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무기 안 팔아요” 록히드 마틴의 충격적인 트윗, 그 결과는

이가영 기자 2022. 11. 12.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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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방산업체 록히드 마틴의 사칭 계정이 11일(현지시각) "미국에 무기를 판매하지 않겠다"는 트윗을 올렸다. 주가는 5.48% 하락했다. /트위터

“인권 침해에 관한 추가 조사가 이루어지기 전까지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 미국에는 모든 무기를 팔지 않겠습니다.”

11일(현지시각) 글로벌 방산업체 록히드 마틴의 트위터 계정에 올라온 글이다. 해당 트위터 계정은 공공기관이나 유명 인사의 진짜 계정을 뜻하는 ‘블루 체크’ 표시를 달고 있었다.

이후 록히드 마틴의 주가가 폭락하기 시작했다. 전날 490.77달러였던 록히드 마틴의 주가는 5.48% 떨어진 463.86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하지만 이 계정은 가짜였다.

비슷한 일은 또 있었다. 제약사 일라이릴리는 10일 당뇨 환자들의 필수의약품인 인슐린을 “이제부터 무료로 공급한다”는 트윗을 올렸다. 해당 계정에도 회사의 공식 계정임을 뜻하는 블루 체크 표시가 있었다.

트윗은 수천 개의 ‘좋아요’를 얻으며 빠르게 확산했다. 그러자 ‘진짜’ 일라이릴리 측은 트위터에 “가짜 계정에서 오해의 소지가 있는 메시지를 받은 분들께 사과한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주가 하락을 막지는 못했다. 일라이릴리의 주가는 4.45% 하락한 채 장을 마감했다.

최근 트위터를 인수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로이터 연합뉴스

이 모든 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트위터를 인수한 후 내놓은 유료 계정 서비스 ‘트위터 블루’에서 비롯됐다고 미국 포브스는 보도했다. 트위터는 인증받은 계정에만 달아주던 ‘블루 체크’ 표시를 월 7.99달러(1만500원)를 낸 계정에 절차 없이 허용하는 ‘트위터 블루’ 서비스를 내놨다. 돈만 내면 계정을 사칭할 수 있게 된다는 논란이 제기됐는데, 우려가 현실이 된 것이다.

가짜 계정들의 주소는 자세히 보지 않으면 진짜처럼 믿게 만들어졌다. 록히드 마틴 관련 가짜 계정은 ‘록히드 마틴(LockheedMartin)’이 아닌 ‘록히드 마티니(LockheedMartini)’였다. 일라이릴리의 가짜 계정 주소는 실제보다 더 진짜 같았다. 실제 일라이릴리 회사 계정 주소는 ‘릴리패드(LillyPad)’지만, 가짜 계정의 주소는 ‘일라이릴리 앤드 컴퍼니(EliLillyandCo)’였다.

인종차별적인 게시물들도 다수 발견됐다. 인형 제조업체 ‘아메리칸 걸’ 가짜 계정은 식민지 시대 버지니아 인형 사진을 올리며 “노예 소유”라고 말했다. 미국이스라엘공공문제위원회(AIPAC) 가짜 계정은 “우리는 아파르트헤이트(남아프리카 공화국의 극단적인 인종차별정책)를 사랑한다”고 했다. 일본 ‘닌텐도’ 가짜 계정은 마리오 캐릭터가 가운뎃손가락을 들어 올린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온라인에서는 “트위터 블루가 주식 시장에서 수백억 달러를 지워버렸다”는 비판이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을 사칭한 계정은 “이것이 일론 머스크의 계획이 작동하지 않는 이유”라고 비꼬았다.

결국 ‘트위터 블루’ 서비스가 갑자기 중단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1일 애플 운영체계 iOS 앱에서 ‘트위터 블루’ 구독이 사라졌으며 트위터 웹사이트에서도 “11월 9일 이후 개설된 계정은 ‘트위터 블루’를 구독할 수 없다”는 메시지가 게시됐다고 했다.

WSJ는 ‘트위터 블루’ 중단은 기업과 브랜드, 유명인을 사칭하는 계정들이 나타나 트위터 이용자들에게 혼란을 야기하는 사례가 발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다만 트위터 측은 이에 관한 논평 요구에 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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