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파산 신청' FTX…국내 투자자만 1만명, 돈 찾을 수 있을까

박현영 기자 2022. 11. 1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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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산 절차 상당 기간 소요…美 규제 상 안전장치 없어
법원 신고한 부채 규모 66조원…자금 묶인 기업 상당수
파산보호 신청한 FTX의 로고 ⓒ 로이터=뉴스1 ⓒ News1

(서울=뉴스1) 박현영 기자 = 초대형 가상자산 거래소 FTX가 결국 미국 법원에 파산을 신청하면서 FTX에 자금이 묶인 투자자들도 곤경에 처했다. 개인 투자자뿐 아니라 FTX에 가상자산을 상장하거나 자금을 보관해둔 기업들도 다수인 것으로 파악돼 혼란은 커질 전망이다.

◇FTX, 결국 130개 회사 파산 신청…회생 기회 주는 '챕터11' 파산

지난 11일(현지시간) FTX는 FTX US, FTX 트레이딩, 알라메다리서치 등 FTX 그룹 내 130개 회사가 미국에서 파산 신청을 위한 절차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FTX는 델라웨어주법 챕터11에 따른 파산 신청을 진행하기로 했다. 법원에 신고한 부채는 66조원에 달한다.

이에 대한 책임으로 샘 뱅크먼 프리드(Sam Bankman-Fried) FTX 최고경영자(CEO)는 사임한다. 후임으로는 존 레이 3세가 지목됐다. 존 레이 3세는 '엔론사태' 청산인 출신의 구조조정 전문가다.

FTX가 신청한 챕터11 파산은 기업의 자산과 채무를 구조조정해 회생 기회를 주는 파산이다. 남은 자산을 채권자에게 분배하고 회사를 청산하는 챕터7 파산과 다르다. 회생 작업은 새로운 CEO가 맡게 된다.

◇이용자 자금 어떻게 되나…"안전하다는 보장 없어"

문제는 FTX에 투자자들의 자금이 묶여있다는 점이다. 현재 FTX와 FTX US 모두 가상자산 출금을 막은 상태다.

미국에서는 은행이 파산할 경우 고객 예금은 보호받을 수 있게끔 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지원한다. 그러나 가상자산 거래소는 예외다. 은행과 달리 가상자산 관련 기업은 안전장치가 없다. 즉, FTX 이용자들의 자산이 안전하다는 보장은 없다는 얘기다. 고객 자산과 거래소 자산을 따로 보관하는 국내 거래소와도 다르다.

프리드 CEO도 이 같은 사실을 인지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난 7일 트위터를 통해 "FTX 고객 자산은 안전하다"고 밝혔지만, 지난 9일 해당 트윗을 삭제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나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같은 기관도 직접적으로 관여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FTX US와 달리, FTX는 바하마에 본사를 둔 글로벌 기업이다. CFTC 관계자는 현지 매체 악시오스에 "상황을 모니터링(점검)하고 있지만 어떤 규제를 적용할 수 있을지는 불분명하다"고 밝혔다.

FTX의 파산이 최종 결정될 경우, 거래소의 자금은 압류될 수 있다. 이때 FTX 이용자는 무담보 채권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단 파산 절차가 마무리될 때까지 긴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

조나단 파스테르나크(Jonathan Pasternak) 파산 전문 변호사는 포춘지에 "FTX 이용자들은 단순히 무담보 채권자가 된다. 그들에게 자산 분배가 있기를 바랄 뿐"이라고 밝혔다.

이에 파산한 가상자산 거래소 마운트곡스 사례도 재차 주목받고 있다. 마운트곡스는 지난 2014년 영업을 중단하고 파산한 일본 가상자산 거래소다. 당시 거래소에 자산이 묶였던 이용자들은 지금까지도 묶인 자산을 돌려받지 못했다.

블록체인 기업 메탈리커스(Metallicus)의 마셜 헤이너(Marshall Hayner) CEO는 포춘지에 "이용자들은 수 년 동안의 파산 절차를 거쳐 자금의 10~25% 정도를 돌려받게 될 가능성이 높다"며 "파산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가상자산 가격이 오르길 바랄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국내 피해도 상당…개인뿐 아니라 기업도 '발 동동'

FTX가 대형 거래소였던 만큼, 국내 개인투자자 및 기업의 피해도 클 것으로 보인다. 모바일인덱스 등에 따르면 국내 FTX 이용자는 최소 1만명 이상이다.

국내 FTX 이용자 A씨는 "억 단위의 자금이 FTX에 묶여있는 상황"이라며 "언제 출금이 가능할지도 알 수 없는데, 현재 FTX 앱이 해킹 위험에 노출돼 있어 설상가상으로 앱까지 지웠다"고 토로했다.

기업의 피해도 우려된다. 국내 게임사 컴투스는 지난 3월 FTX에서 가상자산거래소공개(IEO)를 진행, 자체 가상자산인 C2X의 첫 거래를 시작했다. 컴투스가 처음으로 C2X를 판매한 곳이 FTX다. C2X 상당량이 FTX에 묶여 있을 것이란 추측이다.

기업 차원에서 투자한 자금을 FTX에 보관했던 국내 기업도 수십여곳에 이를 것으로 파악된다. FTX에 수십억원대 자금이 묶여있다는 국내 블록체인 기업 관계자는 "기업 차원에서 투자한 자금 일부를 FTX에 보관해두고 있었다. 당장 꺼낼 수 없어 혼란스러운 상태"라며 "FTX 내부 관계자와 소통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전했다.

hyun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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