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핏하면 퇴사한다던 김 과장...그 얘기 쏙들어간 이유 [더테크웨이브]

황순민 2022. 11. 12.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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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업계 혹독한 ‘겨울의 시간’

요즘 국내 테크 업계에선 혹독한 ‘겨울의 시간’이 찾아왔다는 말이 들립니다. 비대면 특수와 저금리로 인한 유동성 잔치, 개발자 구인 대란 속에 그간 대규모 채용 경쟁을 벌였던 빅테크와 스타트업들이 구조조정과 비용절감에 돌입하면서 국내 정보통신(IT)업계 구직 시장에 한파가 몰아치고 있는 것이죠.

작년만 해도 뭉칫돈이 몰렸던 국내 스타트업 투자가 올초부터 급격히 줄어들면서 IT인력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였던 국내 스타트업들은 고강도 구조조정을 시작했습니다. 여기에 대규모 채용과 인건비 상승과 주도해온 국내 대형 IT플랫폼 회사와 메이저 게임사들이 비용 효율화 작업에 착수하면서 인력 시장이 얼어붙고 있습니다. 여기에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잇달아 대규모 감축을 계획하거나 진행하면서 이들 기업의 한국 지사 구성원들에게 영향이 이어지는 모양새입니다.

일론 머스크의 트위터 계정 [사진출처 = 연합뉴스]
◇글로벌 빅테크는 대규모 구조조정

우선 코로나19 비대면 특수에 힘입어 고속 성장한 글로벌 플랫폼 기업들이 구조조정에 내몰리고 있습니다. 메타와 트위터가 대표적입니다.

테슬라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는 지난달 27일 440억달러(약 62조원) 규모로 트위터 인수를 마무리하고 약 일주일 만에 대규모 감원을 시작했습니다. 머스크는 최근 파라그 아그라왈 전 CEO 등 기존 경영진을 포함해 트위터 전체 직원의 50%를 일괄해고했죠. 트위터 감원 대상자는 3700명으로 알려졌죠. 콘텐츠 관리 업무를 담당하는 신뢰·안전팀의 15%가 해고됐고, 엔지니어링과 머신러닝, 인공지능(AI) 윤리, 영업 등 대부분 부서에 해고 통지서가 발송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지난 9일(현지시간)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는 직원들에게 서한을 보내 전체 직원 약 8만 7000여명 가운데 13%에 해당하는 1만1000여 명을 해고한다고 밝혔죠. 그는 “지금 상황이 모두에게 힘들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며 영향을 받은 직원들에게 죄송한 마음”이라면서 “(이들에 대한)대우는 해당 국가 법률에 따라 다르며 이에 맞춰 별도의 절차에 따라 안내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팬데믹 동안 늘어난 온라인 활동이 계속될 것으로 잘못 판단했다고 인정하며 “책임을 느낀다”고 말하기도 했죠.

메타가 수천 명 단위로 인력 감축에 나선 것은 2004년 창사한 이후 18년 만에 처음이라 그만큼 충격이 더 컸습니다. 인력 감원 비율이 전체 직원의 절반에 달하는 트위터에는 못 미치지만, 해고자 수는 최근 구조조정에 나선 빅테크 중 최대 규모입니다. 메타는 올 3분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보다 4% 감소한 277억1400만달러, 순이익은 52% 급락한 43억9500만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힌 바 있죠. 이같은 실적 하락은 사용자 증가 추세가 더딘 데다 경기 침체 조짐에 따라 디지털 광고 수주 금액은 크게 줄었기 때문으로 분석됩니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잇달아 대규모 감축을 계획하거나 진행하면서 이들 기업의 한국 지사 구성원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앞서 소셜미디어회사 스냅은 지난 8월 전체 인력의 20%인 1000여명 이상을 해고한다고 밝혔습니다. 기업용 소프트웨어 회사 세일즈포스는 감원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죠.

◇비용 효율화 모색하는 한국 빅테크

한국의 IT 공룡들은 해외와 같은 대규모 구조조정이 사실상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에 따라 비용 효율화를 모색하고 나섰습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대규모 채용을 진행하며 인재들을 입도선매하던 이들이 인플레이션 압력 등에 따른 성장 둔화와 대내외 사업 불확실성이 커지자 비용 효율화를 모색하고 나선 것이지요.

사실 그간 업계에서는 네이버와 카카오의 마진 둔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았습니다. 네이버는 지난해 직원 539명을 충원해 4526명을 확보했고 카카오는 556명을 더 선발하면서 3303명으로 확대했죠. 전체 인원이 20% 이상 증가한 상황에서 평균 임금도 올랐습니다. 네이버 평균 임금은 2020년 1억247만원에서 지난해 1억2915만원으로, 카카오는 같은 기간 1억800만원에서 1억7200만원으로 상승했죠.

실제 네이버의 3분기 영업이익은 1년 전(3498억원)보다 5.6% 줄어든 3302억원을 기록했습니다. 3분기 인건비는 4335억원으로 17.8% 증가했죠. 카카오의 경우 올 3분기 영업이익이 150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6% 감소했습니다. 3분기 영업비용은 1조7084억원으로 1년 전보다 8.6% 증가했는데, 마케팅비 절감(24.4% 감소)에도 인건비가 3072억원에서 4333억원으로 41% 늘어났습니다.

상황이 이렇자 한국 개발자 채용시장 큰손인 IT대기업들은 채용 기조에 브레이크를밟으며 인력 거품을 빼는 추세입니다. 네이버의 경우 개발자의 경우 퇴사자를 비롯한 자연 감소분을 보강하는 차원에서만 인력을 충원하고, 그 대상도 프로젝트에 바로 투입할 수 있는 5년 차 안팎의 ‘허리급’ 인력 채용에 집중한다는 방침을 세워놓은 것으로 전해졌죠. 네이버와 함께 IT 채용 시장에서 큰손인 카카오의 경우 복잡하고 비대해진 비주력 계열사를 큰 폭으로 줄이는 조직 정비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게임업계도 효율적 인사관리 모색

올해 국내 5대 게임사의 직원 평균 임금이 사상 처음으로 1억원을 넘어섰죠. 불과 1년 새 53.8%가 오른 셈인데요. 국내 5대 게임사 사업보고서를 살펴보면 직원 평균 임금은 2020년 7759만원에서 지난해 1억1931만원으로 늘었습니다. 여기서 5대 게임사는 시가총액 기준 크래프톤, 엔씨소프트, 넷마블, 펄어비스, 카카오게임즈가 해당됩니다. 같은 기간 5대 게임사 급여총액(주식보상, 보험비, 세금 등 포함)은 6256억원에서 8684억원으로 38.8% 증가했습니다. 개발인력 구인난에 게임사들이 막대한 비용을 감수하면서까지 인재유치 ‘출혈경쟁’을 벌인 탓이죠.

하지만 요즘 게임업계에선 ‘대규모 채용’ ‘인센티브’와 같은 문구들이 사라진지 오래입니다. 캐시카우가 될 수 있는 지식재산권(IP) 부재와 신작 흥행 부진으로 실적 악화가 이어지고 있고, 이 와중에 급격히 늘어난 인건비 부담 때문에 채용 자체를 크게 줄일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넷마블 컴투스 위메이드 등 일부 게임사들이 미래 먹거리로 추진해온 블록체인, 메타버스, 대체불가토큰(NFT) 사업의 경우에는 실제 수익모델(BM)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는데다 시장 거품까지 빠지면서 효율적인 인사관리를 요구하는 대내외 목소리가 높아지는 상황이죠.

실제로 지난 3월 매일경제가 5대 게임사의 ‘2022년 임금·채용·경영전략’을 조사한 결과 모두 올해는 작년과 같은 임금 인상은 안 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고 답했습니다. 일괄적으로 전 직원 연봉을 대폭 올리기보다는 개별적으로 성과에 따른 보상에 나서는 것이 앞으로 게임사들의 전략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쏙 들어간 불만···머스크는 “재택근무 하지마”

사실 작년만해도 네이버·카카오·메이저 게임사 등에서는 젊은 직원 중심으로 코로나19 사태 이후 늘어난 업무 강도 대비 낮은 연봉과 불투명한 성과급에 대한 불만이 쏟아졌었죠. 스톡옵션이 주가 상승세가 주춤한 탓에 보상 매력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왔었습니다. IT회사들은 경쟁적으로 △재택근무 도입 △복지·처우 개선 등 당근책을 쏟아내면서 핵심 인력 지키기에 나섰었죠.

이같은 분위기도 최근 급반전하고 있다고 합니다. 익명을 요청한 국내 대형 IT회사 재직자는 “국내 메이저 IT회사만 해도 15년차 이상 소위 ‘고인물’들이 일은 적게하고 돈만 많이 받아간다는 내부 불만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면서 “작년만해도 연봉을 더 주는 경쟁사로 이직하겠다는 협박 아닌 협박이 통했는데, 지금은 제발로 나가주면 고맙다는 분위기”라고 전했습니다.

재택근무에 대한 시각도 미묘하고 변화하는 분위기입니다. 일론 머스크는 지난 10일(현지시간)트위터 직원들에게 보낸 첫번째 단체 메일에서 “다가오는 어려운 시기를 위해 준비해야 한다”며 재택근무(원격근무) 금지를 선언했죠. 그는 이번 메일에서 재택근무에 대한 명확한 반대 의사를 표명한 뒤,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모든 직원이 사무실에 출근해 매주 최소 40시간 이상 근무할 것을 지시했다고 합니다.

◇스타트업발 구조조정에 위기감 고조

“스타트업들은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인건비부터 줄일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을 쫓아 스타트업으로 옮긴 고급 인력들이 시장에 쏟아져나오고 있는데 이를 받아줄 자리가 많지 않은 상황이다.”( 국내 스타트업 재직자 A씨)

“작년만해도 개발자는 부르는 게 몸값이라는 말이 있었다. 지금은 연봉 높여 옮기는 것은 언감생심이고 다니는 회사 자리나 잘 지키면 본전이라는 분위기다.” (국내 IT대기업 재직자 B씨)

최근 매일경제와 스타트업 데이터 전문회사인 더브이씨가 함께 국내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상황을 조사한 결과, 지난달 성사된 국내 스타트업 투자 총액은 5253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지난 4월(1조 4639억원) 대비 투자 금액은 반년만에 3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죠. 특히 투자가 최고조에 달했던 지난해 7월(3조 853억원)과 비교해보면 순수 투자액이 2조 5600억원이 줄어든 수치입니다.

이같은 투자 감소는 스타트업발 정리해고로 이어질 수 있어 유의깊게 봐야 합니다. 실제로 이용자 수를 확보하고는 있지만 적자를 내고 있는 국내 플랫폼 스타트업은 대규모 구조조정을 동시다발적으로 진행중인 것으로 파악됩니다. 강남의 비싸고 큰 사무실에 입주해왔던 스타트업들은 인력을 대폭 줄이고 비싼 위약금을 지불하면서까지 작은 곳으로 오피스를 옮기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합니다. 앞서 해외에선 이미 스타트업발 구조조정이 휘몰아친 상황입니다. 전 세계 스타트업 구조조정 현황을 집계하는 레이오프에 따르면 지난 5월부터 전 세계 774개 테크 기업에서 8만 4724명이 해고됐습니다.

IT업계 이직 시장에도 찬바람 ‘쌩쌩’

블록체인, AI 등 4차산업에 대한 투자 열풍이 소강상태인 것도 IT업계 이직 시장에는 찬바람으로 작용하는 요인입니다. 국내 한 유명 빅테크 기업에서 인공지능(AI) 관련 연구·개발자로 근무하고 있는 C씨(30대 중반)는 “코로나19 초기인 2020년만 하더라도 AI 등 4차 산업 붐과 함께 코로나 특수까지 더해지면서 IT업계 관련 채용이 정말 많아 골라 갈 수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지금은 간간이 헤드헌터가 이직 의향을 묻기는 하지만 조건도 그때만큼 안좋고, 커리어상 염두에둔 회사들은 더이상 안뽑는 분위기로 바뀌었다”고 전했습니다. 국내 굴지 IT기업에서 블록체인업계로 2년전 이직한 D씨(30대 후반)는 “올들어 코인업계 불황으로 회사 사정이 예전만큼 좋지 않은듯해 여러번 이직을 시도했지만, 연봉 협상 등 근로조건이 맞지않아 번번히 무산됐다. 예전엔 이직을 한다고 하면 연봉을 최소 1000만원은 당연히 올리고 협상을 시작했다면, 지금은 현재 연봉을 맞춰주는 것만으로도 만족해야할 상황이 됐다”고 토로했습니다. 국내 한 헤드헌팅사 관계자는 “코로나 초기에 네카오에서 스타트업 이직이 많았는데, 지금은 완전히 반대로 스타트업에서 인력을 내보내고 있고, 대기업에서 이를 받아주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습니다.

<황순민 기자의 ‘더테크웨이브’> 연재를 시작합니다. 기술(Tech)이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리라 믿습니다. 혁신적인 서비스로 인류를 진보시키는 최신 기술 동향과 기업 사례를 소개하겠습니다. 네이버 기자페이지를 구독하시면 다음 기사를 쉽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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