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물가 정점 찍었다’ 기대감…이창용 “단기적으로 좋은 뉴스”

김범수 2022. 11. 12.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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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인플레 둔화… 코스피 훈풍
10월 CPI, 시장 전망치보다 하회
유가 올랐지만 식품 상승폭 둔화
연준, 금리인상 속도조절 가능성
韓 경기침체·유동성 우려는 여전
기업 신용등급 무더기 강등 예고
정부, 2.8조 PF-ABCP 매입 지원
“단기자금 시장 안정” 유동성 공급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세가 누그러지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 인상 속도 조절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미국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통과했다는 기대심리로 코스피는 3% 이상 올랐고, 원·달러 환율은 60원 가까이 급락했다.
11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와 원·달러 환율 종가가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미국 노동부는 10일(현지시간) 10월 CPI가 전년 동월보다 7.7% 올랐다고 밝혔다. 1월 이후 9개월 만의 최소 폭 상승으로 블룸버그통신이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 7.9%를 하회했다. 전월 대비 상승률도 0.4%로 전문가 전망치(0.6%)보다 낮았다. 인플레이션에 대응해 네 번 연속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하는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한 연준이 통화정책 운용에서 다소 여유를 찾으면서 다음 달 13∼14일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는 0.5%포인트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빅스텝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 페드워치(CME fedwatch)는 이날 0시 현재 연준이 다음달 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은 85.4%, 0.75%포인트 인상 가능성은 14.6%로 전망했다. 전날만 해도 0.5%포인트 인상 가능성은 56.8%, 0.75%포인트 인상 가능성은 43.2%였던 것이 CPI 발표 이후 급격히 바뀌었다.

10월 CPI 지수는 전반적으로 물가 하향 흐름을 나타냈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근원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보다 6.3%, 전월보다 0.3% 각각 오른 것으로 나타나 시장 전망치(전년 동월 대비 6.5%, 전월 대비 0.5%)를 밑돌았다.

최근 3개월간 하락세를 보이던 에너지 물가는 다시 오름세(1.8%)로 전환했지만, 식탁 물가의 급등세는 0.6%로 전월보다 0.2%포인트 누그러졌다.

미국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찍었다는 기대로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80.93포인트(3.37%) 상승한 2483.16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64.67포인트(2.69%) 오른 2466.90으로 출발해 장중 한때 2486.46까지 올랐다. 이날 코스닥은 전 거래일보다 23.45포인트(3.31%) 오른 731.23에 장을 마쳤다.
11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미국 다우지수를 비롯해 각국 증시 현황이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59.1원 급락한 1318.4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환율은 장중 60원 가까이 하락하면서 3개월 만에 장중 1310원대를 기록했다.

이날 중국 증시도 강세를 보였다. 홍콩 항셍지수는 이날 장중 8%까지 급등했다. 기술주가 오르며 홍콩에 상장된 중국 본토 기업들로 구성된 홍콩H지수(HSCEI)도 7.62% 치솟았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1.68%, 선전성분지수는 1.31% 각각 상승 마감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둔화됐다는 소식에 “단기적으로는 분명히 좋은 뉴스”라면서도 “얼마나 오래될지, 국제시장과 국내시장에 어떤 영향을 줄지를 봐서 24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 총재는 원·달러 환율 하락세가 이어질지를 묻자 “그렇게 바라지만 변동성은 어느 정도 계속될 것”이라며 “지난달 환율에 비해서는 조금 많이 안정됐다. 좋은 사인으로, 예상했던 쪽으로 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연합뉴스
그럼에도 올해 경기침체와 유동성 위기 상황으로 내년 기업 신용등급에서 ‘무더기 강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신용평가·한국기업평가·나이스신용평가 3사의 회사채 및 기업어음(CP) 신용등급 하향 검토 리스트에 따르면 각 신용평가사는 기업 10∼20여곳을 등급 강등 후보군에 올려놓은 상태다.

기업의 신용등급은 회사채 발행 수요와 비용에 직결되면서, 이번에 예상되는 ‘무더기 강등’이 자금시장 유동성 위기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해 금융위원회는 이날 은행연합회에서 금융감독원과 한국은행 등과 함께 금융시장 현황 점검 회의를 열고 프로젝트파이낸싱(PF)-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에 2조8000억원 이상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11일 오전 서울 중구 전국은행연합회에서 열린 '금융시장 현황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제공
이번 결정에 따라 건설사 보증 PF-ABCP는 산업은행과 신용보증기금의 CP 매입 프로그램을 활용해 1조원 이상 규모로 지원할 방침이다. 또 산업은행은 별도의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해 건설사 보증 PF-ABCP를 매입하고 신용보증기금은 매입액의 80%를 보증할 계획이다.

증권사 보증 PF-ABCP는 9개 대형 증권사가 500억원씩 각출한 4500억원을 포함해 PF-ABCP 매각 증권사 후순위 25%(4500억원), 증권사 중순위 25%(4500억원), 산업은행 선순위 25%(4500억원), 증권금융 선순위 25%(4500억원) 등 총 1조8000억원으로 지원 규모가 확대된다.

김범수 기자, 워싱턴=박영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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