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먼n스토리] 안마사에서 비올리스트로…시각장애인 김경석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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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일 안마 일을 하고 팔 힘이 다 빠진 상태에서 비올라를 연습하는 게 고통스러웠지만 꿈을 포기할 수는 없었어요."
그러나 그는 종일 안마로 힘이 다 빠진 상태에서도 비올라를 놓지 않았고, 이렇게 3년간 생활했다.
김씨는 "대학 진학 후 1년 뒤 테스트를 받고 하트체임버 단원으로 뽑혔다"며 "이 오케스트라는 직업 관현악단으로 월급을 받을 수 있어 안마 일을 하지 않고 음악만 할 수 있었다"고 뿌듯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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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연합뉴스) 윤태현 기자 = "종일 안마 일을 하고 팔 힘이 다 빠진 상태에서 비올라를 연습하는 게 고통스러웠지만 꿈을 포기할 수는 없었어요."
비올리스트 김경석(26)씨는 선천적 시각장애인이다. 아예 앞을 보지 못하는 전맹으로 빛을 본 적이 없다. 다만 안경은 좋은 인상을 위해 착용한다.
그는 약지(네 번째 손가락)와 소지(다섯 번째 손가락)가 붙은 손 기형도 가지고 태어났다. 어릴 적 분리 수술을 받았으나 소지가 두 마디로 짧아 일반인보다 손을 사용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그러나 그는 11년째 비올라를 연주하고 있으며, 4년째 전문 비올리스트로 활동 중이다.
인천이 고향인 그는 유치원·초·중·고교 시절을 모두 시각장애 특수학교인 인천혜광학교에서 보냈다.
초등학생 때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잠깐 배웠지만 어렵다고 느껴 포기했다.
하지만 중학교 3학년 때 혜광브라인드오케스트라가 창단되자 단원으로 참여, 비올라를 연주하기 시작했고 비올리스트가 되는 꿈을 꾸게 됐다.
그는 "혜광오케스트라에서 비올라를 처음 잡았다. 바이올린과 비슷할 줄 알았는데 전혀 달라 배우는 데 무척 애를 먹었다"며 "그래도 연주할 때마다 관객들의 환호를 받으면서 전문 비올리스트가 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고 말했다.
혜광오케스트라 활동 중 어려운 경제 여건에도 개인 교습까지 받으며 열정을 불태웠지만, 현실의 벽은 높았다. 전문 관현악단은 학사 학위가 있어야 입단할 수 있었다.
김씨는 고교 과정을 마친 뒤 대학 진학을 희망했으나 생활이 넉넉지 못해 입시 준비 대신 안마사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었다.
전국의 유흥업소를 돌며 안마하는 일은 고된 노동이었다.
술 냄새가 가득 찬 비좁은 공간에서 만취한 고객을 안마하고 손에 쥐어지는 건 2만원 남짓.
그러나 그는 종일 안마로 힘이 다 빠진 상태에서도 비올라를 놓지 않았고, 이렇게 3년간 생활했다.
그러던 중 시각장애인 전문 관현악단인 하트체임버오케스트라에서 대학 진학을 조건으로 입단 제의를 받았다.
안마 일을 줄이고 1년간 입시를 준비한 그는 3번의 낙방을 겪은 뒤 2019년 23세 때 숭실대 글로벌미래교육원 음악원 관현악과에 일반인 학생들과 함께 당당히 합격했다.
당시 관현악과 입학생 90여 명 중 장애인은 김씨를 포함해 3∼5명 정도다.
김씨는 "대학 진학 후 1년 뒤 테스트를 받고 하트체임버 단원으로 뽑혔다"며 "이 오케스트라는 직업 관현악단으로 월급을 받을 수 있어 안마 일을 하지 않고 음악만 할 수 있었다"고 뿌듯해했다.
현재 대학 4학년인 그는 졸업 연주회를 앞두고 연습에 매진하고 있다. 최근에는 혜광오케스트라 10주년 기념 연주회에도 참가했으며 하트체임버오케스트라 활동도 이어가고 있다.
그는 13일 "관객들의 박수를 받을 때마다 용기와 힘을 얻는다. 내가 비올라 연주를 멈추지 않는 이유"라며 "여력은 되지 않지만, 기회가 주어진다면 대학 졸업 후 독일로 유학을 가 더 높은 수준의 연주를 배우고 싶다"고 새로운 꿈을 밝혔다.
tomato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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