2030년대부터 순차적으로 배치될 KF-21 120대는 노후 F-4, F-5를 대체할 예정이다. 4세대 이상의 전투기들이 핵심 전력을 구성하게 되는 셈이다.
하지만 북한이 신형 공대공미사일을 만들면 한국 공군의 질적 우위도 위협받을 가능성이 있다.
다만 2030년대 실전배치될 KF-21이 미티어 미사일을 장착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 요소다.
영국 MBDA가 개발한 미티어는 최대 사거리가 200㎞ 이상이다. 탑재된 램제트 엔진은 목표에 다가갈수록 속도를 높여 먼 거리에서 쏴도 마하 4.5에 이르는 속도로 적기를 타격한다.
적기는 미사일을 회피할 시간적 여유가 매우 적다. 미사일 발사 직후 조종사가 표적을 재설정할 수도 있다.
사거리는 AIM-120보다 2배 이상인 300㎞가 넘고, 속도는 마하 5에 달한다. 미 공군은 F-22와 F-35A, 미 해군은 F/A-18과 F-35C에 탑재할 예정이다. 미군이 운용하게 되면, 한국군도 도입이 가능할 전망이다.
단거리 공대공미사일은 논란이 있다. F-35A, F-15K, KF-16 등은 AIM-9X를 사용하지만 FA-50은 구형인 AIM-9L을 장착한다. KF-21은 독일산 IRIS-T를 쓴다.
1980년대 도입됐던 AIM-9L은 사거리가 7㎞에 불과하다. 북한 공군이 PL-10과 유사한 미사일을 개발한다면, FA-50은 레이더로 적기를 먼저 포착하고도 선제공격을 할 수 없다.
KF-21에 탑재되는 IRIS-T는 사거리가 25㎞로 전자전 대응 능력 등이 높아졌다는 평가다. 하지만 AIM-9L을 대체하는 개념이고, 그리펜 등 4세대 전투기에만 쓰인다.
아스람은 마하 3 이상의 속도로 최대 50㎞를 비행한다. 적외선 영상 추적방식 탐색기를 사용해 기만책에도 효과적으로 대응한다.
미사일 발사 전 적기에 대한 정보를 데이터링크로 입력한다. 미사일은 발사 직후 적기의 예상 위치로 비행하다가 적기 근처에 도달하면 탐색기로 추적한다. 발사 직후 180도로 유턴해 뒤따라오던 적기를 공격하는 것도 가능하다.
현재 한국은 공군력에서 북한보다 우위에 있다는 평가가 많다. 한미가 연합공중훈련을 실시, 무력시위를 벌이는 것도 이같은 자신감이 깔려 있다.
하지만 북한이 미사일 개발을 시도하며 맞서는 조짐이 보이는 상황에서 항공무장을 강화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전투기 도입도 중요하지만, 효율적인 전력증강을 추진하는 차원에서 최신 공대공미사일을 포함한 항공무장 도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어 군 당국의 정책 결정에 관심이 쏠린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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