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단순한 수출 시장 아냐"…尹대통령이 아세안에 공들이는 이유
세계 3위 인구 6위 경제 규모, 매년 5%씩 성장…"국익 가장 첨예하게 걸린 지역
(프놈펜(캄보디아)=뉴스1) 김일창 기자 = "아세안을 한국에게 기회의 땅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순수한 경제 파트너로 바라보기보다 정치, 경제 등 복합적 관점에서 바라봐야 할 시점이 왔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가 윤석열 대통령이 발표한 인도태평양(인태) 전략의 배경을 설명하며 한 말이다. 윤 대통령이 아세안 지역을 단순 수출시장이 아닌 포괄적 협력관계를 맺을 요충지로 삼고 공을 들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은 12일(현지시간) "윤석열 대통령이 발표한 인도태평양(인태) 전략은 최초의 포괄적 지역 전략으로 외교 시야의 확장을 의미한다"며 "대외 정치의 예측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며 외교적 활동 공간도 넓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 실장은 이날 오후 캄보디아 프놈펜의 한 호텔에 위치한 한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들과 만나 "자유와 인권, 법치와 같은 보편적 가치 수호를 핵심 요소로 반영해 대내외에 분명하게 천명한 것은 윤석열정부가 처음이 아닐까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윤 대통령은 전날(11일) 한-아세안 정상회의에서 자유와 평화, 번영의 3대 비전을 바탕으로 포용과 신뢰, 호혜의 3대 협력을 원칙으로 하는 인태 전략을 한국 정부 최초로 발표했다. 아세안은 '동남아시아국가연합'으로 브루나이와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라오스, 말레이시아, 미얀마, 필리핀, 싱가포르, 태국, 베트남 10개국으로 구성돼 있다.
이어진 비공개 회의에서는 이를 구체화하는 '한-아세안 연대구상'도 공개했다. 핵심은 아세안과의 경제 협력에 더해 외교안보, 정치, 문화, 사회 등 교류의 폭을 확대해 관계를 증진하는 데 있다.
김 실장은 "아세안 연대구상은 인태전략이라는 큰 우산 아래 세부 정책이라고 볼 수 있다"며 "과거 아세안을 기업의 진출 시장, 수출 시장이라는 주로 경제 시각에서 바라 봤다면, 윤석열정부는 여기에 더해 아세안의 전략적 중요성에 주목한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포괄적 전략성에 주목하는데, 아세안과 경제 협력 외에 역내 규칙 기반의 국제 질서 유지와 대응이라는 공동의 이익을 바탕으로 아세안과 전략적 협력 강화를 목표로 한다"며 "윤 대통령이 한-아세안간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으로의 관계 격상을 최초로 공식 제안한 것도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이 협정은 아세안이 대화 상대국과 맺는 최고 단계의 관계십이다.
김 실장은 "대통령실은 외교부 등과 머리를 맞대고 구체적인 인태 전략 로드맵을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며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발표하도록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정부가 올해 연말까지 방안을 확정해 발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부가 아세안에 집중하는 것은 전략적 중요성이 날로 커지기 때문이다. 아세안은 세계 3위 규모의 인구, 세계 6위의 경제 규모로 연평균 5%씩 성장하는 지역이다. 2021년 기준 우리와의 전체 교역액이 1765억달러로 중국 다음이다. 안보실 고위 관계자가 "아세안은 미국과 중국의 전략 경쟁이 벌어지는 일종의 전쟁터"라며 "우리의 국익이 가장 첨예하게 걸린 지역이 인태 지역"이라고 표현한 이유다.
윤석열정부가 아세안을 기존의 수출 시장이란 관점을 넘어 정치와 사회, 외교, 안보, 문화 분야까지 전방위적으로 관계를 확대하려는 배경은 이것이 아우러져야 미래에 문제가 있을 때 보다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단 판단을 했기 때문이다.
고위 관계자는 "한국이 아세안을 우리에게 기회의 땅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순수한 경제 파트너로 바라보기보다 정치, 경제 등 복합적 관점에서 바라봐야 할 시점이 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상주의 관점에서 이익만 쫓겠다고 하면 아세안 안에서 벌어지는 일을 제대로 몰라 실수할 확률이 높다"며 "아세안과 복합적이고 포괄적인 관계로 나아가는 것이 우리 국익에 보탬이 된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윤 대통령의 제안에 아세안 정상들이 "대환영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한-아세안 정상회담에서 공통적으로 이태원 참사에 대한 애도 표시와 북한의 일련의 도발에 대해 공통적인 우려가 아세안 정상들에게서 나왔다"며 "한-아세안 관계가 단순히 경제 협력 파트너가 아니고 이제는 안보, 경제, 정치 이런 문제를 복합적으로 논의하고 그 바탕 위에서 발전을 심화시켜 나가는 관계가 필요하구나, 그런 시대가 도래했구나 하는 확인을 하는 자리가 아니었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ic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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