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전 카드 꺼내든 쏘카···카셰어링 판도, 편도가 흔들까[짜먹는 모빌리티]
마차와 기차, 자동차의 시대를 넘어 모빌리티가 이동의 미래로 떠오릅니다. 정부가 도심형 항공 모빌리티(UAM), 자율주행 차 등을 상용화하겠다고 공언한 시점도 수년 앞으로 다가왔습니다만, 이 기술은 여전히 낯설고 손에 잘 잡히지 않습니다. 일상에 필요한 모든 것이 짜먹기 간편한 스틱으로 나오는 요즘입니다. 기사들을 쓰고 읽으며 들었던 호기심에 대해 한 통만큼 취재한 다음, 한 스틱에 잘 담아내보겠습니다.
차량 공유(카셰어링) 업계의 다음 전장은 편도 서비스 시장인 듯 보입니다. 업계 1위 쏘카(403550)는 베타 서비스 시간을 거쳐 지난 9월부터 편도 서비스를 전국으로 확대했고요. 그린카, 피플카 등 후순위 주자들도 편도 서비스를 내걸고 쏘카의 아성에 도전하는 형국입니다.
편도를 외치는 이유는 뭘까요. 우선은 가동률 때문입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놀고 있는 차량을 조금이라도 줄여야 차량당 이익률을 높일 수 있습니다. 현재 쏘카의 가동률은 38% 안팎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차량이 24시간 중 돈 버는 시간은 9시간 정도란 말입니다. 편도 수요까지 더해지면 가동률을 더 높일 수 있게 됩니다.
시장 경쟁 구도를 생각하면 후발 주자들의 전략과도 무관치 않습니다. 차량 공유 사업은 이미 업계 맏형 쏘카의 영향력이 막대합니다. 업계 점유율에 대한 공신력 있는 조사까지는 아직인데요, 쏘카의 시장 점유율은 많게는 88%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90%에 가까운 고객이 한 기업에 몰린 시장 구도에 균열을 내기 힘든 상황에서 추격 업체들이 차별화 전략으로 편도 서비스를 꺼내드는 것입니다. 편도 서비스로 이용자를 확보한 뒤 이를 바탕으로 왕복 서비스까지 점유율을 높여간다는 전략이겠죠.
지금까지는 공급자 측면에서 바라봤는데요, 그렇다면 소비자 입장에서 편도 서비스를 이용할 유인이 있을까요. 간단히 이삿짐을 옮기거나, 대중교통을 제한적으로 이용하는 경우, 입국 후 공항에서 많은 짐과 함께 귀가하는 경우 등을 생각해보면 편도 서비스가 요긴할 때가 많습니다. 게다가 최근에는 심야 시간 택시가 잡히지 않을 때도 편도 서비스를 요긴하게 사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탄력 요금제가 적용되는 대형 택시를 잡으면 가격이 10만원 가까이도 나오기 때문에 오히려 합리적인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편의성에도 불구하고 그간 편도 서비스의 발목을 잡은 게 있는데, 그건 바로 비용입니다. 쏘카도 지난 2014년 편도 서비스를 운영하기 시작했습니다. 지금과 달리 주차장 계약을 주차면 수 기준으로 체결했다는데요, 현재보다 차량 공유 서비스에 대한 이용 빈도가 떨어지는 당시로서는 비용이 가중돼 사업을 중단했습니다. 그러다가 편도 서비스 시장성이 커지고 사업 모델을 수정해 지난 9월 재출시한 것이죠.
서비스 제공자 입장에서 편도 서비스는 왕복 서비스에 비해 운용하기 까다롭고 비용도 더 많이 듭니다. 비용이 더 비싼 건 탁송 비용이 들기 때문입니다. 차량 공유 업체들은 전국 여러 주차장과 계약을 맺으면서 주차장마다 차량 정보를 등록합니다. 수량만 맞춘다고 아무 차나 주차할 수 없다는 겁니다. 때문에 이용자가 편도서비스를 이용해 다른 지역에 주차해놓은 차를 다시 계약된 주차장으로 데려와야 하고 이 과정에서 기름 값, 탁송에 소요되는 임금이 추가로 드는 구조죠. 이동 수요를 예측하는 것도 더 복잡해집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위치를 예측해 많은 차를 미리 갖다놔야 하는 업체로서는 편도 서비스라는 변수는 예측 매커니즘을 복잡하게 만드는 요소입니다.
업계로선 편도 서비스 요금을 줄이는 게 관건입니다. 가장 공격적으로 서비스를 내세우는 피플카는 주차장을 보유하고 있다는 게 무기입니다. 다른 기업들이 주차 계약 조건에 묶여 탁송 등에서 추가 비용을 전가할 수밖에 없는 데 반해 피플카는 이런 요소로부터 비교적 자유롭습니다. 피플카의 모회사 휴맥스가 모빌리티 사업에 진출하면서 우선 주차장 확보부터 나선 덕입니다. 쉽게 말해 출발·목적지가 모두 자사 소유 주차장인 경우 구태여 탁송을 하지 않아도 됩니다. 휴맥스는 업계 1,2위 업체인 하이파킹과 AJ파크를 모두 인수했습니다. 이 때문에 피플카의 편도 서비스 ‘리턴프리’는 보험료 등을 모두 포함해 시간당 1만 5000원으로 업계에서 요금이 최저 수준입니다.
업계 2위 사업자인 그린카 역시 최근 편도 서비스 확장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입니다. 그린카의 편도 서비스는 총 3가지로 나뉘는데요, 그린카의 지정된 주차 구역에 반납하는 것과 이용자가 원하는 곳에 반납하는 것, 그리고 ‘무료 편도 서비스’라고 명명한 서비스가 있습니다. 그린카의 차별화 지점은 무료 편도 서비스로 보입니다. 말 그대로 한 푼 안내고 차량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게 어떻게 가능할까요. 다른 유료 편도 서비스로 활용된 차량은 다시 출발지로 탁송이 필요한데요, 이때 이 차량과 같은 경로를 이동하려는 이용자 수요를 매칭시키는 구조로 보입니다. 기업으로선 탁송비를 아끼고 이용자에겐 무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윈윈 구조입니다. 다만 출발·도착지, 이용 가능 시간을 자유롭게 정할 수 없어 사용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단점은 분명합니다. 아이디어가 돋보이기는 하나 실제 서비스 이용 화면을 보면 사용 가능한 차량이 손에 꼽습니다. 실사용 관점에서는 유료 서비스를 사용하기에 앞서 혹시 무료 편도 서비스가 제공되는 지 살펴보는 보조 수단에 가까워 보입니다.
차량 소유에서 벗어나 다양한 형태의 이동 서비스를 시간과 장소에 구애 받지 않고 이용한다는 것, 이것이 모빌리티의 미래라고 한다면, 빌리는 곳과 반납하는 위치가 일치해야만 하는 제한된 서비스보단 반납지가 자유로운 것이 모빌리티 기술의 의미와도 한층 부합하는 것 같습니다. 자유로운 편도 서비스가 과연 쏘카가 선점한 차량 공유 시장 판도에 균열을 낼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허진 기자 hjin@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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