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비로망’에 로열티를? 찝찝한 품종 ‘유출’ 논란…오해와 진실 [이슈+]
정부·농가 “묘목 중국서 들여와…법적 문제 전혀 없다”
보호 장치 있는데도 6년간 손 놓고 있던 이시카와현
한국도 껍질째 먹는 포도 개발…‘슈팅스타’ 2023년 공개
“내가 다 부끄럽다. 중국과 다를 게 뭐냐”
“우리가 훔치면 영웅, 남이 훔치면 약탈이란 마인드는 잘못됐다.”
지난해부터 화제와 논란을 불러왔던 포도 ‘루비로망’이 이번주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일본 유력일간지 아사히신문이 ‘기시다 총리와 아베 전 총리도 먹은 고급 포도가 한국에 유출됐다’고 보도하면서다. 신문은 “한국에서 루비로망이라는 이름으로 판매되는 포도 3송이를 사들여 감정한 결과 이시카와현산 루비로망과 유전자형이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유출 경로는 특정하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오해가 해소되지 않으면 국내 소비자들은 불편하고 찝찝한 마음을 계속 가질 수밖에 없다. 정부와 업계, 전문가 말을 종합해 루비로망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문답형식(Q&A)으로 풀어봤다.
Q. 루비로망은 한 송이에 1400만원인가?
A. 아니다. 루비로망은 일본 이시카와현이 1995년부터 11년간 육성해 2007년부터 본격적으로 생산하기 시작한 포도다. 포도 한 알의 크기가 직경 3㎝ 이상으로 골프공과 비슷하고 껍질이 루비색과 유사하다. 당도도 매우 높다. 2008년 첫 출하에서 포도 한 송이가 10만엔에 판매됐으며, 지난 7월 이시카와현 가나자와시 중앙도매시장 경매에서 한 송이가 무려 150만엔(약 1400만원)에 낙찰되면서 화제를 모았다. 국내에도 ’한 송이 1400만원 포도’라고 알려졌다.
하지만 해당 경매는 올해의 첫 포도 출하 홍보효과를 위한 이벤트성 경매로 일반 소비자에게도 그 가격으로 팔리는 것은 아니다. 올해 루비로망 출하는 끝났지만 일본의 한 인터넷쇼핑몰에는 루비로망 500∼700g짜리 한 송이를 3만352엔에 판매했던 페이지가 남아있다. 한국돈 약 28만원이다. 1400만원에는 한참 못미치지만 역시 비싸다. 한국에서는 지난해부터 백화점 인터넷 등에서 한 송이에 8만원대에 판매됐다. 역시 저렴하지는 않다.
Q. 한국이 일본에서 루비로망 묘목을 불법 유출했나?
정부와 국내 전문가들 역시 루비로망이 ‘제2의 샤인머스캣’을 발굴하려는 국내 농업인들에 의해 중국에서 수입된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한국과수협회를 통해 일부 농가의 ‘일본산’, ‘정품’ 등 과장·허위 광고에 대해 자제해 줄 것을 요청했다.
Q. 중국에서 한국으로 들어온 과정은?
A. 외국에서 식물을 들여오려면 농림축산검역본부의 검역을 거쳐야 한다. 검역 시 바이러스나 병해충 우려가 없으면 경우면 통과되는 데 문제가 없다. 보통 검역 시 품목명은 ‘포도’로 들어오기 때문에 루비로망이 언제 국내로 처음 들어왔는지는 확인하기 어렵다. 다만 국내에서 처음 생산·판매 신고가 된 것이 2020년이기 때문에, 업계에서는 농가들이 국내 시범 생산을 거치는 기간을 고려하면 그보다 3∼4년 전에 들어왔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Q. 루비로망의 한국 유통은 불법인가?
결국 종자 유출 논란이 발생한 것은 품종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장치가 있음에도 이를 놓친 일본 이시카와현의 행정 구멍을 탓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국내 업계의 의견이다. 일본은 지난해에야 관련 법을 강화했다.
Q. 향후 일본에 루비로망에 대한 로열티를 지불하게 되나?
A. 로열티를 받으려면 품종 보호 등록이 되거나 상표권 등록이 되어야 한다. 품종 보호 등록은 신규성 인정 기간인 6년이 지나 불가능하다. 상표권 등록도 쉽지 않다.
2019년 전남의 한 업체가 특허청에 ‘루비로망’ 상표를 등록했다가 지난해 8월 취소됐다. 등록상표가 일본에서 사용되는 상표와 표장, 상품이 유사해 수요자로 하여금 혼동을 일으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이후 이시카와현은 한국 특허청에 루비로망 상표 출원을 냈다. 최근엔 한국에서 유통되는 루비로망과 일본 이시카와현 루비로망의 유전자형이 일치한다는 사실도 언론을 통해 공개했다. 한국 내 루비로망 상표 등록이 취소되면서 무주공산이 된 루비로망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내 전문가들은 상표 등록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한 관계자는 “한국의 상표권이 취소된 것은 다른 곳에 준다는 것이 아니라 특정 업체가 이 이름에 대한 권리를 행사할 수 없다는 의미로 해석된다”면서 “생산·판매 신고가 되었던 2020년 국내에 루비로망 품종명칭이 함께 등록됐으며, 이미 널리 재배되고 알려져 있다. 국내에서 루비로망 상표를 이시카와현만 사용하도록 특허청이 허가하지는 않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고 밝혔다.
Q. 또다른 일본 포도 ‘마이하트’도 루비로망과 비슷한 경우인가.
Q. 한국에선 신품종 포도가 개발되지 않나?
A. 오랫동안 한국에서 길러왔던 포도는 1908년 미국에서 도입된 캠벨얼리와 일본 품종인 거봉이었다. 최근 소비자들의 선호도는 샤인머스캣, 루비로망 등과 같이 씨가 없고, 알이 크며, 껍질째 먹을 수 있는 포도로 옮겨갔다.
이에 농촌진흥청도 한국형 고급 포도 품종을 개발했다. 홍주 시들리스와 스텔라다. 홍주 시들리스는 씨가 없고 껍질째 먹을 수 있으며 은은한 머스캣 향이 난다. 당도 18.4브릭스, 산도 0.62%로 단맛과 신맛이 적절히 어우러진다. 지난달엔 처음으로 베트남에 시범 수출도 했다.
지난해 시장에 첫 선을 보인 스텔라는 포도 알 모양이 달걀형으로 독특하고 껍질째 먹을 수 있다. 체리와 비슷한 맛과 향이 나는데, 당도는 18.5브릭스로 샤인머스캣과 비슷하고 산도는 0.44%로 다른 품종보다 조금 높아 새콤달콤하다.
올해 개발 완료된 ‘슈팅스타’는 내년부터 농가에 보급할 예정이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 관계자는 “껍질색이 울긋불긋하며 불꽃이 터지는 듯한 무늬를 가져 기존 품종들과 확실한 차별점이 있다”면서 “샤인머스캣만큼 달고 신맛은 적으면서 솜사탕향과 비슷한 단향이 풍부하다. 소비자 테스트 반응이 좋고 아이들이 특히 좋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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