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창작자) 씨가 마르면 어부(OTT)는 살 수 있을까[이진구 기자의 對話]

이진구기자 2022. 11. 12.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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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영화 '담보' '하모니'를 만든 강대규 감독을 만났습니다.

8월 말 '천만 감독' 등 국내 영화감독 200여명이 국회에 모인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죠.

그런데 저는 오히려 법이 개정돼 창작자들에게 정당한 보상이 지급되는 게 길게 보면 OTT 등 최종 플랫폼 산업계가 더 많은 돈을 버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입니다만, 넷플릭스나 디즈니+, 티빙 등 국내외 OTT에 볼 게 없으면 장사가 되겠습니까? 볼거리를 만드는 원천은 감독·작가 등 창작자들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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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담보’ ‘하모니’의 강대규 감독 편
얼마 전 영화 ‘담보’ ‘하모니’를 만든 강대규 감독을 만났습니다. 그는 ‘해운대’ 조감독, ‘히말라야’ ‘공조’ 각색 등을 맡았던 충무로의 차세대 유망주지요. 강 감독을 만난 이유는 창작자의 정당한 보상 문제에 대해 듣기 위해서였습니다.

창작자가 정당한 보상(저작권료)을 요구하는 것은 너무 당연합니다. 8월 말 ‘천만 감독’ 등 국내 영화감독 200여명이 국회에 모인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죠. 그런데 관련 법 개정이 가시화되자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사업자 등 콘텐츠를 송출하는 최종 플랫폼 산업계의 반대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들은 법으로 저작권료를 보장하면 △사적 계약의 자유가 침해되고 △저작물 권리자와 이용자 간 균형 발전이 저해되며 △복잡한 권리 제도로 인해 오히려 영상 콘텐츠 유통도 위축될 수 있다고 합니다. 또 감독·작가에게만 저작권료를 챙겨준다면 영화에 참여한 다른 직군과의 형평성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고 하더군요. 얼핏 그럴듯해 보입니다만, 대부분의 감독이 작품 계약 시 완전 ‘을’ 입장이라는 걸 생각하면 ‘사적 계약의 자유’와 ‘균형 발전’ 운운은 ‘갑’의 입장을 대변한 말이 아닌가 싶습니다. 한국영화감독조합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대부분의 감독이 평생 만드는 상업영화가 5편 미만이라는 게 그 반증이지요. 평생 기회가 5번도 채 안 오는 감독들이 조건을 따져가며 계약하기란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그런데 계약의 자유라니요.

강대규 감독


이런저런 이유를 말하지만 결국 최종 플랫폼 산업계가 법 개정에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돈 문제인 것 같습니다. 저작권법이 개정되면 콘텐츠의 복제·배포·방송·전송 등의 행위로 발생한 수익 중 일부를 창작자에게 지급해야 하니까요. 예를 들어 넷플릭스 같은 OTT 사업자는 저작권을 가진 제작사나 투자사에서 영상 콘텐츠를 사와 방송합니다. 방송으로 인해 발생하는 수익은 OTT 몫이었죠. 그런데 법이 개정되면 사 오는 비용과 별개로 이후에 방송·배포 등으로 발생한 수익 중에서 일부를 창작자에게 지급해야 합니다. OTT 입장에서는 손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요.

그런데 저는 오히려 법이 개정돼 창작자들에게 정당한 보상이 지급되는 게 길게 보면 OTT 등 최종 플랫폼 산업계가 더 많은 돈을 버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입니다만, 넷플릭스나 디즈니+, 티빙 등 국내외 OTT에 볼 게 없으면 장사가 되겠습니까? 볼거리를 만드는 원천은 감독·작가 등 창작자들이죠. 국내 영화감독들의 연 평균 소득이 2000만원이 안 되는 게 우리 현실입니다. 창작자들이 모두 고흐나 밀레도 아닌데 생활고에 시달리면서 어떻게 좋은 작품을 만들겠습니까.



전에도 언급했지만 ‘범죄도시’의 강윤성 감독은 첫 번째 상업 영화가 무산된 후 두 번째를 찍는 데 17년이 걸렸습니다. 그 작품이 ‘범죄도시’죠. 그 기간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강 감독은 지금도 영화를 지망하는 청년들에게 “꿈에 목숨까지 걸지는 않았으면 한다”라고 조언한다더군요. 당장은 안 주던 돈을 줘야 하니 OTT들로서는 수익이 준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부들도 아직 어리거나 산란기 물고기는 바다에 놔 줍니다. 물고기가 없으면 어부들도 살 수 없으니까요. 저는 정당한 보상 문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작품이 많이 나오면 OTT 사업자들은 당연히 돈을 많이 법니다. 그렇다면 OTT 사업자들이 창작자들에게 정당한 보상을 해주는 것은 손실이 아니라 자기 밭에 씨를 뿌리는, 투자가 아니겠습니까. 그로 인해 1000억원 시장을 10조원 시장으로 만든다면, 오늘 지출한 적은 돈과는 비교할 수 없을 큰 이득이 생길 것입니다. 그게 더 나은 선택이 아닐는지요.

영화 ‘담보’ 촬영 중인 강대규 감독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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