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2일 급수 5일 단수’ 역대 최악 가뭄, 완도는 지금 난리중

서충섭 기자 2022. 11. 12.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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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완도군 소안면 저수율 7%
"목욕도 못하고 지내"…완도군 매일 240톤 물 공수
전남 완도군 소안면의 한 주택 마당에서 수도꼭지를 열었지만 물이 없어 나오지 않는 모습2022.11.12./뉴스1

(광주=뉴스1) 서충섭 기자 = "소안도가 지금 난리가 나부렀소. 며칠째 씻지도 못해서 마을 사람들 다 냄새가 날 지경이라니까요."

국내 최대 전복 생산지인 완도가 50년만의 기록적인 가뭄을 맞으며 또다시 군민들이 물부족으로 목말라하고 있다.

지난 11일 전남 완도군 화흥포항에서 40분 걸려 도착한 주민 2300명 거주하는 소안도.

1973년 이후 가장 낮은 강우량으로 단수 조치에 들어가면서 소안도는 지난 11월 1일부터 일주일에 이틀만 물이 나오고 남은 닷새는 받아 둔 물로 생활하고 있다.

다른 집보다 고지대에 위치한 집을 찾아가 마당의 수도꼭지를 틀자 물이 몇 방울 나오는가 싶더니 뚝 끊겼다.

집 주인은 "엊그제 급수날에 물을 받아 놓으려고 했는데 집이 고지대라서 물이 올라오지 않아 물 탱크에 받아두지 못했다"며 "남은 닷새 동안은 꼼짝 없이 군청이 공수해 주는 물을 쓰거나 이웃집 가서 신세를 져야 할 판이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또다른 집도 사정은 마찬가지.

비서리 이장 이익수(62)씨도 이틀간 받아 놓은 물로 세 식구와 남은 닷새를 보내기 위해 노심초사 하고 있었다.

설겆이를 한 물을 두번, 세번 재탕을 해가며 쓰는가 하면 집에서 머리를 감거나 샤워를 하는 것은 꿈도 못 꾼다고 했다.

이씨는 "해마다 이게 뭐하는 일인가 모르겠다. 마을 사람들 다 씻지도 못해서 냄새가 난다"며 "예년에도 이맘때쯤 가뭄이 있긴 했는데 올해는 역대 최악이다"고 말했다.

농악단 단장을 지내기도 했던 이씨는 "오죽하면 기우제라도 지내볼까 해서 제주도에서 열린 큰 기우제를 보러 다녀오기도 했다"며 "일반 가정은 말할 것도 없고 물을 많이 써야 하는 숙박 업소나 김 공장은 언제 작업이 중단돼도 이상하지 않을 지경이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50년만의 역대 최악의 가뭄을 겪는 전남 완도군이 저수율이 7%까지 떨어진 소안면 미라제 저수지에 하루 240톤의 물을 급수하고 있다.2022.11.12./뉴스1

소안면은 지난 1일 수원지인 미라제 저수지의 저수율이 8%로 떨어지면서 2일 급수, 5일 단수를 시행하고 있다. 하루 하루 말라가는 미라제 저수지에 완도에서부터 배로 물탱크차를 실어다 매일 240톤의 물을 들이 붓고 있지만 이날 저수율은 7%로 더 떨어졌다.

배로 물탱크차를 실어 미라제 저수지에 급수하는 비용만도 하루 900만원이 소요되지만 이마저도 하지 않으면 당장 소안도 주민들은 물 없는 사막생활을 해야 한다.

힘겹게 공수된 물을 주민들이 서로 받아 놓으려다 바닥나는 것을 막기 위해 소안면 동부권은 목요일과 금요일, 서부권은 화요일과 수요일로 날짜를 정해 48시간 동안 물이 나오고 다음날 아침이면 여지 없이 물은 끊긴다.

완도군은 고지대에 있어 수압이 약해 물을 받아두지 못한 가정을 위해 급수 탱크를 싣고 직접 찾아가는 공수작전을 펼치고 있다.

이때문에 미라제 저수지 외의 또다른 지하수 관정을 파 식수원을 마련하자는 주장도 제기됐으나, 인근 마을 주민들의 반발로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지하수가 한정된 가운데 섬 지역에서 또다른 지하수 관정을 파면 기존 마을이 사용할 지하수가 줄어들기에 반대한다.

가뭄에 대비해 집집마다 물탱크가 자리잡은 전남 완도군 노화도 읍내 전경.2022.11.12./뉴스1

가뭄이 지속되면서 단수 조치가 완도군 전체로 확산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소안면 인근 노화도 주민들도 이미 이달 하반기쯤 되면 노화도도 단수 조치가 시행될 것이라 우려했다.

노화읍에서 30년간 미용실을 운영해 온 고모(61)씨는 "영업을 해야 하니까 물 탱크를 세 개나 가져다 두고 단수 조치에 준비하고 있다"며 "빠르면 다음주부터 노화도도 단수 조치에 들어가는 것 아니냐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미 수원지 저수율이 6%대까지 떨어진 노화 넙도는 지난 5월부터 현재까지 1일 급수, 6일 단수가 시행돼 오고 있다. 또 인구 3650명인 금일도도 지난 7일부터 2일 급수, 4일 단수에 들어갔다.

12일 밤부터 13일 새벽 사이에 시간당 강수량 2㎜의 비소식이 예고돼 있긴 하나 해갈에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해마다 반복되는 겨울철 가뭄에 도서민들의 피해가 이처럼 커져가는 가운데 완도군도 긴급 급수와 더불어 추가 수원 확보에 나설 방침이다.

완도군 관계자는 "계속해서 비가 내리지 않을 경우 제한 급수 지역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11월 말까지 급수선과 대형 관정을 통한 하천수 펌핑으로 수원지 용수를 보충하고 금일, 소안, 노화, 고금의 수원지 준설 착수 및 마을 단위 중형 관정 개발 사업을 추진하는 등 불편을 겪는 도서민들을 위해 장·단기 계획을 세워 대응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zorba8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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