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명 바이오 빅데이터 확보해 개인 맞춤형 의료시대 연다

김양혁 기자 2022. 11. 12.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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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2032년 국민 100만명 바이오 데이터 확보
40종 이상 질환 대응, 질환별 2만명
英 50만명 정보 축적, 코로나19 대응에 활용
주요국, 자국민 바이오 데이터 확보 노력
국내 예타 진행 중…내년 5월 조사 완료
국가 통합 바이오 빅데이터 구축 사업. /질병관리청

정부가 오는 2024년부터 2032년까지 동안 국민 100만명의 바이오 빅데이터를 구축하기로 했다. 이들로부터 확보한 건강, 유전, 환경 정보를 축적해 개인별 맞춤형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목표다. 축적한 정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의 또 다른 감염병 대응을 위한 수단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실제 영국은 자체적으로 확보한 50만명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코로나19 항체 지속성을 확인하며 감염병에 대응하기도 했다. 정부는 수년간에 걸쳐 확보한 바이오 빅데이터가 미래세대를 위한 건강유산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12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오는 2023년 5월까지 ‘국가 통합 바이오 빅데이터’ 구축 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조사가 진행된다.

이 사업은 질병청과 보건복지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4개 정부부처가 추진한다. 오는 2024년부터 희소질환, 중증만성질환, 일반인 등 100만명을 대상으로 건강, 임상, 유전, 환경 등의 정보를 수집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를 통해 환자 개인별 맞춤형 질병 예방·진단·치료 기술 개발을 더욱 활성화한다는 계획이다. 기존 국립중앙인체자원은행이 보유한 고품질 인체자원을 활용하는 방식보다 진일보한 정보를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박현영 국립보건연구원 미래연구의료부장은 “당뇨와 고혈압과 같은 40개 이상의 질환을 다양하게 커버하기 위해서는 질환당 2만명 이상의 표본이 있어야 한다는 통계에서 기반했다”라며 100만명을 대상으로 한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이미 4개 부처는 한국생명공학연구원,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등 4개 정부출연 연구기관과 전국 16개 병원과 협업으로 시범사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16개 병원은 ▲서울대병원 ▲인하대병원 ▲아주대병원 ▲충남대병원 ▲충북대병원 ▲칠곡경북대병원 ▲인제대 부산백병원 ▲양산부산대병원 ▲화순전남대병원 ▲전북대병원 ▲제주한라병원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서울성모병원 ▲분당서울대병원이다.

국가 통합 바이오 빅데이터 구축 사업. /질병관리청

이날 기준 국가 통합 바이오 빅데이터 구축 사업 홈페이지에 따르면 시범 사업 누적 참여자는 1만5000명, 유전체 데이터는 1만5009건이다. 진단 참고용 보고서도 1만1819건에 달한다.

박 부장은 “질병조기진단과 개인맞춤형 정밀치료,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한 질병 예측과 건강관리를 통해 의료비도 절감할 수 있다”라며 “이제 의료에서 유전체분석을 현실화하는 사업으로 가고 있다”라고 했다.

이미 해외 주요국도 자국민을 대상으로 한 바이오빅데이터 정보를 구축하거나, 구축 중이다. 가장 앞선 곳은 영국이다. 2006년부터 50만명의 참여자를 모집해 임상 정보와 검체를 수집한 데 이어 지속해서 정보를 추가 생산해 확보하고 있다.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대응에도 활용됐다.

국가 통합 바이오 빅데이터 구축 사업. /질병관리청

영국은 연구 자료를 활용해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혈청연구, 자가시험 항체 연구, 반복 영상 연구, 건강 데이터 연계 등 4개 이니셔티브를 추진했다. 이를 통해 코로나19 대유행에 발 빠른 대응체계를 구축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미국 역시 2018년부터 ‘모두의 미국(All of US)’ 사업을 통해 다양한 인종에서 바이오 빅데이터를 모으고 있다. 올해 현재까지 참여자 약 54만명을 모집했고, 임상정보, 검체와 유전체 데이터를 생산해 연구자들에게 제공한다. 핀란드도 2018년부터 국민 10%인 50만명의 유전자 정보 수집을 목표로 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세계 각국이 자국민을 대상으로 바이오 빅데이터 구축에 나선 것은 자국민의 질병을 예방·예측하는 한편, 의료비 부담을 줄여 재정건전성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다. 다른 민족과 인종은 서로 다른 유전체 서열을 가지고 있다. 이에 국가별 건강행태도 달라진다. 나라별 표준 유전체를 만들어야 하는 이유다.

과기정통부는 지난 10월 31일 ‘제8회 국가연구개발사업평가 총괄 위원회’를 열고 올해 4차 국가R&D사업 예비타당성조사 대상 사업에 국가 통합 바이오 빅데이터 구축 사업을 포함했다. 총사업비는 9988억원으로 편성됐고, 사업 기간은 2024년부터 2032년까지다. 정부는 내년 5월까지 해당 사업의 예비타당성조사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박 부장은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100만명을 모아 필수적이고 능동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면서도 “우리나라도 IT(정보기술) 강국으로서 국정과제로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 예타를 통과하지 못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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