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 착각한 봄꽃 '활짝'...기상이변에 개화시기 들쭉날쭉
[앵커]
겨울이 시작된다는 절기 입동이 지났지만, 계절을 착각한 봄꽃들이 여기저기 피어나고 있습니다.
지구온난화 등에 따른 기상이변으로 봄꽃 개화 시기의 변동성이 심해지면 생태계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송세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울긋불긋 가득했던 단풍잎이 어느덧 하나둘 떨어져 막바지로 접어든 가을.
봄에 피는 사과꽃이 앙상한 가지 위에서 수줍게 하얀 꽃잎을 열었습니다.
노란 개나리도 봄을 맞은 듯 호숫가를 따라 흐드러지게 피어났습니다.
호수를 찾은 청둥오리 등 겨울 철새들이 계절의 변화를 알리는 것과는 대조적입니다.
[김수빈 / 강원도 강릉시 강문동 : 개나리가 11월에 피니까 신기하기도 하면서 이상기후가 생겼구나 싶어서 걱정도 되는 것 같아요.]
햇볕이 내리쬐는 도로변 곳곳에도 '봄의 전령' 산철쭉이 난데없이 자줏빛 꽃망울을 터뜨렸습니다.
겨울나기를 준비하던 나비는 봄꽃인 병꽃나무 꽃잎을 부지런히 오가며 꿀을 채취합니다.
[장정은 / 국립한국자생식물원 주임 : 기온이 올라갔을 때는 겨울을 지나서 봄이 온 줄 알고 호르몬적으로 착각을 해서 개화하는 경우고요.]
봄꽃의 평균 개화 시기에서도 기상이변은 확인됩니다.
국립산림과학원이 최근 17년간 147개 수종을 분석한 결과 60∼70년대와 비교해 평균 개화 시기는 들쭉날쭉 차이가 났습니다.
이상 한파가 덮친 2010년부터 2013년 사이에는 개화 시기가 평균 3일 늦었지만 이후 2년 동안은 반대로 이상 고온으로 인해 평균 8일이나 빨리 개화했습니다.
[김선희 / 국립산림과학원 연구관 : (식물과) 관련된 곤충과 새의 활동 시기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기상이변의 빈도가 증가하고 또 지속된다면 생태계의 안정성과 생물다양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철모르고 피어난 봄꽃은 기후 위기에 대해 자연이 보내는 소리 없는 경고일 수 있습니다.
YTN 송세혁입니다.
YTN 송세혁 (shsong@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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