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 수직 세계로 입문, 안전장비 어디서, 어떻게 구할까?

한겨레 2022. 11. 12.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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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 알고 쓰는 등산장비 이야기]알고 쓰는 등산 장비 이야기
헬멧·하강기 등 전용 장비 마련
안전 최우선, 인증 제품 쓰고
한달 과정 입문 교육 큰 도움
미국 본토 최고봉인 캘리포니아주 휘트니 산을 오르는 사람들.

암벽등반은 깎아지른 수직의 절벽에서 길을 찾는 운동이다. 지난 글(10월8일치 ‘수직의 등산로, 거기 새로운 산이 있다’)에서 암벽등반 필수장비를 간단하게 알아보았는데, 이번 편에선 구체적으로 어떤 제품을 어디서 구매해야 하는지 알려드리려 한다. 많은 취미활동이 그렇지만 사람들이 새로운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되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관련 장비를 준비하는 것이다. 소비자 입장에서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암벽등반 장비들은 유행에 따라 크게 변하거나 가격 거품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헬멧, 하네스, 하강기, 로프 등 암벽등반 필수장비는 어떤 걸 골라야 할까? 수많은 제품 중에서 일단 먼저 살필 것은 국제산악연맹(UIAA)의 인증을 받은 제품인가 확인하는 것이다.

때와 장소에 맞는 안전 장비 구비

우선 헬멧. 외부 충격으로부터 머리를 보호하는 헬멧은 암벽등반 이외에도 산업현장, 로드사이클, 모터사이클 등 여러 분야에 사용된다. 암벽등반용 헬멧은 몇 가지 특징들을 가지고 있다. 우선 암벽등반용은 로드사이클이나 모터사이클처럼 착용자의 빠른 이동, 즉 속도가 중요하지 않으므로 공기역학을 고려한 유선형일 필요는 없다. 유선형 헬멧은 섬세한 몸동작을 필요로 하는 암벽등반을 할 때 오히려 방해될 수도 있다. 암벽등반용 헬멧은 머리 형태와 유사한 것이 좋다. 구매는 전문 장비점을 방문하여 직접 착용해보고 선택하는 게 좋다. 암벽등반 경험이 많은 동료가 있다면, 함께 가서 도움을 받는 것도 좋다.

전신 벨트인 하네스는 허리와 양다리를 감싸는 구조다. 허리둘레에 따른 사이즈 규격이 다르므로 자신의 허리둘레에 맞는 제품을 골라야 한다. 하네스는 실내 암벽 시설에서 사용하냐, 실제 암벽에서 사용하냐, 오랜 시간 등반하냐 아니냐에 따라 선택지가 조금씩 달라진다. 높은 암벽을 여러 구간으로 나눠 등반하는 경우에는 장시간 등반에 용이하게 패드가 푹신한 제품이 좋다. 실내 암벽장에 주로 간다면 패드가 두꺼울 필요는 없다. 줄사다리 등의 보조 장비를 많이 활용하는 인공 등반(aid climbing)용 하네스는 따로 있는데, 취미로 암벽등반을 하는 이들 대부분 자유 등반을 즐기므로 보통은 고려 사항이 아니다.

튜브형 확보기(왼쪽)와 자동 확보기.

하강기는 내려갈 때뿐 아니라 앞서 등반하는 사람의 추락을 방지하는 ‘확보’를 할 때도 사용하므로 확보기라고도 부른다. 따라서 하강기와 확보기가 다른 것인 줄 알고 각각 따로 구매할 필요는 없다. 입문자들에게는 튜브형 하강기를 추천한다. 암벽등반 시스템을 잘 이해하고 있고, 경험이 많다면 자동 확보기가 편리하지만 초보자들에게는 권장하지 않는다. 자동 확보기에 실수로 로프를 반대 방향으로 넣을 경우 치명적인 사고 위험이 있으며, 실제 사고 사례도 보고된 바 있다.

암벽등반용 로프는 소재 기술이 발전하면서 점점 가늘고 가벼워지고 있다. 로프가 가벼워지면 중력을 거스르는 암벽등반에 유리하지만 확보기가 오래된 경우에는 가는 로프를 제대로 못 잡아줄 수도 있다. 그 때문에 가능하면 지름 9~10㎜ 사이의 제품을 고르는 게 좋다. 로프의 길이는 60m가 거의 표준으로 자리 잡았지만 최근에는 70m 제품도 출시되고 있다. 60m가 표준으로 자리 잡은 것은 멀티 피치 등반(암벽을 여러 구간으로 나눠 등반하는 것)이 보통 한 구간(피치·pitch) 10m 이상 30m 이하이기 때문이다. 한 구간 길이의 2배보다 짧은 로프, 예를 들어 25m 구간에서 50m 이하의 로프를 사용한다면 여러 명이 등반할 때 앞서 오르는 등반자가 다시 로프를 내려주어야 다음 등반자들이 등반할 수 있어 등반의 흐름이 원활하지 못하다. 하강할 때는 대부분 로프를 반으로 접어 두 줄을 타고 하강하는데 한 구간 길이의 2배보다 짧은 로프는 한 줄 하강을 해야 하므로 이 역시 불편한 일이다.

암벽등반에 입문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전문 등반 교육기관에서 충분한 안전교육과 장비 사용법을 배울 것은 권장한다. 암벽등반 교육은 대한산악연맹이나 한국산악회 등 전국 단위 산악 단체에서 매년 2차례씩 교육 과정을 운영하고 있으며, 코오롱등산학교나 서울등산학교처럼 기업에서 운영하는 교육기관도 있다. 이들 교육기관은 대부분 수십 년 동안 체계적인 교육경험을 쌓았고, 오랜 암벽등반 경험을 가진 강사진들이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대부분 한달 과정으로 운영되는데 일생일대의 새로운 세계로 입문하는 것이므로 한달 정도는 자기 일상을 투자할 가치가 충분하다.

쉽다고 덜 위험한 게 아냐

암벽등반 교육기관에 등록할 여유가 없다면 가까운 실내 암벽장을 찾아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최근 많이 늘어난 실내 암벽장에서 암벽등반에 대한 기초, 장비사용법을 익힐 수 있으며, 자체적으로 외부의 자연 암벽을 찾아 등반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들이 많으므로 본격적으로 암벽등반하기 전에 사전 정보를 얻는 데도 도움이 된다.

많은 아웃도어 활동은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수준의 위험에 노출된다. 등산 입문자들은 근교 산을 찾다가 어느 정도 경험과 체력이 준비되면 설악산이나 지리산을 찾고, 장거리 종주 산행에 나선다. 달리기에 입문하는 사람들은 처음에는 5㎞, 10㎞를 목표로 하다가 마라톤 종주에 도전한다. 그러나 암벽등반은 등반 루트의 난이도는 있지만 난이도와 상관없이 위험의 정도는 동일하다. 암벽등반에서는 쉽다고 덜 위험한 곳은 없다는 점을 명심하자.

글·사진 이현상 그레이웨일디자인 대표, <인사이드 아웃도어>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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