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원짜리 변호사’ 남궁민을 만나고 싶다..인생 저당잡히기 전에 [김재동의 나무와 숲]
[OSEN=김재동 객원기자] 백현무(이덕화 분)는 말했다. “난 인간의 탐욕과 이기심을 믿었다네. 내가 믿어왔던 것들은 항상 결과가 정해져 있었어.”
천지훈(남궁민 분)이 답했다. “전 인간의 정의와 이타심을 믿습니다. 대표님과는 달리 결과가 정해지지 않은 것을 믿습니다.”
SBS 금토드라마 ‘천원짜리 변호사’ 가 막을 내렸다. 당연히 천지훈의 정의는 구현됐다. 드라마 속 만악의 근원 JQ그룹 회장 최기석(주석태 분)은 무기징역을 선고받았고 뇌물을 받고 최기석을 비호했던 세력들은 특별검사로 임명된 천지훈이 휘두른 칼날에 우수수 쓰러졌다.
특검에서 돌아온 천지훈은 특검출신 변호사인만큼 수임료를 50%정도는 인상하자는 사무장(박진우 분)과 백마리(김지은 분)의 요구를 단칼에 거절하고 2222년이 돼도 수임료는 1,000원 일 것을 천명한다.
백현무가 믿었던 인간의 탐욕과 이기심은 언제나 ‘희생’을 동반한다. 내가 더 갖자면 뺏기는 누군가가 있기 마련이고 나를 지키자고 가시를 곧추세우면 찔리는 누군가가 있기 마련이다. 탐욕과 이기심에 근거한 세계관이라면 항상 결말은 뻔하다. 더 탐욕스러운 인간이 덜 탐욕스런 이보다 더 갖게 되고 더 이기적인 인간이 덜 이기적인 사람을 짓밟고 올라선다.
하지만 정의와 이타심에 근거한 세계관이라면 사정이 달라진다. 남을 해쳐가며 탐욕을 부린 인간은 심판받고 남을 짓밟고 제 이기심을 채우려다간 벌을 받는다.
더 가져서, 더 힘 세서 당장은 이기는 듯 보여도 노자가 도덕경에서 밝힌대로 천망회회 소이불실(天網恢恢疎而不失), 하늘의 그물은 크고 커서 성긴 듯하지만 빠뜨리지 않는다는 믿음이 곧 희망이 된다.
천지훈은 2화에서 소매치기 전과자가 동종범죄 피의자로 몰렸을 때 증거랍시고 빈 나무상자를 검사시보 백마리에게 건네며 무죄라는 증거는 없으니 그 빈상자에 유죄의 증거를 넣어보라고 말했다. 백마리는 아무 것도 넣을 수 없었고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피의자는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후 천지훈은 말했다. “검사님이나 저나 스스로 진실을 정의할 수 없습니다. 그저 가까이 다가가려고 할 뿐이지. 이번에는 제가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갔다고 생각합니다”고.
천지훈의 세계관 속에선 진실에 더 가까이 가려는 노력 여하에 따라서 결말은 언제든 뒤바뀔 수 있다. “결과가 정해지지 않는 것을 믿는다”고 천지훈이 말한 이유다.
천지훈은 존경했던 할아버지에게 실망한 백마리를 위로하며 백현무에 대해서도 평한다. “대표니까 현실적일 수밖에 없잖아요. 그리고 현실적인 게 나쁜 것과 같은 말은 아니잖아요.”
드라마속 악의 축 최기석의 몰락은 결국 그의 탐욕과 이기심 탓이었다. 최기석은 JQ제약이 독점으로 보유한 마약성 진통제의 규제 완화를 위해 비자금으로 정치권에 대대적인 로비행각을 벌였다. ‘더 많은 돈’에 눈이 먼 탓이다.
그 비리가 파헤쳐질 위기에 처하자 천지훈의 아버지 김윤섭(남명렬 분)의 자살을 교사하고 이주영(이청아 분)의 살해를 교사하고 천지훈마저 제 손으로 죽이려 한다.
같은 시각 방송된 MBC 금토드라마 ‘금수저’속 진선혜(한채아 분)가 황현도(최원영 분)를 향해 말한 ‘가난의 얼굴’이 최기석에게서도 여실하다.
세상은 부(富)도, 고통도 평등하게 분배되지 않는다. 잘 살고 싶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당연한 욕망이다. 노력해 번 돈으로 빌딩을 사고 요트를 사는 것은 누구나의 워너비다. 하지만 돈으로 누군가의 양심을 사고 인생을 사고 자신의 면죄부를 사려해선 안된다.
천지훈은 수임료 1,000원을 고집하는 이유에 대해 “왜 천원만 받느냐는 나에게 중요하지 않더라구. 천원만 받으면서 누군가를 도와줄 수 있다는 마음이 중요하지” 라 밝혔다. 바꿔말하면 양심을 팔라고, 인생을 저당잡히라고 강요하는 세파에 휘청이는 모두를 돕고 싶다는 바람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천원짜리 변호사‘는 끝났지만 그에 버금가는 변호사들이 많아졌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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