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경제 성장률 전망, 기재부도 1%대로 낮추나… “소비 회복세 둔화 주목하고 있어”
당초 2.5% 제시했던 정부도 하향 조정 가능성 커
‘핼러윈 참사’ 등 그나마 선방했던 소비도 흔들려
올해도 얼마 남지 않은 가운데 2023년 경제정책의 큰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정부가 고심에 빠졌다. 최근 국내외 주요 경제기관이 우리나라의 내년 성장률을 잠재성장률(2%)보다 낮은 1%대로 제시해서다. 외부 기관과 비교해 정부는 다음 연도 경제 성장률을 좀 더 낙관적으로 내다보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현재 대내외 경제 여건은 희망적인 수치를 내놓기엔 위험 요인이 너무 많은 상태다. 많은 전문가가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세계 경제가 고군분투할 것으로 전망한다.
정부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기조와 주요국 경기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내부적으로는 수출 둔화 흐름을 지켜보고 있다. 특히 정부는 아직 양호한 국내 소비 지표가 올해 남은 기간 어떻게 움직일지 유심히 관찰하고 있다. 지난달 소비자심리지수가 하락하는 등 경제 심리가 위축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수출 부진이 당분간 이어질 수밖에 없는 환경에서 소비마저 무너지면 정부로서도 내년 경제 성장률 예측치를 낙관적으로 내놓기 어렵다.
◇ KDI 이어 한은도 1%대 성장률 제시할 듯
13일 정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은 현재 2023년 경제정책방향을 본격적으로 수립하기에 앞서 여러 기관이 내놓는 내년 경제전망 내용을 면밀히 파악하고 있다. 이 중 정부가 주목하는 부분은 성장률이다. 최근 들어 글로벌 경기 둔화와 수출 악화, 금리 인상 등을 이유로 1%대 성장률을 제시한 기관이 부쩍 늘어서다. 그간 정부는 내년도 경제 성장률을 잠재성장률을 웃도는 2.5%로 전망해왔다.
지난 10일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022년 하반기 경제전망’을 통해 우리나라의 내년 경제 성장률을 1.8%로 내다봤다. KDI가 매년 하반기에 발표하는 경제전망에서 다음 연도 성장률을 1%대로 제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KDI뿐 아니라 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1.9%)와 한국금융연구원(1.7%), 하나금융경영연구소(1.8%), 대신증권(1.6%) 등도 1%대의 낮은 성장률을 내놓았다.
한국은행 역시 이달 24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발표하는 ‘11월 경제전망’을 통해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1%에서 하향 조정할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지난달 기준금리를 0.5%포인트(p) 인상하면서 “향후 국내 경제는 글로벌 경기 둔화와 금리 상승 등의 영향으로 성장세가 점차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올해 성장률은 지난 8월 전망치(2.6%)에 대체로 부합하겠지만, 내년은 지난 전망치(2.1%)를 하회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정부 안팎에선 한은이 성장률을 1.9~2.0% 가량으로 낮출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분위기가 이렇다 보니 정부도 내년 성장률을 기존 전망치(2.5%)에서 얼마나 조정해야 할지 고민에 빠진 것이다. 기재부는 11일 발표한 ‘2022년 10월 최근 경제동향(그린북)’에서 “높은 수준의 물가가 지속하고 경제 심리도 영향을 받는 가운데 수출이 부진한 모습을 보이는 등 경기 둔화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내년에 경기가 ‘상저하고(上低下高)’의 흐름을 나타낼 것이란 관측이 많다”며 “각종 지표를 좀 더 살핀 다음 정부 공식 입장(2023년 경제 성장률)을 정리할 것”이라고 했다.
◇ 소비마저 둔화 조짐…고심 깊어지는 정부
정부는 내년 성장률 전망치 확정에 반영할 여러 변수 가운데 하나로 소비 지표를 주목하고 있다. 미 연준의 공격적인 긴축 행보와 각국의 통화 가치 방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우리 수출 경쟁력 약화, 고물가·고금리 등의 악재 속에서 유일하게 국내 경제 체력을 지탱해준 존재가 소비이기 때문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여태껏 소비는 양호한 지표를 보였는데, 회복세가 점점 꺾이고 있어 주목 중”이라고 했다.
지난달 소비자심리지수는 전월 대비 2.6p 하락한 88.8을 기록했다. 이승한 기재부 경제분석과장은 “소비자심리지수는 물가와 부동산·주식 등 자산시장의 영향을 크게 받는데, 최근 이들 지표 모두 좋지 않은 방향으로 작동한 게 소비자 심리의 전반적인 약세로 나타났다”고 진단했다. 지난 6일 서울연구원이 내놓은 ‘2022년 3분기 서울지역 민생경제 체감경기 진단 보고서’에 따르면, 체감경기를 나타내는 소비자태도지수는 올해 3분기 기준 90.7로 전 분기(101.2) 대비 급락했다. 3분기 현재소비자지출지수도 112.3으로 전 분기(116.3)보다 4.0p 하락했다.
지난달 말 발생한 ‘이태원 참사’가 소비 심리를 더 움츠러들게 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 과장은 “(참사 이후) 핼러윈 마케팅뿐 아니라 빼빼로데이·수능 등과 관련한 마케팅도 전반적으로 취소되거나 규모가 줄었다”며 “회식, 월드컵 거리 응원 등을 자제하는 상황인 만큼 이태원 사고가 어느 정도 소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성과급 더 줘’ 현대트랜시스 노조 파업에… 협력사 “우린 생계문제”
- [트럼프 귀환] 잘나가던 TSMC, ‘안티 대만’ 트럼프 당선에도 건재할까
- ‘김건희’ 점철된 140분… 尹 고개 숙였지만 특검 거부
- SK하이닉스 반도체 기술 빼돌린 중국 직원 징역 1년 6개월
- [트럼프 귀환] 트럼프 당선에 다시 주목받는 대우건설과의 인연
- [투자노트] 美민주당원들이 “트럼프가 오바마보다 낫다”고 한 한가지
- [트럼프 귀환] “올 것이 왔다”… 셈법 복잡해진 재계
- ‘요아정·명륜진사갈비 이어 매드포갈릭까지’... 외식업계, 잇단 손바뀜에 요동
- 촉각으로 세상 본다… 시각 대체할 웨어러블 기기 개발
- ‘전기차 1위’ 中 BYD, 이달 국내 상륙… 현대차, 안방 사수 비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