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뱅크먼 프리드 어디로? 월급 왜 안줘"…FTX 부실징후 많았다
10월엔 무작정 급여 늦춰…"어디 사느냐" 질문에도 당황
`부적절한 사업관계` 알라메다 여성 CEO와도 교제설 터져
올 봄에도 몇초 걸리던 고객 예금 인출에 몇시간 걸리기도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대체 샘 뱅크먼 프리드는 지금 어디 있는 건가요?”
고객자산 유용과 미국 규제당국의 비공개 조사, 그리고 뱅크런(고객 예치금 대규모 인출사태)까지, 글로벌 3대 가상자산 거래소인 FTX의 민낯이 드러나기 전부터 붕괴 조짐은 퍼지기 시작했다.
사라진 뱅크먼 프리드, 10월 급여도 늑장지급
11일(현지시간) 미국 블룸버그통신는 FTX의 전현직 임직원들의 증언을 통해 이번 사태가 터지기 얼마 전부터 사내에선 뱅크먼 프리드 창업주 겸 최고경영자(CEO)가 어디론가 사라진 것 아니냐는 얘기들이 나돌았다고 전했다. 심지어 어떤 설명도 없이 직원들에게 지급해야 할 10월 급여도 제 때 지급하지 못했다고도 했다.
그리고 이제서야 FTX에 얼마나 큰 문제가 있었는지가 확연하게 드러났다. 그 결과, 뱅크먼 프리드가 일궈 놓은 ‘크립토 제국’ 내 130여개의 자회사들이 모조리 파산보호 신청 대상이 됐다.
이 사건은 한때 FTX를 ‘가상자산업계의 JP모건’으로 불렀던 업계 플레이어들에게 엄청난 충격을 줬다. 이제는 ‘가상자산업계의 리먼 브러더스’가 되고 만 FTX에 대해 미국 금융당국이 조사를 벌이고 있다. 상황에 따라선 ‘가상자산업계의 엔론’이 될 수도 있다.
11일 아침에 FTX의 파산보호(챕터11) 신청 소식이 전해지면서 100만명에 이르는 FTX 투자자와 고객들은 자신의 돈을 돌려 받을 수 있을지부터 걱정했다. 뱅크먼 프리드를 믿고 FTX에 투자했던 실리콘밸리의 거물들도 굴욕적인 피해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 어디서 사나요”…말 못한 뱅크먼 프리드
두 어 달 전에 뱅크먼 프리드는 기자들과 가진 줌 컨퍼런스콜에서 간단한 질문 하나를 받고 당황했다고 한다. 한 기자가 “지금 어디에서 사는가”라고 묻자, 뱅크먼 프리드는 “어, 어”하며 말을 더듬더니 자신의 빈백 의자를 가리키며 “미안하다. 난 주로 여기서 자기 때문에 좀 머뭇거렸다”고 해명했다.
그는 FTX와 알라메다 리서치 고위 관계자들과 함께 본사를 둔 것으로 알려진 바하마에서 함께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는 “잘 모르겠다. 혼자 살고 있긴 하지만, 거기서 자진 않는다. 주로 쇼파나 빈백에서 잠들고 있다”고 했다.
사실 이번에 부적절한 사업 관계를 유지한 것으로 파악된 FTX와 알라메다는 경계가 거의 없는 회사였다. 심지어 최근 코인데스크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뱅크먼 프리드가 알라메다의 CEO인 캐롤라인 엘리슨과 데이트하는 사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알라메다 CEO와 연인설, 부적절한 관계
FTX와 알라메다 간의 관계는 그의 몰락을 파악할 수 있는 핵심이다. 이에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도 둘 사이의 사업이 얼마나 긴밀하게 얽혀있는지, FTX가 고객 자금을 어떻게 처리했는지를 조사하고 있다. 또 뱅크먼 프리드에게 알라메다와의 소유 지배관계에 관한 추가 자료까지 요청했다.
두 회사의 역할은 분명 달랐다. FTX는 고객들에게 예치금을 받고 300개 이상의 토큰 거래를 중개해주는 거래소였다. 레버리지 투자를 지원하는 대출도 제공했다.아울러 마이애미 히트 미 프로농구(NBA) 팀을 지원해 경기장에 FTX라는 이름을 붙였고, 미 프로야구(MLB)를 후원해 심판들의 셔츠에 로고를 박았다. 톰 브래디와 스티븐 커리 등 스포츠 스타를 홍보대사로 영입하는데에도 앞장섰다.
반면 알라메다는 외부에 거의 노출되지 않는 회사였다. 직원은 30명 정도에 불과했지만, 작년 한 해에만 10억달러 이상의 수익을 냈다. 거래소와 트레이딩 회사인 알라메다를 결합시킨 것이 위험의 시작이었다. FTX는 자체 발행한 FTT 토큰을 알라메다에 넘겼고, 알라메다의 자회사인 알라메다벤처스로부터 자금을 조달했다.
결국 FTX 제국의 몰락은 알라메다에서 촉발됐다. 지난주부터 알라메다의 대차대조표 상에 유동성의 거의 없는 FTT로만 자산이 계상돼 있고 미지급 부채가 산적했다는 보도가 나왔고, 그 때문에 자오창펑 바이낸스 CEO는 자기가 들고 있던 FTT 21억달러 어치를 청산하겠다고 했다.
그나마 바이낸스가 FTX를 구제해줄 가능성이 있었지만, 자오창펑은 FTX 인수를 위한 실사 하루 만에 “우리가 통제하거나 도울 수 있는 범위를 이미 벗어났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FTX와 알라메다가 60억달러 규모의 잠재 부실을 떠안고 있다는 걸 실사에서 확인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몇초면 되는 예금인출에 몇시간 걸리다니
사실 10월 급여 늑장 지급 이전에도 비슷한 일은 있었다고 한다. 올 봄에도 테라 사태가 터지고 쓰리애로우즈캐피털, 셀시우스 파산 때 FTX는 회사 직원들에게 급여로 지금은 가치가 사라진 FTX 지분을 받도록 강요하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일부 투자자들은 회사에서 수백만달러의 자금을 인출하기도 했다.
한 내부인은 “원래 투자자들이 자금 인출을 요청하면 몇 초면 끝나는데, 그 때 몇 시간이 걸리기도 했는데 그 때부터 뭔가가 잘못됐었던 것 같다”고 토로했다.
개인투자자들과 달리, 오히려 대주주들은 철저하게 소외됐었다. 벤처캐피탈 등 초기 투자자들은 바이낸스가 FTX 인수의향서(LOI)를 체결한 날에야 사태를 파악하게 됐다고 한다. 사건 초기만해도 대부분 VC 투자자들은 이 사태가 크게 확산되지 않을 것으로 낙관했다고 한다.
이제 희망은 사라지고 있다. FTT 토큰 가격은 80%나 폭락했다. 마이애미에 있는 FTX의 미국 법인인 FTX US의 사무실 간판도 사라졌다고 한다. 뱅크먼 프리드를 대신해 FTX CEO를 맡은 존 J.레이 3세는 과거 엔론을 비롯한 많은 파산 기업에서 임원을 맡아 구조조정을 처리한 인물이다.
이정훈 (future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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