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 먹을건데”...샤인머스캣이 성조숙증 유발한다고? [방영덕의 디테일]

방영덕 2022. 11. 12.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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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인머스캣 2kg당 가격 1~2만원대로 ‘뚝’
성조숙증 우려·품질저하로 덜 찾아
전문가들 “성조숙증 유발은 전혀 근거 없어”
오히려 품질 향상이 급선무란 지적
“요즘 값이 싸졌다지만 도통 손이 안 가요. 성조숙증 일으킨다면서요.”

초등학교 1학년 딸을 키우고 있는 한 엄마의 말입니다. 달콤한 과즙에 씨를 가려내는 불편함이 없는 과일이라 딸에게 종종 사주었던 엄마입니다. 그런데 최근 주변에서 아이에게 성조숙증을 야기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나서부터는 도저히 못 먹이겠다는 것입니다. 프리미엄 과일 ‘샤인머스캣’에 관한 얘기입니다.

샤인머스캣 가격이 확실히 하락했습니다. 1년 전 4만원에 육박했던 샤인머스캣 한 상자(2kg)의 가격이 최근 1~2만원대로 뚝 떨어졌습니다. 내 아이가 좋아한다면 사먹여 볼 만한 가격이 됐습니다만, 정작 소비자들 사이에선 “불안해서 못 먹이겠다”는 말이 나옵니다. 샤인머스캣에 들어간 호르몬제가 성장기 어린이들에게 성조숙증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 그 불안의 원인입니다.

온라인 맘카페에서도 “인위적으로 과육 크기를 키우려고 넣은 호르몬제가 좋을 리 없다” 등의 반응이 눈에 띕니다. 정말로 샤인머스캣을 많이 먹으면 성장기 어린이들에게 해로운 것일까요? 성조숙증을 야기하는 것일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NO’ 입니다. 전문가들에게 물어보니 이들은 모두 “안심하고 먹어도 된다”라고 강조했습니다. 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사진출처 = 픽사베이]
우선 농가에서는 샤인머스캣을 키울 때 씨를 없애기 위해 단백질 합성을 막는 항생물질 스트렙토마이신을 뿌립니다. 스프레이로 살짝 도포하는 수준입니다.

그런 다음 씨 없이도 열매가 성장하고 또 과육의 크기를 키우기 위해 생장조절제, ‘지베렐린’을 또 뿌립니다. 이 역시 스프레이기와 같은 기계를 이용해 뿌린다고 합니다. 소비자들은 이 지베렐린이 성조숙증을 유발한다고 의심하고 있는데요.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지베렐린은 식물성 호르몬이므로 인체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강조합니다.

박희라 식품의약품안전처 연구관은 “지베렐린이 성조숙증을 일으킨다는 소문은 근거가 없다”며 “지벨렐린은 식물 자체 내에서 생성되는 식물호르몬이어서 인체 위해가능성이 없는 물질이다”고 밝혔습니다.

식약처에 따르면 테스토스테론이나 에스트로겐 같은 동물성 호르몬은 사람이나 동물의 발육에 관여해 잘못 사용할 경우 생장 및 발육 저하, 정자 수 감소, 여드름 유발 등 여러가지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와 달리 식물성 호르몬은 작용 원리가 동물성 호르몬과 달라 인체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세계보건기구에서도 지베렐린은 안전하다고 판단해 일일 섭취 허용량을 따로 설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레드 샤인머스캣 [사진출처 : SSG닷컴]
아시다시피 샤인머스캣은 일본에서 이미 1950년대 후반 개발된 과일이지요. 반세기가 지나도록 안전하게 먹어 온 샤인머스캣에 대해 갑자기 호르몬계 부작용이 있다고 의심하는 것은 근거가 없고 불필요하다는 게 전문가의 의견입니다.

박서준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농업 연구관은 “지베렐린은 샤인머스캣의 씨를 없애 먹기 편리하게 하고, 과육을 크게 해 상품 가치를 높이기 위해 뿌린 호르몬제일 뿐 인체에는 해롭지 않다는 게 팩트”라고 강조했습니다.

박 연구관은 “이미 우리나라에서도 70년대부터 지베렐린을 이용한 포도들이 재배돼왔지만 그 동안 인체에 호르몬계 부작용을 일으켰다는 보고는 없었다”며 “샤인머스캣이 성조숙증 등 인체 부작용을 유발할 것이란 우려하지 않고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드시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는데요.

사실 샤인머스캣 농가에서 현재하는 고민은 샤인머스캣의 ‘품질 회복’에 있습니다. 성조숙증과 같은 부작용 우려는 근거 없는 소문일 뿐이어서 큰 문제가 안 된다는 입장입니다. 오히려 ‘맛이 예전만 못하다’는 소비자들 평가가 뼈아픈 지적인 것이죠.

정성껏 재배했지만 맛이 없어서 소비자들이 사먹지 않게 되는 것을 가장 우려하는데, 이에 대한 전문가들의 해법도 들어봤습니다.

박 연구관은 “기본적으로 샤인머스캣 수확량이 많아진 것이 품질 저하를 야기하고 있다”며 “현재 샤인머스캣 재배 농가에서 300평당 4000kg까지 수확량이 나올 만큼 포도나무를 많이 심어 문제”고 지적했는데요.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국내 전체 포도 재배면적은 1만3000ha입니다. 이 중 샤인머스캣 재배면적은 40% 육박하는데, 이 재배면적 비중이 결코 높은 것은 아니라는게 농촌진흥청의 판단입니다.

다만 재배 농가에서 포도나무 한 가지당 한 송이 열매만 열리도록 심어야하는데 수확량을 늘리려고 무리하다보니 한 가지당 두세 송이씩을 심어 품질 저하를 야기한다는 것이죠.

박 연구관은 “재배면적 300평당 2000kg의 수확량을 얻을 수 있게 심어야 포도 알들이 모두 건강하고 골고루 익어 맛이 좋다”며 “그러기 위해 농가에서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은 포도나무 한 가지당 한 송이 샤인머스캣만 자랄 수 있게 다른 가지가 나면 과감히 잘라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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