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 시대의 고객]③ 성범죄·NFT 해킹... ‘다크버스’ 막으려면, 사용자 보호 장치 마련해야

김은영 기자 2022. 11. 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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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페토·메타, 아바타 성범죄 논란... 해킹·도난 가상자산도 증가세
메타버스, 개인정보 탈취·중독·계층간 정보 격차 등 위험성 동반
부작용 방지 위한 사회적 논의와 제도 마련 시급
과기부 ‘메타버스 윤리원칙’ 마련... 국회 관련 법안 3건 발의
오픈씨(OpenSea) 홈페이지.

2020년 5월 메타버스 게임 플랫폼 로블록스에서 이용자 1억 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로블록스의 내부 시스템 접근권을 빼낸 해커는 일부 이용자의 계정을 접속해 아이템을 팔았다.

지난 1월 세계 최대 대체불가토큰(NFT) 플랫폼 오픈씨(OpenSea)는 해커로부터 75만 달러(약 10억원) 상당의 NFT를 도난당했다. 2월에도 해킹으로 170만달러(약 22억원) 규모의 피해를 입었다.

메타버스는 거대한 잠재력만큼이나 불확실성과 위험성을 동반한다. 성장 초기 단계 시스템의 미성숙함을 노리고 개인정보와 가상자산 등을 탈취하려는 움직임은 물론, 메타버스 사용자 다수가 청소년임을 노린 성범죄 등 각종 사회 문제가 야기되는 양상이다.

메타버스의 부작용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사회적 논의와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개인정보·가상자본 탈취하는 무법자들

메타버스 플랫폼들은 안정적인 실감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인터넷 시대보다 더 많은 개인정보를 수집한다.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단말기만 해도 카메라, 마이크, 표정 인식 센서 등이 달려 있어 사용자의 위치와 이미지, 행동 습관 등을 수집할 수 있다.

문제는 기술과 서비스, 금융이 융합되는 과정을 제도가 따라가지 못하다 보니 다양한 부작용에 노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개인 계정을 해킹해 가상자산을 빼내 금전적 피해를 주거나, 시스템을 해킹해 가상자산을 불법 복제하고 이용자의 신원 정보를 조작, 불법 거래에 악용하는 식이다.

메타버스 상에서 범죄를 공모하고 실행하는 다크버스(Darkverse)도 등장했다.

그래픽=손민균

탈중앙화된 시스템을 기반으로 참여자 간 거래에 신뢰를 부여하는 블록체인 기반의 가상자산은 안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익명성과 비밀성이 보장되다 보니 자금 세탁이나 테러자금 조달 등의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블록체인 데이터 분석 기업 체이널리시스에 따르면 올해 7월까지 해킹을 통해 도난당한 가상자산은 19억 달러(약 2조5000억원)로 작년(12억 달러)보다 증가했다. 주공격 대상은 블록체인 기반 금융시스템 디파이(DeFi·탈중앙화 금융)였다.

지식재산권 침해도 우려된다.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는 지난 1월 자사의 버킨백을 허락 없이 NFT로 발행해 메타버스에서 판매한 작가에게 상표권 등을 침해한 행위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아바타 활용한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도 벌어져

메타버스 속 아바타를 이용한 성범죄도 불거지고 있다. 네이버제트가 운영하는 제페토에서는 아바타를 통해 성희롱하거나 스토킹하고 조건 만남을 시도한 사례가 발생했다.

문제는 제페토와 같은 메타버스 플랫폼 상당수가 청소년이라는 점이다. 제페토 이용자 중 50%가 7~12세, 21%가 13~18세다.

십대여성인권센터 상담원이 지난 5월 30일부터 6월 14일까지 각기 다른 연령대(16~18세)의 아바타를 설정해 제페토 내 성범죄 실태 조사를 실시하는 과정에서 만난 A씨와의 대화 내용. 신체 사진을 보내주는 사람이 좋다는 말을 하고 있다. /제페토, 십대여성인권센터

미국도 예외는 아니다. 메타의 메타버스 플랫폼 호라이즌 월드에선 아바타 간 성범죄와 인종차별, 총기를 사용한 폭력 등이 발생했다. 이에 호라이즌은 원치 않는 접촉을 피할 수 있도록 아바타 간 거리 유지 기능을 도입했다.

미국 온라인 소비자단체 섬오브어스는 “호라이즌 월드가 자극적인 콘텐츠의 온상이 됐다”며 “한 연구자는 접속 한 시간 만에 다른 사용자로부터 성폭행 당했다”라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이외에도 메타버스가 중독, 계층 간 정보 격차 문제 등을 초래할 것을 우려한다. 무엇보다 이런 문제를 보호하고 감시한다는 핑계로 메타버스를 운영하는 주체인 기업들이 빅브라더(Big brother)화할 것을 견제한다.

김상균 경희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큰 틀로 보면 메타버스는 지식재산권, 자금세탁 등과 같은 경제적 문제, 청소년 성범죄와 같은 윤리적 문제, 사회적 양극화 등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라며 “정부와 학계 전문가, 피해 당사자 등과 연합한 다양한 논의의 장을 만들어 해결점을 찾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과기부, ‘메타버스 윤리원칙’ 규범 마련... 규제 필요성도 제기

윤리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부)는 ‘메타버스 윤리원칙’ 규범을 마련하고 있다. 지난 8월 초안에 대한 토론회를 거쳐 500명 이상의 민간 연구원과 기업, 사용자들의 의견을 수렴했다. 이달 말 교육부 사회관계장관회의에서 최종안을 의결하고 확정·고시할 예정이다.

해당 법 제도를 담당하는 과기부 소프트웨어정책관실 디지털콘텐츠과 김성환 사무관은 “메타버스 속 가상 자아가 올바른 가치관을 형성할 수 있도록 만든 가이드라인”이라며 “범부처 차원에서 윤리원칙을 다양하게 활용해 시민 사회가 자발적으로 성숙되도록 도울 계획”이라고 했다.

로블록스의 '자녀 보호 기능'. /로블록스

일각에선 메타버스 환경에서 벌어질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규제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예컨대 최근 문제가 된 아바타 성범죄의 경우 가상 세계에서 벌어진 일이기에 기존 법으로는 처벌하기 어렵다. 또 메타버스 안에서 상품을 거래하는 등의 영리 활동에 대비해 기존 규제(전자상거래법 등)를 개편하는 방안도 요구된다.

현재 국회에는 메타버스 산업 육성 위한 산업진흥법안 3건 이 발의돼 있다. 김영식 의원(국민의힘)이 지난 1월 대표발의한 ‘메타버스 산업 진흥안’과 같은 달 조승래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대표발의한 ‘가상융합경제 발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 허은아 의원(국민의힘)이 9월 대표발의한 ‘메타버스 산업진흥법’이 이에 해당한다.

모두 메타버스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다양한 내용을 담았지만, 사용자 보호 측면에선 자율 규제에 방점을 뒀다.

김 교수는 “규제 유예도 좋지만, 아바타 성범죄와 같은 경우 피해 당사자가 아이들이기 때문에 법적으로 규제할 필요가 있다”라며 “아동·청소년 성 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 등 기존 법을 확대해 메타버스 기업들이 관련 정책을 수립하게 하고, 시만 단체들이 함께 관리 감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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