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폭망하셨지요"···삼성전자, 하나만 담는 상품 나온다 [코주부]
한 종목 비중 최대 30%···안전자산으로 분류
주식 직접 투자 효과···퇴직연금 활용도 높일 수단 주목
상장지수펀드(ETF)에 관심 있으시다면 미국에 상장돼 있는 ‘TSLL’과 ‘TSLQ’에 대해 한 번쯤 들어보셨을 거에요. 둘 다 테슬라 한 종목에만 투자하는 단일 종목 ETF인데요. 물론 TSLL은 정방향(1.5배), TSLQ는 역방향(인버스·1배)으로 성격은 좀 다릅니다.
이렇듯 미국에 상장된 단일 종목 ETF는 대부분 레버리지·인버스 상품입니다. 신박하긴 한데 변동성이 크고, 수수료도 비싸(평균 1.05%) 투자하기 망설여지죠. 근데 이제 고민 끝! 변동성을 낮추고 수수료도 저렴할 것으로 예상되는 단일 종목 ETF가 조만간 국내에도 상장될 예정이거든요. 구체적으로 어떤 상품인지, 시장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짚어드리겠습니다.
국내에 첫 도입되는 상품인 만큼 용어부터 정리하고 갈게요. 단일 종목 ETF라고 부르고 있지만 사실 정확한 표현은 아닙니다. 미국처럼 진짜 한 종목에만 투자하진 않기 때문이죠. 우리나라는 투자 규정상 단일 종목 비중이 30% 이상을 넘을 수 없거든요. 그래서 국내 상장 예정인 단일 종목 ETF는 한 종목에 ‘집중’ 투자하는 ETF로 보시면 됩니다.
원래는 ETF에 최소 10종목 이상 담아야했어요. 예를 들어 주식형 ETF는 주식 10종 이상, 채권형이면 채권 10종 이상 이런 식으로요. 혼합형(주식+채권)으로 출시하려면 20종 이상. 예외가 있긴 했죠. 채권 중에서도 국채증권, 한국은행 통안채, 국가나 지자체가 원리금 지급을 보증한 채권으로 ETF를 만들면 3종 이상이면 출시가 가능합니다. 기존에 출시된 혼합형 상품 중 채권이 10개 넘는 ETF가 없는 이유는 모두 국채나 통안채 등을 섞은 상품들이기 때문이에요.
그러다가 지난 8월 금융투자업 규정이 개정되면서 단일 종목 ETF 출시가 가능해졌어요. 그럼 어떻게 바뀌었나. 자산유형별 구분 없이 총 10종 이상으로 기준이 변경됐어요. 주식을 1종만 담고 나머지 9종을 채권으로, 반대로 주식을 9종 채권을 1종으로 메우는 것이 가능해진 겁니다.
삼성·미래에셋 등 국내 6개 자산운용사가 단일 종목·소수 종목 ETF 출시를 준비하고 있어요. 단일 종목 ETF는 주식 하나(비중 30%)에 채권 9개, 소수 종목 ETF는 주식 5개, 채권 5개로 출시될 예정입니다. 한국거래소 상장심사를 통과했으니까 출시가 임박한 상황.
◆언제 살 수 있니?
디데이를 11월 22일로 잡은 자산운용사도 있습니다. 다만 서류 심사 과정에서 일부 자산운용사에 사소한 문제가 있어 심사 과정이 지연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립니다. 이르면 11월 말 늦어도 12월 초에는 출시될 전망입니다. 수수료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기존에 출시된 혼합형 ETF 수준(0.1~0.5%)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좋은 점 뭔데?
단일 종목 ETF의 가장 큰 장점은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똘똘한 종목(ex.대장주)만 담을 수 있단 점입니다. 물론 주가 상승기에는 해당 종목에 직접 투자하는 것보다 수익률이 낮을 수 있어요. 예컨대 삼성전자 주식이 10% 오르고 채권은 가격 변동이 없다 치면 삼성전자 단일 종목 ETF의 수익률은 3%에 불과합니다. 상승장에서 상승 폭이 제한되는 셈.
다만 반대로 하락장에선 방어가 가능합니다. 그래서 결론은, 기존 ETF보다 조금 더 높은 수익률을 얻고 싶으면서도 안정적인 투자를 원하는 투자자들이라면 관심을 가져볼 만 합니다.
새 상품이 나오는 만큼, 단일 종목 ETF에 대한 기대감이 큽니다. 2010년 이후 연평균 30% 가까운 성장세(순자산 증가율)를 보였던 국내 ETF 시장이 2020년 이후 연평균 16.6% 성장하며 속도가 느려진 상태거든요.
특히 퇴직연금의 활용도를 높일 수단이라는 점에서 호재일 수 있습니다. 규정상 퇴직연금은 30%를 안전자산에 투자해야 합니다. ETF 중에선 주식 비중이 40% 이하인 채권주식 혼합형 ETF를 담아야 맞출 수 있는 거죠(주식채권 혼합형은 주식 비중이 50~60% 정도라 위험자산으로 분류). 그런데 정작 지난해 퇴직연금 적립금 운용 현황을 보면 주식형펀드 비중은 전년 대비 92.8%(8조 원) 증가. 투자자들도 위험자산을 원하는 거죠. 이런 상황에서 주식 비중이 40% 미만인 단일 종목 ETF는 안전 자산이면서도 사실상 주식 한 종목에 투자하는 효과를 내니 투자자들의 관심이 클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만 미국의 단일 종목 ETF와 같은 레버리지 ETF가 아니라서 국내 투자자들이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일 수 있단 분석도 있습니다. 국내 ETF 시장에서 레버리지 ETF가 차지하는 비중은 9월 기준 11.2%로, 미국(1.2%), 일본(1.3%)과 비교하면 압도적으로 높습니다. 서학개미들만 봐도 10월 9일~11월 8일 사이 가장 많이 산 종목이 나스닥100지수 하루 수익률의 3배 수익을 내는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QQQ ETF(TQQQ)였으니까 알만하죠? 투자자들이 어떤 선택을 할 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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