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칼한 김치찌개 당기듯… 獨서 싹틔운 위대한 사랑 [김셰프의 씨네퀴진]

2022. 11. 12.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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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시장과 김치찌개
1960년대 가장의 삶 살아가는 주인공
가족들 생계 위해 파독 광부 생활 시작
고단하고 외로운 삶서 사랑의 꽃 피워
집집마다 레시피 각양각색인 김치찌개
돼지고기·참치·꽁치 등과 궁합 잘 맞아
온집안 가득 채우는 냄새 침샘 자극해
일주일만 해외여행을 가도 생각나는 음식이 있다. 바로 김치찌개다. 영화 ‘국제시장’ 주인공 덕수는 외로운 타지생활에서 만난 영자에게 구하기 어려운 김치찌개를 대접하며 호감을 샀다. 1960년대 머나먼 독일에서 김치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였을 터인데 사랑의 힘은 참 위대한 것 같다.
 
#영화 국제시장
1950년대 6·25전쟁 이후부터 지금까지 격변의 시대를 살아온 주인공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 국제시장은 1000만 배우 황정민과 김윤진, 오달수 등 쟁쟁한 연기파 배우들이 열연한 영화로 우리 아버지들이 살아온 마음 따뜻해지는 굵직한 역사를 엿볼 수 있다. 1950년 전쟁이 시작되고 사람들은 피란을 떠나게 된다. 함경남도 흥남에 살던 주인공 덕수와 가족들도 피란길에 오르지만 그만 아버지, 막내 여동생과 생이별을 하게 된다. 가족들을 챙기라는 아버지와의 마지막 약속을 되새기며 주인공 덕수의 고단한 삶이 시작된다.
1962년 가족의 생계를 챙겨가며 가장으로서 삶을 살아가는 주인공, 그러던 중 들려온 동생의 서울대 합격 소식이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다. 고민하는 주인공에게 친구인 달수가 파독 광부 일을 추천해준다. 실수투성이 면접에 애국심 하나로 파독 광부에 합격한 둘은 가족들을 챙기겠다는 일념으로 아무 연고 없는 독일로 떠나 험한 광부 일을 시작한다. 얼굴에 검정 숯을 묻혀가며 눈물 젖은 감자로 허기를 때우는 주인공과 동료들, 가족이 그리운 타지생활 중 한국 간호사인 여주인공을 우연히 만나 마음속 위안을 받으며 시련을 견뎌낸다. 다행히 무사히 한국에 돌아와 여주인공인 영자와 결혼해 행복한 나날을 보내지만 가족들을 책임지고 있는 주인공에게 또 다른 시련이 다가온다. 여동생의 혼수자금이 부족하고, 피란 온 가족을 받아주었던 고모와 함께 일군 가게도 고모부 때문에 넘어가게 되었다. 어쩔 수 없이 또 가족을 위해 베트남으로 향했고 전투 속에 부상을 입어 다리를 절게 되지만 그래도 환히 웃으며 집으로 돌아온 주인공의 얼굴을 보면 마음이 짠해진다.
영화는 고집쟁이 할아버지로 남았지만 한평생 가족을 위해 희생한 주인공 덕수를 아버지로서, 형으로서, 맏아들로서 애잔하게 그려냈다. 호호백발 할아버지가 되었지만 전쟁 통 헤어진 아버지를 그리워하며 흐느끼는 장면엔 누구나 다 눈시울이 시큰해졌을 거라 생각한다. 1950년 6·25전쟁, 흥남 철수부터 파독 광부, 베트남전쟁, 이산가족 상봉 등 많은 이가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의 영화로 특히 부모님 세대에서 많은 공감을 얻어냈다. 중간중간 앙드레 김, 정주영 회장, 남진 같은 역사적 인물의 등장은 깨알 같은 재미를 준다.
#파독 광부의 김치찌개
젊은 시절 가족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독일 광부로 일하게 된 주인공은 열악하고 위험한 환경 속 매일매일 석탄가루를 뒤집어쓰며 고단한 하루를 보내던 중 어느 화창한 날 자전거를 타다 우연히 만난 여주인공에게 한눈에 반하게 된다. 먼 하늘을 보며 노래로 우울함을 달래던 여주인공, 대한민국에선 먹고살 길이 없어 먼 타지까지 왔던 둘은 이내 가까워진다. 간호사 숙소의 사감을 설득해 광부와 간호사의 만남까지 주선해가며 독일 내 힘든 일상에서도 소소한 웃음을 찾아간다. 둘의 사랑이 서로의 외로움 때문이었을까. 여주인공 영자가 지나가듯 먹고 싶다 말했던 김치찌개를 어렵게 구해 와 기숙사에서 끓여주는 주인공 덕수의 따뜻함 때문에 둘의 사랑이 꽃피지 않았을까 싶다.
김치볶음밥
#김치와 김치찌개

지금의 김치찌개는 김치에 고추, 육수, 돼지고기, 고춧가루 같은 것들을 넣고 끓인 요리로 고춧가루가 들어간 김치가 만들어진 시기부터 김치찌개도 함께 등장했다. 김치를 오래 보관했을 때 너무 시거나 짜서 바로 먹기 힘들어지자 물에 넣고 끓여 양을 불려 먹으면서 김치찌개가 탄생했다는 설이 있다. 다만 배추의 품종이 ‘우장춘’ 박사가 개발한 지금의 배추처럼 크고 아삭하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가 지금 먹는 김치찌개와는 많이 다른 모습과 맛이었을 것으로 여겨진다.

김치찌개는 집집마다 레시피가 다르다. 일반적으로는 김치와 돼지고기를 들들 볶아 넣은 김치찌개를 기본으로 생각하며 통조림 참치나 꽁치를 넣은 김치찌개도 인기가 많다. 묵은 김치를 넣어 고등어와 함께 맛을 낸 고등어 묵은지 조림은 국물을 자작하게 졸인 김치찌개라고 봐도 무방하다. 김치찌개는 전날 끓여 냉장고에 하루 보관해 먹는 게 더 맛있다고도 하는데 전날 저녁 온 집 안에 가득한 김치찌개 냄새가 기대감을 더 고조시키고 허기진 아침에 먹는 그 찌개 국물 맛이 더 좋지 않았을까 싶다.
■곤드레 김치볶음밥 만들기

<재료>

김치 50g, 스팸 50g, 쌀밥 120g, 굴소스 15g, 간장10㎖, 참깨 some, 불려 다진 곤드레 30g, 달걀 1ea, 김가루 some

<만들기>

① 김치와 스팸은 다져 준비한다. ② 팬에 참기름을 두르고 김치와 스팸을 볶아준다. ③ 향이 올라오면 쌀밥과 곤드레를 넣어주고 굴소스를 더해 볶아준다. ④ 간장으로 간을 한 후 그릇에 담고 참깨와 김가루, 달걀 프라이를 얹어 마무리해준다.

김동기 그리에 오너셰프 payche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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