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트럭시위 엔씨는 '대박'  ②마차시위 카겜은 '쪽박'...운명은 엇갈렸다

송주용 2022. 11. 12.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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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씨, 유튜버 뒷광고 논란에 '트럭 시위' 직면
카겜, 우마무스메 논란으로 '마차 시위' 겪어
엔씨는 위기 넘어 '어닝 서프라이즈' 기록
카겜은 모바일게임 매출 하락 직격탄
해외시장 성장·논란 해소 정도가 성적표 갈라
리니지2M 이용자들이 엔씨소프트의 유튜브 뒷광고 논란에 항의하기 위해 8월 5일 경기 성남시 판교에 있는 엔씨소프트 본사 앞에서 트럭 시위를 펼치고 있는 모습. 유튜브 캡처

올해 여름 경기 성남시 판교는 성난 게이머들이 몰고 온 트럭과 마차 시위로 달아올랐습니다. 트럭이 향한 곳은 한국 대표 게임사인 엔씨소프트였습니다. 마차가 달려간 곳은 국내 최대 플랫폼 기업 카카오 계열사 카카오게임즈였죠. 엔씨소프트는 모바일게임 '리니지2M'이 유튜버 뒷광고 논란에 휩싸였고 카카오게임즈는 모바일 경주게임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 운영 미숙으로 이용자들의 거센 질타를 받았습니다.

닮은 듯 다른 두 사건은 개별 기업의 문제를 넘어서 한국 게임산업에 드리워진 그림자를 꾸밈없이 보여준 사건으로 기록됐습니다. 두 회사가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에 게임업계 전체의 이목이 쏠렸습니다. 엔씨소프트와 카카오게임즈가 위기 직후 받아 들 성적표 결과에 따라 마케팅과 게임 개발, 신작 출시 계획까지 모두 달라질 수 있고 게임 산업 전반의 연쇄 파장도 걱정되기 때문이죠.

그리고 마침내 올해 3분기 두 회사의 실적이 발표됐습니다. 엔씨소프트는 시장 예측치를 뛰어넘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고, 반대로 카카오게임즈는 예측치를 밑돈 '어닝 쇼크'라는 성적표를 받아 들었습니다.

기업의 실질적 이익을 평가하는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봤을 때 엔씨소프트는 2분기 대비 17% 증가했고, 카카오게임즈는 약 46% 고꾸라졌습니다. 두 회사 모두 게임 이용자들로부터 비판받고, 수습에 애를 먹었는데요, 왜 이런 실적 차이가 생긴걸까요.


엔씨소프트, 해외 시장 견고한 성장

엔씨소프트의 게임 '리니지W' 화면. 엔씨소프트는 올해 3분기 북미, 유럽, 아시아 등 해외시장에서 탄탄한 성장세를 보였다. 리니지W 게임 캡처

엔씨소프트는 올해 3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6,042억 원, 영업이익 1,444억 원, 당기순이익 1,821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2분기 대비 매출액은 4% 줄었지만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17%, 53% 증가했는데요. 8월 5일 리니지2M 유튜버 뒷광고 논란으로 판교 본사 앞에서 트럭 시위가 펼쳐졌고, 리니지 유저들의 서비스 이탈 조짐까지 보였던 것을 고려하면 꽤 괜찮은 성적이라는 평가입니다.

실제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엔씨소프트 3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전망치를 각각 5,727억 원, 1,042억 원, 922억 원으로 제시했는데요. 이를 모두 뛰어넘었습니다.

엔씨소프트가 위기를 극복한 첫 번째 배경은 해외 시장 활약입니다. 3분기 지역별 매출을 살펴보면 한국 3,754억 원, 아시아 1,408억 원, 북미·유럽 448억 원으로 기록됐습니다. 1년 새 아시아 지역은 48%, 북미·유럽 시장은 62% 성장했다고 하네요.


게임산업 '자뻑 마케팅'으로 옮겨 간 뒷광고 논란

리니지2M 개발을 총괄한 백승욱(가운데) 엔씨소프트 본부장과 개발자들이 유튜브를 통해 리니지2M 뒷광고 논란을 해명하고 있다. 엔씨소프트 측은 광고 계약을 맺은 리니지W 방송 횟수에 리니지2M 방송을 포함시킨 것을 인정하면서도 리니지2M 방송 축소를 방지하기 위한 장치였다고 말했다. 리니지2M 유튜브 캡처

트럭 시위 원인이 된 뒷광고 논란이 어느 정도 해소된 영향도 있습니다. 엔씨소프트 트럭 시위는 한 유튜버가 시작했습니다. 그는 엔씨소프트로부터 PC온라인 게임 '리니지W' 방송을 대가로 광고료를 받았는데요. 모바일게임 리니지2M으로 방송해도 계약된 방송 횟수로 인정받았다고 폭로했습니다.

게이머들은 '엔씨소프트가 사실상 뒷광고를 진행했다'며 펄쩍 뛰었고, 트럭 시위까지 했죠. 회사 측은 문제가 커지자 리니지2M 개발을 총괄한 백승욱 본부장과 개발자들의 사과 영상을 올렸고 광고 계약 조건도 수정했습니다.

다만, 이 논란의 무게 추는 시간이 흐르면서 엔씨소프트만의 돌출 행동보다는 게임업계 전반에 퍼져 있는 '자뻑 마케팅' 쪽으로 옮겨 갔습니다. 자뻑 마케팅은 게임사들이 만든 게임을 내놓은 뒤 돈을 추가로 들여서 유튜버 광고 등을 만드는 방식인데요. 게임사들의 출혈 경쟁 사례로 꼽힙니다. 해외 시장의 성장과 뒷광고 논란이라는 악재가 잠잠해지면서 엔씨소프트는 실적 부진의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던 거죠.


카카오게임즈, 모바일게임 실적 악화

카카오게임즈가 국내에 서비스 중인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 이용자들이 9월 13일 카카오게임즈가 위치한 경기 성남시 판교역 일대에서 마차 시위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우마무스메 이용자들은 카카오게임즈가 일본 서버와 한국 서버를 차별했다고 주장했다. 뉴스1

반면 카카오게임즈는 마차 시위 논란에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마차 시위는 카카오게임즈가 일본에서 판권을 사와 국내에 서비스하는 모바일게임 우마무스메에서 시작됐는데요. 우마무스메 국내 이용자들은 일본 서비스와 비교했을 때 중요 이벤트 공지와 재화 지급에서 차별을 받았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8월 29일과 9월 13일 두 차례에 걸쳐서 판교에 있는 카카오게임즈 본사 앞으로 마차를 끌고 가 시위에 나섰죠.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카카오게임즈 운영진은 9월 17일 게이머들과 긴급 간담회를 열어 자그마치 여덟 시간 동안 토론을 펼쳤습니다. 운영진은 시종 낮은 자세를 취했지만 유료 아이템 등에 대한 환불을 요구하는 일부 게이머들의 주장에 뜨뜻미지근하게 대응하면서 또다시 반발을 샀죠. 결국 우마무스메 이용자들은 카카오게임즈와 환불 소송을 감행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러는 사이 우마무스메 이용자가 빠르게 줄었습니다. 6월 20일 출시 이후 일 매출 150억 원까지 기록했던 이 게임은 '별점 테러'를 당하는 등 수난을 겪었죠.

결국 카카오게임즈는 우마무스메 마차 시위 논란을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3분기 카카오게임즈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3,069억 원과 437억 원인데요. 전 분기 대비 매출액은 9%, 영업이익은 46% 감소했네요. 특히 영업이익은 시장 예측치 711억 원의 62% 수준입니다.

영업이익 감소는 특히 우마무스메 등 모바일게임 실적 악화가 뼈아팠는데요. 카카오게임즈 모바일게임 매출액은 1,970억 원으로 이전 분기 대비 8%, 전년 동기 대비 52% 감소했습니다.

한편 카카오게임즈와 환불 소송을 벌였던 이용자들은 11일 "아쉬움은 남지만 게임의 정상화가 이뤄졌다"며 관련 소송을 모두 취하한다는 소식을 전해왔는데요. 이미 카카오게임즈가 3분기 성적표를 만회하기엔 늦었습니다. 카카오게임즈가 이용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문제 해결에 적극적이었다면 트럭 시위를 피해 간 엔씨소프트처럼 좀 더 나은 성적표를 받지 않았을까라는 아쉬움도 남네요.


"오딘·우마무스메 넘어설 대표작 만들어야"

'한국 서버 차별' 논란을 겪은 카카오게임즈 모바일게임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 게임 장면. 우마무스메 게임 내 캡처

카카오게임즈는 이 밖에도 "대표작이 부족하다"는 이용자들의 비판도 받고 있습니다. 실제 카카오게임즈는 우마무스메와 오딘: 발할라 라이징 등을 빼면 흥행작이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요. 그러다 보니 위기 앞에서 휘청였다는 지적이죠. 엔씨소프트가 북미, 유럽, 아시아 등 해외시장 성장을 바탕으로 위기를 이겨낸 것과 달리 카카오게임즈는 나라 밖에 있는 시장을 충분히 개척하지 못했다는 것도 두 회사의 운명을 가른 포인트 중 하나입니다.

카카오게임즈는 4분기 공격적으로 새 작품을 내놓으며 상황을 뒤집겠다는 각오입니다. PC온라인 생존게임 '디스테라'와 모바일게임 '아키에이지 워', 액션게임 '가디스 오더' 등을 차례로 시장에 선보인다고 하네요. 또 인기작 오딘의 일본 및 북미지역 서비스도 강화한다고 합니다. 이제 소비자들의 눈은 4분기로 향합니다. 카카오게임즈가 과연 계획대로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고 마차 시위 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두고 볼 일입니다.

송주용 기자 juy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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