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군 모여라” vs “혼자서도 충분“...이커머스 공룡들 난타전 [홍키자의 빅테크]
국내 대표 이커머스 회사 두 곳을 딱 꼽는다면 누가 떠오르나요? 단연 네이버와 쿠팡입니다.
국내 온라인 쇼핑시장 점유율은 네이버쇼핑(17%), 신세계그룹(15%, SSG닷컴·G마켓·옥션), 쿠팡(13%), 11번가(6%) 정도로 나눠갖고 있습니다. 신세계그룹이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한 뒤 점유율은 높였지만 아직 존재감으로는 쿠팡에 비하긴 어려운 상황이죠.
전 국민이 사용하는 검색 플랫폼이라는 압도적 장점으로 가격 비교를 내걸고 쇼핑 판을 장악한 네이버와, 소셜커머스로 시작해 ‘빠른배송’을 외치며 성장을 거듭해온 쿠팡이 치열한 혈투를 벌이고 있는겁니다.
물류를 혁신해야 쇼핑판에서 우위를 장악할 수 있다고 믿는 두 회사는, IT기술을 활용해 플랫폼 사업을 벌이고 있는 것까지는 같지만 물류를 향한 시선 자체가 다릅니다. 네이버는 이른바 ‘연합군 부대’를 만들고, 이들과의 유기적으로 협업할 체제를 구축하는 데 힘쓰고 있습니다. 쿠팡은 연합군보다는 상품의 소싱부터 최종배송에 이르기까지 모든 물류 과정을 한 손에 컨트롤하기를 원하죠.
오늘은 같은듯 다른 양대 이커머스 공룡의 물류 장악 비전을 다뤄보겠습니다.
◆‘가격 비교’ 넘어 ‘정확한 배송’ 꿈꾸는 네이버
보통 배송하는 당일에 CJ대한통운이나 한진택배 등 택배사로부터 ‘오늘 몇시 사이에 물건을 받게 될 것이다’라는 내용의 문자를 받아보고나서야, 집에 물건이 배송된다는 것을 최종적으로 확인하는 게 일반적이었습니다.
하지만 네이버는 이제 주문 데이터, 재고현황, 배송 지역 등의 정보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고객에게 정확한 도착일을 안내하겠다는 겁니다. 배송이 된다는 날짜에 물건이 도착하지 않으면 별도로 네이버가 보상을 하고요.
문득 소비자 입장에서는 의미가 크지 않을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죠. 촌각을 다퉈서 받아야 하는 물건이 아니면, 설이나 추석같은 명절이 아니라면 통상적으로 2~3일 내로 물건을 받아올 수 있었으니까요. 물론 정확한 도착 날짜를 모르는 것보다야 알게 되면 더 효율이 높아지긴 하겠지만요.
네이버의 시선은 소비자만을 향하는 게 아닙니다. 네이버는 네이버쇼핑 채널에 입점해 물건을 판매하는 판매자에게 향하고 있습니다. 판매자에게 더 많은 정보를 주고, 사용자와 관련한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게 만들겠다는 겁니다. 네이버 관계자는 ”대다수의 브랜드들은 유통과정에서의 사용자 데이터를 확보하기 어려워 전략적인 상품 기획, 유통 및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이 때문에 각 브랜드들은 자사몰을 만들어 ‘내 고객’, ‘내 데이터’를 확보하고 싶어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즉, 서울 사는 사람과 제주도 사는 사람이 물건을 같은 날 사도 도착일이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에, 고객에게 물건이 언제 도착할 수 있을지를 예측할 수 있다면, 애초에 물건을 판매할때 마케팅 혹은 상품 기획부터 달라질 수 있다는 얘깁니다.
네이버를 매일 이용하는 2700만명 중에 쇼핑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데이터를 최대한 활용해 판매자들을 돕겠다는 겁니다.
대신 최근에 유통사들이 기본적으로 제공하고 있는 주문 다음날 배송인 ‘익일배송’ 서비스는 연합군 체제로 돌아갑니다. 네이버는 커머스를 메인 테마로 성장하지 않았기 때문에 물류센터를 짓거나 물류망 자체를 확보하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죠. 대신에, 이미 물류망을 갖추고 있는 곳과 지분교환을 하면서 유기적인 협업을 만들어냈습니다. 풀필먼트 연합군(NFA)을 만들어온겁니다.
도착보장 서비스만해도 창고사인 CJ대한통운과 파스토, 배송사는 CJ 대한통운과 한진과 협력해 서비스를 선보인다는 계획입니다.
네이버와 가장 유기적으로 연결된 곳은 CJ대한통운입니다. CJ대한통운은 현재 곤지암, 용인, 군포 등 9개의 네이버 중심 풀필먼트 센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2020년 네이버와 지분교환한 뒤 꾸준히 네이버의 ‘내일도착’ 등 빠른배송 서비스를 테스트해왔죠.
다만, 연합군 체제는 완벽한 것은 아닙니다. 파트너사에 문제가 생기면, 내가 잘못하지 않았더라도 배송 서비스가 멈출 수 있죠. 가장 핵심 파트너인 CJ대한통운의 경우 지난해 말부터 올해초까지 벌어졌던 대형 파업 사태가 다시 촉발된다면, 네이버의 ‘내일도착’ ‘도착보장’ 서비스 등은 갑자기 멈출수도 있는 겁니다.
◆전국 물류망 다 갖췄다...이젠 ‘제트배송’ 한다는 쿠팡
물론 처음엔 힘들었습니다. 혼자서 유통망을 다 만들겠다고 덤볐으니, 돈이 어마무시하게 들었겠죠.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손도 빌리고, 굴지의 투자회사들의 돈도 끌어오고, 미국에 상장까지 하면서 ‘쩐’을 만들어냈습니다. 가장 핵심적인 이유는 하나, 조금이라도 더 빨리 전국 물류망을 갖추겠다는 생각이었죠. ‘계획된 적자’를 버텼더니 규모의 경제가 만들어지면서, 결국 흑자로 전환됐다는 겁니다.
앞으로도 흑자를 유지할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든다면 ‘제트배송’ 서비스를 보면 답이 나옵니다. 아마도 흑자 기조를 유지할 수 있을 겁니다.
제트배송은 쿠팡의 풀필먼트 서비스를 쿠팡의 상품에다가 적용하는 게 아니라, 오픈마켓의 판매자들인 제3자에게 제공하는 물류 서비스입니다. 쉽게 말해 직매입한 쿠팡 상품에 로켓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오픈마켓 판매자들의 상품을 로켓배송해주는 것이죠. 쿠팡이 전국에 축구장 500개 크기의 112만평의 물류 공간을 구축해놨는데, 이제는 남는 공간에서 오픈마켓 판매자들 물건도 좀 쌓아주겠다는 겁니다.
쿠팡의 핵심 비즈니스인 제품 커머스 부문은 ‘로켓배송’ ‘로켓프레시’ ‘마켓플레이스’ 세 개인데요. 이 마켓플레이스가 오픈마켓을 의미합니다. 쿠팡의 오픈마켓에서 물건을 판매하는 소상공인 수가 지난해 말 기준으로 15만명이 넘습니다. 15만명의 판매자가 쿠팡에서 물건을 파는 데 4~11%의 수수료를 내죠.
그런데, 제트배송은 수수료율이 30%에 달합니다. 수수료가 비싸지만 15만명의 판매자는 상품기획과 가격 관리, 마케팅만 하면 되는 겁니다. 입고된 상품 물류와 배송, 고객서비스(CS)는 전부 쿠팡이 맡는거죠. 업계에서는 15만명의 판매자의 제트배송 이용률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봅니다.
쿠팡이 제트배송 서비스를 할 수 있었던 것은 결국 유통의 전과정을 손에 쥘 수 있는 유통망을 만들어왔기 때문입니다. 이 점이 네이버와는 다른 지점입니다. 쿠팡 안에서 문제가 불거지지 않는다면, 다른 회사에서 발생한 특이사항으로 배송이 중단되는 일은 없는거죠.
'홍키자의 빅테크'는 플랫폼, 테크, 유통, 이코노미와 관련된 각종 이슈 뒷얘기를 파헤칩니다.지금 홍성용 기자의 기자페이지를 '구독'하시면 깊이가 다른 콘텐츠를 매주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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