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콜 키드먼, “인생 주연이든, 조연으로 잠시 물러서든 스스로 가치있다는 것을 가르쳐 줘”
니콜 키드먼과 함께한 오메가의 밤
“인생 지도 결말 몰라도 또 다른 길이 있어”
어느 정도 그 이상의 반열에 오른 ‘대가’를 만날 때마다 공통점이 있다.
각기 다른 예술적 잣대에서 까다로움은 있을지 모르지만, 놀랍도록 거리낌이 없다는 것이다.
자신이 특별한 존재인 양 대중과의 거리를 두며 대접받으려 하지 않고, 각종 질문에 대해 복잡한 사전 검열도 거의 없으며, 막힘 없이 술술 늘어놓는 답변 속 함축된 단어와 문장의 원전을 찾기 위해선 구글을 몇 시간 동안 뒤져 파고들어야 할 정도로 방대한 독서량을 담곤 한다.
적당한 유머는 기본.
무엇보다 자신이 실수했다 싶으면 바로 정정하거나 사과한다.
할리우드 배우 니콜 키드먼은 이를 확신케 했다.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등을 비롯해 각종 연기상을 수차례 수상하며 연기력을 인정받았지만, 역할의 경중을 가리지 않고 독립영화는 물론 연극, 뮤지컬 무대까지 적극 출연하며 폭넓은 연기를 선보였다. 이미 많은 걸 갖추며 완벽에 가까워 보이는데도, 도전을 멈추지 않는다. 대개의 브랜드가 추구하는 앰버서더(홍보대사)의 이상향이다.
그 ‘행운’은 스위스 시계 브랜드 오메가가 거머쥐었다. 니콜 키드먼은 “긍정적인 상호 작용”이라고 표현했다. 지난 2005년부터 스위스 시계 브랜드 오메가의 홍보대사를 맡은 그는 최근 만난 자리에서 “인생에서 파트너를 두고 서로의 지식을 공유하는 것은 중요하다”면서 “오메가는 우리가 인생의 주연으로 나서든, 조연으로 잠시 물러서있든 스스로 가치있다는 것을 가르쳐준다”며 브랜드에 의미를 부여했다.
그녀가 살고 있는 미국 내슈빌의 대형 전시 공간인 ‘마라톤 뮤직 웍스’에서 열린 오메가의 여성 워치메이킹의 역사를 기념하기 위한 글로벌 행사. 오메가의 최신 캠페인인 ‘마이 초이스’에 참여해 영감을 주는 여성 중 하나로 등장한 니콜 키드먼은 반짝이는 에메랄드 같은 초록빛 미니 드레스 차림으로 무대에 올라 마이크를 잡았다. 베젤에 다이아몬드가 셋팅된 선브러시 버건디 컬러 다이얼의 아쿠아테라 스몰세컨즈 세드나 골드 모델을 착용하여 드레스와 대조적인 아름다움을 강조했다.
“눈부시게 빛나고 화려하며, 때로는 유쾌하기까지 하죠.” 행사장이 아니라 무대 인사였다면 누군가 니콜 키드먼을 소개하는 멘트였을 것이다. 니콜은 스스로에 대한 묘사 같은 문장을 오메가를 표현하는 헌사로 전달했다. “오메가 시계를 착용해보면, 그 중심에는 한 세기에 걸쳐 발전해 온 뛰어난 기술이 탑재되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녀는 이날 ‘배움’을 강조했다. 그녀에 대해 배울 시간도 있었다. 공동 인터뷰 자리였다. 미국은 패션지와 음악전문지 등 총 15개 매체가 그녀와 오메가의 선택을 받았고, 미국 외에 아시아, 남미, 유럽 등은 각 대륙을 대표하는 한두 매체 기자들 총 7명이 그녀와 따로 시간을 가졌다.
―이번 ‘마이 초이스’ 캠페인 이벤트를 통해 당신의 여정을 기념하고 있다. 하지만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애쓰는 이들이 많다.
“나도 여전히 인생을 여행하고 있다. 배우가 되고, 가정을 이루고, 엄마가 된 지금 모든 과정에 대해 남들에게 제 정체성을 각인시키려 하지 않는 편이다. 끊임없이 변화가 있다고 생각한다. 내 관점과 취향도 바뀔 수 있다. 끊임없이 토론하고, 말하고, 생각하고, 읽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끊임없이 관계를 만들고 진화하며 듣고 배워야 한다. 언제나 작업을 할 때만 연출에 참여하는 건 아니다. 인생 전체가 또 하나의 연출이다.”
―하루 중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시간은 언제인가.
“해질녘. 섹시하다. 제가 사랑하는 밤이 다가오는 걸 느끼며 잠을 잤다는 게 너무 좋다. 빛이 막 어두워지기 시작할 때, 아주 마법 같은 시간이다. 하지만 또 한 가지 이상한 것은…항상 좋은 기분으로 잠에서 깬다. 단 하루도 기분 나쁜 적이 없다. 이런 이야기가 짜증날 수도 있겠다. 내 딸들은 ‘나한테 말하지 마’라고들 한다(웃음). 부드러운 잠에서 깨어나는 순간은 인생에서 마치 ‘좋아! 가자!’라고 하는 듯 하다.”
―당신 인생에서 최선의 선택은 무엇이었나.
“선택이란 건 나를 발전시키기 위한 단어라고 생각한다. 때때로 당신이 가는 곳에 엄청난 위험을 요구하기도 한다. 대담하고 용감하며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지금 ‘번지 점프’를 하듯 절벽에서 뛰어내릴 수도 있다. 환상적인 느낌일 것이다. 하지만 항상 그럴 수는 없다.
유명 작가 조앤 디디온은 ‘우리 앞에 놓인 지점에 도달하지 못할 거라며 우리 앞에 놓인 지도를 기대하지 않거나 일부러 닫아버리려 하지 말라’고 한 것을 생각해보자. 우리는 결말을 알고 싶기 때문에 삶에 대해 완전한 지도를 갖고 싶어 한다. 하지만 사실 불가능하다. 대신 창의적으로 선택하려 노력했다. 그리고 가지 않은 길에 포기도 잘하는 편이다(웃음) 모든 선택은 다른 것으로 이어지는 다른 선택을 만들었다. 그래서 내 최선이나 최악의 선택은 없다. 그냥 인생은 인생이다.”
―당신은 인생의 어느 시점에 아이들을 키우고 집에 머물기 위해 직업을 포기할 준비가 되었다고 말한 적이 있다. 고맙게도, 우리를 위해, 당신은 그러지 않았다.
“사실 임신한 동안 이 모든 것에서 떠날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런데 현명한 제 어머니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제발, 모든 것을 포기하지 말라. 어떤 식으로든, 모양이나 형태가 어떻든 발가락을 물에 담궈라(일을 삶에서 떼지 말라는 뜻). 내가 널 낳았기 때문에 널 안다. 즉, 행동하고, 창조하고, 집단의 일원이 되고, 창의적이 되고자 하는 욕구가 네 몸 속에 흐르고 있다.’
엄마는 내가 요리하겠다는 말에 ‘요리를 잘 한적이 없잖아’(웃음)라고 말하면서도, ‘하지 말라’고는 안했다. 당신도 자신의 모든 흔적을 없애려 하지 않는게 좋을 것 같다. 불씨가 돌아올 수 있게 말이다.”
―당신은 레드카펫에서 시계를 차고 다니는가. 시간이 항상 손끝에 매달려 있는 현실에서, 당신에게 시계의 힘은 무엇인가.
“항상. 핸드폰을 보기 싫어서 시계를 차고 있다. 휴대폰과 떨어진다는 건 큰일날 일 같지만, 지배되고 싶지는 않다. 핸드폰을 보게 되면 내가 산만해지 때문이다. 시계는 때로는 구원자가 된다. 휴대폰으로 시간을 확인하다보면 어느 새 소용돌이에 빠지게 된다. 그저 시간을 확인하려 열었다가 이런 저런 응답을 하고 다른 것들이 정신을 빼앗겨 시간에 끌려가게 된다.”
-오메가가 지금 당신의 삶과 어떻게 조화를 이루는가.
“오메가를 통해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분야도 공부하며 서로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된다. 삶은 배움이다. 우리 삶의 시작은 누구나 학생이었다. 어느 시점에 누군가 선생 위치가 되고, 가진 게 많아질 수 있다. 그럴수록 난 다른 사람들이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하는데 더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번에 배우 조 샐다나가 등장하는 드라마 ‘lioness’에서 조연을 맡는다.
주연들이 빛날 수 있도록 말이다. 솔직히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것은 꽤 좋은 일이다. 나도 아이들이 있고 가족을 돌보고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내가 배운 것을 사용하고, 공유하며, 다른 사람들이 기회를 잡고 배울 수 있도록 할 수 있게 하는 것 무척이나 행복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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