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로 간 '금리 빠꼼이들' .. 6% 발행어음 CMA에 몰렸다
[파이낸셜뉴스] 금리 인상이 지속되면서 증권사 발행어음에 시중자금이 몰리고 있다. 반대로 증시 대기자금(고객예탁금)은 급격히 빠져나가면서 연중 최저치를 경신했다. 더 높은 금리 상품을 찾아다니는 ‘금리 노마드족’의 발걸음이 빨라진 것이다.
1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발행어음형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잔액은 11조4460억원(8일 기준)으로 지난해 같은 시기(6조3308억원)와 비교하면 두 배 가까이 급증했다. 지난달 31일에는 12조7183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찍은 바 있다.
증권사 CMA는 운용대상에 따라 환매조건부채권(RP)형, 머니마켓펀드(MMF)형, 머니마켓랩(MMW)형, 발행어음형 등으로 나뉜다. 발행어음형 CMA는 발행어음에 투자하는 것으로 증권사가 자금조달을 위해 자체 신용을 바탕으로 발행하는 1년 이내 단기 금융상품이다.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4곳에서 판매하고 있다.
금리 인상기를 맞아 발행어음 상품의 금리가 덩달아 높아지면서 뭉칫돈이 몰리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4곳의 만기가 정해져 있지 않은 수시입출식 발행어음 상품의 금리는 연 3.5%대다. 미래에셋증권이 3.65%로 가장 높고, 나머지는 3.55%다. 인터넷전문은행 가운데 높은 금리를 자랑하던 케이뱅크(2.7%), 카카오뱅크(2.6%) 등의 파킹통장보다 높은 셈이다.
1년 약정 발행어음 금리는 모두 5%대로 더 높다. 지난달 미래에셋증권(4.10→5.05%), 한국투자증권(4.75→5.10%), KB증권(3.05→5.00%)이 앞다퉈 5%대로 인상한 데 이어 NH투자증권도 최근 4.5%에서 5.10%로 올렸다. 특판으로는 나온 상품은 이들보다 더 높다. 한국투자증권이 토스뱅크를 통해 판매하는 1년 만기형 발행어음 특판상품의 금리는 5.7%에 이른다.
6%대도 있다. KB증권은 이달 7일 마이데이터 가입고객을 대상으로 연 6% 약정식 특판 발행어음을 내놨다. KB증권 관계자는 “고금리 추세에 발맞춰 증권사에서 처음 연 6%의 발행어음 상품을 선보였다”고 전했다.
시중은행의 예·적금 금리에 뒤지지 않으면서 발행어음 수신잔고가 급증하는 등 투자자들의 관심도 쏠리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의 발행어음 수신잔고는 올해 9월 기준 4조4232억원으로 지난해 말(4365억원)보다 90.13% 늘어났다.
KB증권은 같은 기간 4조4745억원에서 6조7844억원으로 34.04%, 한국투자증권은 8조3719억원에서 11조9500억원으로 29.94% 각각 늘었다. 앞서 한국투자증권이 지난 8월 2000억원 한도로 선보인 연 4%대 고금리 특판 발행어음은 나흘 만에 완판되기도 했다.
유동성 위기로 증권사들이 자금 조달에 난항을 겪는 가운데 발행어음이 자금 확보에 도움이 되면서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제2의 유동성 확보가 중요한 시점에서 발행어음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며 “초대형 증권사들만 판매 중인 발행어음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이기 때문에 고금리를 찾는 일반 투자자들에게도 좋은 창구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달리, 개인투자자들이 떠나면서 주식시장은 점점 몸집이 축소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투자자예탁금은 46조9385억원(8일 기준)으로 연중 최소치를 경신했다. 지난달 2년 3개월 만에 50조원이 붕괴된 이후 감소 추세가 지속되는 모습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증시는 부진하고, 금리인상이 계속되면서 고금리 상품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다"며 "기준금리가 더 높아질 가능성이 많은 만큼 발행어음 상품의 금리도 당분간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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