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자스럽다’고 기대 모으더니...고든램지 피자 “글쎄” [생생유통]

송경은 2022. 11. 12.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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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생유통 ◆

서울 성동구 고든램지 스트리트 피자 매장에서 직원이 고객에게 피자 한 조각을 서빙하고 있다. <송경은 기자>
[생생유통] 지난달 27일 서울 성수동 서울숲 인근의 ‘고든램지 스트리트 피자’. 정식 오픈일을 하루 앞둔 이날 매장은 음식을 맛보기 위해 찾은 유통·외식업계 관계자들로 북적였다. 지난 1월 영국 출신의 스타 셰프 고든 램지의 프리미엄 수제버거 브랜드 ‘고든램지 버거’가 아시아 최초로 한국에 상륙한 뒤 큰 화제를 모으면서 같은 고든램지 레스토랑의 브랜드 고든램지 스트리트 피자에 대한 기대도 한껏 높아져 있었다.

고든램지 스트리트 피자는 1인당 2만9800원을 내면 1시간 반 동안 갓 구운 6종의 피자를 한 조각씩 원하는 만큼 무제한으로 제공하는 ‘버텀리스(bottomless)’ 방식의 캐주얼 레스토랑이다. 기존 고든램지 버거가 14만원짜리 ‘1966 버거’ 등으로 고가 논란에 휩싸였지만, 고든램지 스트리트 피자는 ‘무제한’ ‘캐주얼’ 등을 앞세우면서 가성비가 높은 고품질의 메뉴들을 선보일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제공되는 피자는 클래식 마르게리타, 페퍼로니, 탄두리 할루미, 콘&초리조, 햄혹&파인애플 등 기본 피자 5종에 매일 바뀌는 데일리 스페셜 피자 1종 등 총 6종이다. 가오픈일인 이날에는 라구 피자가 데일리 스페셜 피자로 제공됐다. 고든램지 스트리트 피자는 72시간 숙성한 도우를 사용하고 고온의 화덕 안에서 돌아가는 대형 회전판 위에 피자를 올려 한 번에 최대 7~8판을 구워낸다. 스페셜 피자는 매월 1종씩 추가로 개발된다. 탄산음료 외에 칵테일, 맥주, 와인, 커피 등 다양한 음료를 판매한다.

램지는 고든램지 스트리트 피자의 버텀리스 서비스를 소개하면서 “일반적인 레스토랑에서는 첫 10분은 갓 구워 나온 피자를 맛있게 먹을 수 있지만 두세 조각을 먹고 나면 피자가 식으면서 치즈는 굳고 도는 딱딱해지는 등 전혀 다른 음식이 된다”며 “갓 구운 피자를 한 조각씩 계속 제공하는 고든램지 스트리트 피자의 핵심은 여러 종류의 피자를 한 조각 한 조각 계속 따뜻하고 신선하게 맛있는 상태로 즐길 수 있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고든램지 스트리트 피자 주방에서 셰프가 음식을 준비하고 있다. <송경은 기자>
실제로 이날 먹은 피자 6조각은 모두 화덕에서 갓 나왔거나 만들어진 지 10분 이내의 것으로 모두 따뜻한 상태로 먹을 수 있었다. 일단 고객이 테이블에 앉아 있으면 특별히 뭘 주문하지 않아도 4~5명의 서버들이 주방에서 무작위로 구워 나온 피자를 한 판씩 들고 다니면서 빈 접시 위에 한 조각씩 올려 주는 식이다. 6종의 피자 중 내가 그때그때 원하는 피자를 골라 주문할 수는 없다고 안내 받았다.

다만 원치 않는 피자이거나 방금 먹어서 같은 종류의 또 먹고 싶지 않은 경우에는 피자 서빙을 거절하면 됐다. 서버들이 간단히 자신이 들고 있는 피자가 무슨 피자인지 설명해 준 뒤 “드셔보시겠어요?” 하고 묻는다. 또 아예 피자를 더 이상 제공받고 싶지 않은 경우에는 뒷면에 고든 램지가 새겨진 나무 숟가락을 테이블 위에 엎어 놓으면 된다.

고든램지 스트리트 피자의 피자 메뉴들은 언뜻 봐서는 이탈리안 피자에 가까웠다. 도우 두께는 일반적인 미국식 오리지널 팬 피자와 얇은 이탈리안 피자의 중간 정도였고, 토핑의 양도 이탈리안 피자와 비슷하게 상당히 적은 편이었다. 현장에서 만난 데미안 브라셀 고든램지 레스토랑 본사 글로벌 총괄셰프에게 묻자 그는 “미국식 피자도, 이탈리안 피자도 아니다. 우리 피자는 고든 램지 스타일의 피자”라며 “내부에 공기층(에어 버블)이 형성돼 식감이 뛰어난 도우와 엄선된 재료 적당량을 올려 조화로운 맛을 낸다”고 설명했다.

고든램지 스트리트 피자의 기본 피자 5종 중 하나인 클래식 마르게리타 피자와 칵테일 ‘런던 가든’. 피자는 이탈리안 피자에 가깝다. <송경은 기자>
맛에 있어서도 고급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먹는 피자 맛과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토핑이 적다 보니 무제한으로 제공돼도 계속 먹기에는 물릴 수밖에 없었고 한 끼 식사로 먹기에는 탄수화물에 비해 상대적으로 단백질 섭취량이 적게 느껴졌다. 자연히 곁들일 사이드 메뉴를 시킬 수밖에 없었다. 사이드 메뉴에는 ‘하터 댄 헬’ ‘스위트 칠리 김치’ 등 윙 메뉴와 치킨, 맥앤치즈, 감자튀김, 샐러드가 있었다. 스위트 칠리 김치 윙은 한국 음식에 관심이 많은 램지를 필두로 영국 본사가 직접 개발한 메뉴로 영국과 한국을 비롯해 향후 전 세계 매장에서 제공된다.

4가지 기본 탄산음료는 1인당 5000원을 내면 무제한으로 제공되지만 다른 음료는 모두 한 잔 씩 주문해야 했다. 4인 가족이 매장을 찾아 1인당 2만9800원을 내고 피자를 먹으면서 윙 10조각(2만9000원)과 레몬에이드 2잔, 버텀리스(무제한) 탄산음료 2잔을 시킨다면 총 17만200원이 나온다. 모든 조각을 따뜻하고 신선하게 먹겠다고 이 많은 돈을 지불할 만한 소비자가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주류를 시킨다면 금액은 더 늘어난다. 맥주는 8000~1만원, 칵테일 한 잔은 1만~1만2000원, 와인 한 잔은 1만2000~1만4000원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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