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허가 된 우크라 마을에 나타난 의문의 낙서들, 뱅크시 작품이었다
그동안 반전(反戰) 메시지 작품을 그려온 ‘얼굴 없는 거리의 화가’ 뱅크시가 이번엔 우크라이나에 나타났다. 최근 우크라이나 거리 곳곳에서 여러 개의 벽화가 발견됐는데, 뱅크시가 직접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해당 그림을 공개하면서 뱅크시 작품으로 밝혀졌다.
뱅크시는 11일(현지시각)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폭격으로 파괴된 건물의 잔해 위에서 물구나무를 선 자세로 균형을 잡고 있는 체조선수를 그린 벽화 사진 3장을 올렸다.
체조 선수에 초점을 맞춘 첫 번째 사진을 보면 그저 공사장에 그려진 벽화 정도로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해당 벽화가 그려진 건물 전체의 모습을 비춘 마지막 사진을 보면 폐허가 된 아파트의 모습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작은 체조 선수의 모습은 자세히 보지 않으면 알아채기 어려운, 그저 하나의 낙서처럼 보이기도 한다.
뱅크시는 이 사진을 올리면서 “보로디안카, 우크라이나”라는 글을 남겼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북서쪽에 있는 도시인 보로디안카는 지난 2월 전쟁 초기 러시아의 폭격으로 큰 타격을 입었다. 러시아군은 전쟁 발발 직후 이곳을 수주일간 점령했다가 4월 퇴각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다른 도시에서도 뱅크시가 그린 것으로 추정되는 벽화들이 발견됐다. 보로디안카의 한 건물 벽면에는 체구가 작은 소년이 유도 경기 중 거구의 남성을 업어치기 하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1살 때부터 유도를 시작해 러시아인 최초로 검은띠 8단을 획득했고, 유도 관련 책을 저술할 정도의 유도 애호가로 알려져 있다.
수도 키이우의 콘크리트 바리케이드에는 어린이 두 명이 시소를 타고 노는 모습의 벽화가 그려졌다. 바리케이드 앞에 놓인 X자 모양 철제 대전차 장애물이 전쟁의 상징이 아닌 아이들의 놀잇감으로 표현된 모습이 낯설게 느껴진다. 수도 키이우와 가까운 이르핀에서는 폭격으로 둥근 구멍이 뚫린 건물에 한 리듬체조 선수가 리본 연기를 하는 모습이 남겨졌다.
이 그림들은 뱅크시의 작품인지 확실히 알 수 없지만, 작풍이 비슷해 외신들은 이 그림들도 뱅크시의 것이라고 추정했다.
뱅크시는 그동안 남몰래 거리에서 낙서하듯 남긴 벽화를 통해 현대사회의 어두운 이면을 재치있게 풍자했다. 전쟁이나 폭력에 반대하는 메시지가 주를 이뤘다. 2005년에는 팔레스타인을 지지하기 위해 가자 지구와 서안 지구에서 작품 활동을 하기도 했다.
한편 우크라이나는 올 2월 러시아의 침공을 받고 키이우 인근 수도권과 동부 돈바스지역, 남부 등지의 도시가 심각하게 파괴됐지만 최근 대반격에 나서 남부 거점도시 헤르손을 수복하는 등 전세를 역전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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