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차이나] 시진핑 눈치보느라…시작한지도 모르게 끝나 버린 中 ‘11.11’ 쇼핑 축제
시진핑 ‘공동부유’ 압박·경제 침체에 ‘흥청망청’ 분위기 사라져

중국 최대 온라인 쇼핑 행사인 11월 11일 ‘솽스이(雙十一·쌍십일·더블 일레븐)가 올해는 언제 시작했는지도 모르게 끝나 버렸다. 2009년 솽스이 행사를 탄생시킨 중국 최대 온라인 쇼핑 기업 알리바바그룹은 저장성 항저우시 본사로 아이돌 그룹 등을 불러 열던 화려한 전야 행사도 올해는 하지 않았다. 한때 광군제(싱글스 데이)로도 불린 솽스이는 미국 연말 할인 쇼핑 시즌인 블랙 프라이데이(11월 넷째 주 추수감사절 다음 날)와 사이버 먼데이를 압도하며 세계 최대 규모 온라인 쇼핑 축제로 자리잡았다. 솽스이 기간 알리바바를 비롯해 징둥, 핀둬둬 등 중국 온라인 쇼핑 플랫폼에서 팔린 매출 수치는 중국 소비력과 경제 상태를 보여주는 바로미터 역할을 했다. 기업들은 솽스이를 앞두고 거리 곳곳 전광판에 광고를 하고 쇼핑 앱에서 경쟁적으로 할인 쿠폰을 뿌리곤 했다.
그러나 올해는 분위기가 확 가라앉았다. 이맘때쯤 중국 소셜미디어를 점령했던 솽스이 관련 검색어나 브랜드 이벤트 소식이 사라졌다. 주변에서도 솽스이 때 무슨무슨 제품을 사겠다는 얘기가 확연히 줄었다. 올해 솽스이 행사를 하긴 한 거냐고 말하는 중국인도 있다. 무엇보다도 지난달 중국공산당 총서기직 3연임을 확정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부의 불평등을 없애겠다며 공동부유(共同富裕·모두 함께 잘살기) 정책을 명분으로 빅테크(거대 기술 기업) 규제를 더 세게 하면서, 기업들이 몸을 낮췄다는 해석이 나온다. 코로나 확산과 고강도 방역, 부동산 시장 침체 등으로 중국 경제가 나빠지면서, 소비자들이 지출 자체를 줄이는 추세도 축제 열기가 식은 이유로 꼽힌다.

올해 알리바바는 예년과 달리 솽스이 시즌 전체 거래액(GMV)을 공개하지 않았다. 알리바바가 2009년 첫 행사를 연 후로 매년 대대적으로 홍보했던 총 거래액을 발표하지 않은 것은 14회째인 올해가 처음이다. 2020년에만 해도 중국 국내외 미디어를 항저우 본사로 초청해 대형 전광판에 시간대별로 총 판매액을 실시간 공개했다. 코로나 사태 전인 2019년 11월엔 미국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가 상하이에서 축하 공연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0년 10월 알리바바 공동 창업자 마윈이 중국 금융 시스템을 공개 비판한 후 중국 당국이 마윈과 알리바바를 상대로 응징에 나서면서, 알리바바는 궁지에 몰렸고 지난해부터 행사 규모를 대폭 축소했다.
알리바바는 11일 “경제·코로나 관련 역풍에도 올해 18일간 판매액이 지난해 수준과 비슷했다”고만 밝혔다. 2021년 알리바바의 11.11 시즌 GMV는 5403억 위안(약 100조 원)으로, 역대 최대 금액을 기록했다. 그러나 당시 전년 대비 증가율은 8.5%로 역대 최저 증가율을 기록했다. 알리바바는 2009년부터 2019년까진 11월 11일 단 하루만 행사를 진행했다. 2020년부터 할인 행사 기간을 열흘 이상으로 늘렸다. GMV는 티몰(톈마오), 티몰 글로벌(해외 브랜드 전용), 타오바오, 알리페이, 알리 익스프레스, 허마셴성, 플리기, 타오퍄오퍄오, 다마이, 라자다, 카올라 등 알리바바 산하 온라인 쇼핑 플랫폼에서 알리바바의 모바일 결제 서비스 알리페이(즈푸바오)로 결제된 주문의 총금액을 말한다.

올해 알리바바의 11.11 행사는 10월 24일 오후 8시 사전 판매가 시작됐고, 정식 판매는 10월 31일 오후 8시부터 11월 10일 오후 11시 59분까지 진행됐다. 알리바바는 올해 행사에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29만 개 브랜드가 참여했으며, 10억 명 이상 중국 소비자가 구매했다고 밝혔다. 정식 판매 기간 2만5343개 브랜드의 판매액이 100만 위안(약 1억8600만 원)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뷰티, 전자제품 같은 기존 인기 품목과 반려동물 용품, 아웃도어 스포츠 용품, 캠핑 용품 등 최근 찾는 사람이 부쩍 많아진 품목이 많이 팔렸다고만 밝혔다.
알리바바의 경쟁사인 징둥 역시 전체 GMV를 공개하지 않았다. 아이폰 제조사 애플의 제품 판매액이 또 100억 위안(약 1조8600억 원)을 돌파했다거나, 에스티로더·로레알·록시땅 등 외국 87개 뷰티 브랜드의 판매액이 10분 만에 지난해 판매액의 세 배를 넘어섰다는 정도만 발표했다. 이커머스 사업을 키우고 있는 더우인(틱톡의 중국 버전)·콰이서우 등 숏비디오(짧은 영상) 플랫폼도 조용한 편이었다.

중국 우정국은 중국 택배 물류 기업들이 11월 11일 하루 5억5200만 개의 택배를 처리했다고 밝혔다. 평소 일평균 택배 처리량의 1.8배에 해당하는 수치라고 한다. 11월 1~11일 총 택배 처리량은 42억7000만 개였다. 하루 3억8818만 개 꼴이다. 중국 우정국은 지난해 11월 1~16일 택배 수거량은 68억 개, 배송량은 63억 개였다고 밝혔다. 지난해와 올해 동일 기간 비교는 어렵지만, 일일 처리량으로 따지면 지난해가 하루 4억 2500만 개(수거량 기준), 올해가 3억8818만 개로, 지난해가 더 많았다.
솽스이 판매를 주도하던 중국 유명 라이브 커머스(온라인 쇼핑 생방송) 진행자들이 사라진 것도 소비가 주춤했던 원인으로 꼽힌다. 라이브 스트리밍은 그동안 중국 이커머스 시장의 폭발적 성장에 큰 역할을 했다. 중국에선 소비자가 매일 스마트폰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진행자의 쇼핑 방송을 보다가 곧바로 구매를 클릭하는 게 일상이다.
중국 라이브스트리밍 퀸 웨이야(Viya·薇娅·37) 퇴출이 결정적이었다. 웨이야는 지난해 솽스이 행사 첫 판매일이었던 10월 20일 알리바바의 핵심 쇼핑 플랫폼인 타오바오에서 생방송 14시간 동안 85억 위안(약 1조5800억 원)어치의 물건을 팔았다. 그해 11월 10일과 11일 타오바오에서 진행한 생방송은 각각 1억 명 넘게 시청했다. 그해 솽스이가 끝나고 한 달쯤 후 웨이야는 탈세 발각으로 13억4000만 위안(약 2500억 원)의 벌금을 부과 받았다. 항저우 세무국은 웨이야가 2019~2020년 소득 은닉 등을 통해 6억4300만 위안(약 1200억 원)을 탈세했다고 밝혔다. 이후 웨이야는 1년 가까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으며 올해 솽스이 행사에도 참여하지 않았다.

웨이야와 쌍벽을 이룬 리자치(李佳琦)도 당국 눈밖에 났다가 겨우 복귀했다. 리자치는 올해 톈안먼(천안문) 민주화 시위 33주년 하루 전인 6월 3일 라이브 스트리밍 중 탱크 모양의 작은 아이스크림 케이크를 등장시켰다가 방송 중단을 당했다. 탱크 아이스크림이 1989년 베이징 톈안먼 민주화 시위 유혈 진압을 떠올리게 한다는 이유로 당국이 생방송을 즉각 중단시켰다는 관측이 나왔다. 리자치는 3개월간 라이브 스트리밍 방송을 못하다가 올해 9월에야 다시 나타났다. 현재 타오바오 라이브 쇼에서 리자치 팔로어는 7177만 명에 달한다.
중국 관영 매체들은 2년 전만 해도 “코로나 방역에 억눌렸던 중국인의 강한 소비 잠재력이 마침내 폭발했다”며 솽스이를 띄웠지만, 이젠 톤을 바꿨다. 중국 애국주의 매체 환구시보는 “한때 솽스이 축제 기간 할인 시작을 알리는 카운트다운 행사와 대형 전야 쇼가 열리고 소비자들은 신용카드 한도를 다 써 버렸으나, 올해 솽스이는 더 절제되고 이성적으로 치러졌다”며 “중국 소비 부문이 무분별한 성장기에 작별을 고하고 품질 중시와 같은 새 단계로 업그레이드되고 있다는 의미”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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