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만 인공위성 만드는거 아니잖아요”...조선대의 눈물 [방방콕콕]

진창일 2022. 11. 12.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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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호에 큐브위성 실었던 유일한 지방대
기업은 ‘국가 바우처 사업’ 지원 가능하지만
대학 연구팀은 수억원 시험비용에 전전긍긍
“국산화 시도로 오히려 비용 늘면서 난항”
“인공위성 제작 경험 키울 지원·관심 뒷받침돼야”
조선대학교 큐브위성 개발 연구팀이 지난 6월 누리호 발사체에 실려 우주로 향했던 큐브위성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재섭 석사 과정생, 손민영 박사 과정생, 박태용 박사 졸업생, 김혜인 박사 과정생, 박재현 석사 과정생. [사진 제공 = 조선대학교]
“기업만 인공위성 만드나요”

지난 6월 30일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에 지방대 중 유일하게 큐브위성을 실려보낸 조선대학교 큐브위성 연구팀이 입을 모아 한 말이다.

이들은 큐브위성 제작 성과를 바탕으로 지난 2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상, 지난 4일 ‘2022 산학협력 EXPO’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성과를 거뒀음에도 한숨섞인 말을 내놨다.

유례없는 성과로 관심이 집중됐지만 순간에 그칠 뿐 지방대학이 인공위성을 연구할 수 있는 여건 조성에는 눈길조차 돌리지 않는 현실 때문이다.

그들은 2018년 기쁨 속에서도 그다지 달갑지 않았던 기억을 끄집어내며 말을 이어갔다. 손민영 박사과정생은 “2018년 호남권 최초로 인도 발사체를 이용해 큐브위성을 쏘았을 당시에도 엄청난 관심이 쏟아졌었다”면서도 “하지만 반짝 관심에 그쳤을 뿐이었고 지금도 그때와 마찬가지다”고 말했다.

대학교 연구팀이 인공위성을 개발하려면 기업보다 몇 배는 더 어려운 여건에서 시작해야 한다. 기업은 인공위성 개발에 필수적인 우주환경 시험 등에 대한 비용을 바우처 사업 등을 통해 지원받을 수 있지만 대학은 예외이기 때문이다.

조선대학교 연구팀이 지난 6월 자체 개발한 큐브위성을 누리호에 탑재하기 전 열진공시험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조선대학교]
오현웅 조선대 스마트이동체융합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인공위성을 제작하면 각종 부품이 개발 및 조립 단계마다 우주환경을 견딜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진동시험, 열진공시험 등을 반복해야 한다”며 “이번 큐브위성 제작에서도 1억5000만원에서 2억원 상당의 비용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조선대 연구팀이 제작한 ‘STEP Cube Lab-II’ 큐브위성은 6U(10×20×30cm)·9.6㎏ 규격으로 이번 누리호 발사에 실린 서울대, 연세대, KAIST 등 연구진의 다른 큐브위성과 비교해 가장 크고 무겁다. 비슷한 규모의 큐브위성을 만들 경우 필요한 예산은 통상 10억원 상당으로 조선대는 7억5000만원으로 개발했다고 한다.

오 교수는 “조선대 큐브위성은 부품의 국산화를 시도했기 때문에 더 많은 시험비용이 들었다고 보면 된다”며 “해외 부품은 과거 다른 발사체에 실려 우주환경에서 성능이 입증됐기 때문에 시스템 시험만 하면 되지만 국내 개발은 모든 것이 처음이기 때문에 하드웨어부터 시스템까지 전부 단계별 시험이 필요해 비용부담이 높았던 상황”이라고 했다.

조선대 연구팀은 큐브위성을 제작하면서 국내 기업과 손잡고 해외 의존도가 높은 핵심 부품을 국산화하는 모험을 했었다. 국내 산업체 핵심 부품에 조선대 연구팀에서 개발한 태양전지판 관련 신기술을 적용했고 국내 기술 핵심 부품 비중도 50%를 넘겼다.

조선대학교 연구팀이 지난 6월 누리호 발사를 앞두고 큐브위성 실험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조선대학교]
늘어난 국산화 비중만큼 비용도 늘어난 셈이다. 오 교수는 “이번 큐브위성 발사에 참여한 수도권이나 인공위성 등 우주관련 기업이 많은 대전 등에 위치한 대학들은 진동 및 열진공 시험시설이 갖춰져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여건은 나았던 상황”이라며 “대학도 기업처럼 국가 차원의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했다.

수도권 등 우주 관련 인프라가 밀집된 곳으로 인재들이 떠나는 안타까운 상황도 겹치고 있다. 손민영 박사과정생은 “지금 연구실에 있는 광주·전남권 학생들도 여건만 된다면 지역에서 취업하고 싶어하지만 쉽지 않다”며 “관련 기업이 있는 수도권이나 대전 등으로 취업 자릴 알아보는 것이 현실”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기회만 있다면 인공위성을 더 만들고 싶지만 비용적인 부분에서 지원이나 학생 수도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또 가능할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조선대 연구팀은 지방대가 수도권과 차별화된 인재를 키울 수 있는 여건이 필요하다고 본다. 오 교수는 “지방대학이 수도권과 똑같이 연구중심 교육과정으로 학생을 모으면 경쟁이 되지 않는다”며 “수도권과 달리 계속 큐브위성 등을 만들면서 실무에 적합한 인재를 육성할 수 있는 교육체계와 국가적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방방콕콕’은 전국 방방곡곡에서 발생하는 따끈따끈한 이슈를 ‘콕콕’ 집어서 전하기 위해 매일경제 사회부가 마련한 코너입니다. 지방자치단체의 소식부터 지역 경제 뉴스, 주요 인물들의 스토리까지 다양한 소식을 전하기 위해 현장에서 열심히 발로 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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