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빼미'·'동감'·'데시벨', OTT 넘고 극장을 살려라[김보라의 뒷담화]

김보라 2022. 11. 12.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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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김보라 기자] 힘들다는 말만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현재 극장 상황. 올 가을, 흔들리다 못해 무너지기 직전인 극장가를 다시 세차게 끌어올릴 강렬한 작품들의 숨결이 필요하다.

이에 개봉을 앞둔 한국영화 3편 ‘동감’, ‘데시벨’, ‘올빼미’가 연말을 앞두고 11월 극장에 활력을 안겨주기를 기대하는 목소리가 크다.

먼저 동명의 영화를 리메이크한 ‘동감’(감독 서은영, 제공배급 CJ CGV, 제작 고고스튜디오)은 1999년의 용(여진구 분)과 2022년의 무늬(조이현 분)가 개기월식을 계기로 오래된 무전기를 통해 소통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청춘 로맨스. 22년 전 개봉한 김정권 감독의 ‘동감’ 속 서사를 따왔다.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여진구, 조이현, 김혜윤, 배인혁 등 파릇파릇한 20대 젊은 배우들이 해사한 얼굴로 사랑을 말해 설렘을 안긴다. 이 영화를 보면 자신의 대학시절 첫 연애기를 떠올리며 그리움을 느낄 관객들이 분명 많아질 듯하다. 뉴 페이스들의 설레는 연기는 청춘의 서툰 사랑에 설득될 수 있을 만큼 귀엽다. 게다가 대학 생활에 잔뜩 들떠 몰입하는 에너지는 그야말로 청춘답다. 16일 개봉.

같은 날 개봉하는 ‘데시벨’(감독 황인호, 제공배급 마인드마크, 제작 이스트드림시노펙스)은 극장만의 이점을 살린 작품이다. 소음이 커지는 순간 폭발하는 특수 폭탄으로 도심을 점거하려는 폭탄 설계자(이종석 분)와 그의 타깃이 된 전직 해군 부함장(김래원 분)의 사투를 그린 사운드 테러 액션이기 때문.

이 작품은 휴대폰으로 봐야 하는, 크게 봐도 고작 TV, OTT가 안겨줄 수 없는 거대한 사운드와 감각적인 이미지가 존재한다는 게 최대 강점이다. 작품이 주는 몰입감은 집에서 집중력 없이 볼 때와는 달리, 실질적으로 느낄 수 있는 차이어서 일말의 기대를 걸어볼 만하겠다.

팩션 사극 ‘올빼미’(감독 안태진, 제공배급 NEW, 제작 씨제스엔터테인먼트·영화사 담담)는 밤에만 앞이 보이는 맹인 침술사 경수(류준열 분)가 소현세자(김성철 분)의 죽음을 목격한 후 진실을 밝히기 위해 벌이는 하룻밤의 사투를 그린 스릴러. 23일 개봉한다. 언론배급시사 후 호평이 나오고 있어 관객들의 반응은 어떠할지 가장 궁금한 작품이다.

‘마치 약물에 중독되어 죽은 사람 같았다’고 적힌 인조실록에서 출발한 이 영화는 왕 인조(유해진 분)와 후궁 조소용(안은진 분), 소현세자(김성철 분), 강빈(조윤서 분)과 아들 석철, 그리고 내의 이형익(최무성 분) 등 실존했던 인물들과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서사를 이끌어가면서도 현재까지도 다양한 가설이 나오는 빈틈에서만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이에 왕좌를 놓고 술렁였던 조선시대 붕당정치를 스크린으로 만나볼 수 있다.

OTT에 볼 만한 작품이 늘어났고, 극장 티켓값이 오르긴 했지만 관객들은 재미있는 작품은 극장에서 보고 싶어 하는 관람욕구가 있다. 그러나 극장 관람의 필요성은 코로나 팬데믹 이전에 비해 뚜렷하게 떨어진 게 사실이다.

오늘(12일) 영화진흥위원회 집계를 보면 10월 지난 한 달 동안 한국영화를 관람한 누적 관객수는 총 394만 1598명이었다.

8월에 1214만 3014명(점유율 81.2%)이 들며 활력을 회복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9월에는 898만 7786명(91.1%)이 관람했는데, 10월의 누적 관객이 전달에 비해 절반도 차지 않아 극장 몰락에 대한 걱정을 높인다.

코로나 팬데믹이 극심했던 2020~2021년 같은 달의 수치와 비교해보면 올해 조심스럽게 극장을 찾은 관객들이 늘어나긴 했지만, 이제는 극장 개봉 영화의 위기를 논하고 비상대책을 강구해야 할 때다.

현재 극장 개봉 후 VOD로 공개되기까지 걸리는 홀드백 기간이 짧아진 데다, 공통적으로 따라야 할 명확한 기준이 없다. 이에 OTT로 직행할 것 같은 영화가 스크린에 걸리는 것을 보면 '1만 5천 원을 주고 보느니 차라리 나중에 OTT에 풀리면 봐야지' 하는 마음이 드는 것이다.

이에 극장 개봉 후 6개월 이상이 지나야만 온라인 서비스를 허락하는 우리나라만의 법제화 방식을 고려해볼 법하다.

무엇보다 제작자와 감독은 현재 트렌드를 읽고, 개연성이 있는 서사를 만들어야 함은 당연하다. 특히 흐지부지한 결말은 초중반의 재미를 떨어뜨리기 충분하기에 한국영화의 결말 성립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싶다. OTT 월정액과 큰 차이 없는 일일 티켓값이 아깝다는 말이 나오지 않게 양질의 영화가 극장을 채워야 한다. 이처럼 극장 관객을 늘리기 위해서는 우리나라의 상황에 맞는 방법론을 찾아야 한다.

그러나 이같은 위기를 감지하고도 넷플릭스 공개 등 OTT행이 아닌 용기있게 극장 개봉을 고수한 이 한국영화들이 팬데믹으로 변화된 관람 문화를 뛰어넘고 흥행하길 기원한다.

/ purplish@osen.co.kr

[사진] 영화 포스터, 스틸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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