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로 옥수수로 북한음식 요리경연
◀ 김필국 앵커 ▶
요즘 여기저기서 북한 음식 파는 식당 어렵지 않게 만나볼 수 있는데요. 실향민이나 탈북민이 운영하는 곳도 많다고 합니다.
◀ 차미연 앵커 ▶
그만큼 북한 음식에 대한 시민들 관심도 높아졌는데요. 이 북한 음식을 주제로 한 탈북민 요리 경연대회가 열렸다고 합니다. 그 현장을 이상현 기자가 찾아가봤습니다.
◀ 리포트 ▶
서울 강서구에 있는 한 대학교.
이 대학 식품영양학과 조리실에서 요리사 복장을 한 중년의 사람들이 뭔가를 분주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북한음식 요리 경연대회의 예선을 통과하고 결선을 치르기 위해 전국에서 모인 탈북민들입니다.
[이상현 기자/통일전망대] "이번 요리대회는 탈북민들의 자립을 돕고 남한에서의 북한음식 산업화를 도모하기 위해 이곳 대학에서 처음으로 개최됐습니다. 그만큼 대회 주최측과 참가자 모두 진지한 분위기가 역력합니다."
[윤진아/강서대 식품영양학과 교수] "탈북민들이 아무래도 남한에 정착해서 생활하시기가 힘들잖아요. 그래서 저희가 탈북민들에게서 우수한 요리를 좀 발굴하고 그 분들을 창업까지도 할 수 있는 이런 기회를 좀더 연결시키고자 요리대회를 개최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경연의 주제는 감자와 옥수수를 이용한 북한의 전통요리 하나와 자유요리 하나.
경연 시각이 임박해오자 참가 탈북민들의 손놀림이 분주해집니다.
속도감 있게 감자들을 깎아내고, 준비해온 각종 식재료들을 손질해가며 비장의 요리를 선보일 준비에 여념이 없습니다.
[이향란/경남 창원 거주 탈북민] "우리는 북한에서 감자를 많이 먹던 사람들이라서 좀 감자를 즐기잖아요? (그러니까) 감자음식을 해야죠."
"향토-대표 북한음식 '료리요리' 경연대회 개회를 선언합니다."
드디어 80분 간의 경연이 시작됐고, 12명의 탈북민들이 펼치는 요리의 향연도 출발합니다.
[김영순/서울 노원 거주 탈북민] "감자묵이라고 들어보셨나요? (감자묵? 처음 들어봤어요) 도토리묵이라든가 녹두묵같은건 들어봤지만 감자묵은 못들어 봤을 거에요. 그래서 감자묵을 한번 남한 분들한테 선보이고 싶어서 준비했습니다."
볶고..
끓이고..
지지고..
튀기고...
저마다 자신의 레시피대로 하나 둘 요리를 완성해가는데요,
감자녹말가루로 만드는 북한식 농마국수를 위해 아예 제면기를 가져와 면을 직접 뽑는가하면, 옥수수, 강냉이 지짐을 위해선 믹서기를 동원합니다.
[손영희/경북 포항 거주 탈북민] "옥수수를 맷돌에 갈아가지고 지짐을 콩 넣고 했는데 지금은 맷돌이 없어가지고 믹서기에 갈아가지고..풋강냉이의 맛을 살리려고"
강냉이쌀과 돼지족발을 함께 넣고 푹 졸이면 만들어진다는, 특별했던 북한 음식.
[최수경/경기도 광명 거주 탈북민] "북한이 콜라겐이라든지 단백질 섭취량이 굉장히 부족하잖아요? 그래서 이런 족발을 저희들이 어쩌다 사먹기도 하고 또 이렇게 고향에서 특별식으로 해먹던게 기억이 나서"
아버지가 국군포로여서 함경북도 끝자락, 아오지 탄광에서 지냈다는 50대 탈북 남성은 눈물 어린 통강냉이 감자밥과 콩비지를 준비했습니다.
[김창대/경북 포항 거주 탈북민] "어머니 생각나서 (어머니가 어릴때 많이 해주신 거에요?) 어머니가, 어렸을때 콩비지 장사했어요. 콩비지 장사했다고요 어렸을때 어머니가..사실은 많이 못먹었어요 파느라고, 파느라고 많이 못먹었어요."
오래 전 평양에서 양강도로 시집을 갔다는 60대 탈북여성은 주식이었던 감자옹심이로 승부를 걸었고,
[최하영/경북 포항 거주 탈북민] "양강도 대홍단 자체가 감자의 고장이에요. 그래서 그 시집에서 먹을게 없을때 식량이 없을때 감자로 주식을 했거든요. 그러니까 감자에 대해선 감자밥도 해먹고 이런 옹심이도 해먹고 국수도 물론 먹고..이 감자는 다양하게 이야기가 많습니다."
펑펑이떡, 속도전떡으로 불리며 '고난의 행군' 시절을 이겨내게 했던 추억의 옥수수떡도 경연장에 소환됐습니다.
[유옥이/충북 음성 거주 탈북민] "고향에서 흔히 먹던거고요 굉장히 먹고 싶었던 음식이고 그 다음에 여기 오니까 애들이 편식을 많이 하더라고요. 사과면 사과 과일이면 과일 귤이면 귤 넣고 뭐든지 섞어서 편식하는 아이들한테 줄 수 있는 간식인 것 같아서"
전문 요리사들같은 솜씨와 열정에 심사위원들은 연신 감탄을 쏟아냈고요.
[허 진/심사위원(탈북 요리사)] "저도 심사를 몇번을 다녔는데 여기가 제일 힘들 것 같아요. 다들 우왕좌왕하지 않으니까 딱 보기에 순위를 가리기가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완성된 요리들은 각 연령대별로 모집된 일반인들의 평가까지 더해져 순위가 매겨졌습니다.
[안정희/강서대 산학협력단장] "희소성이 있고요 그리고 재료의 독창성이 있습니다. 그리고 조리방법이 저희 남한하고 조금 다른 면이 있기 때문에 그런 면을 잘 부각한다면 아주 좋은 사업 아이템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여집니다."
영예의 대상은 북한요리 감자묵과 함께, 자유요리로 파채를 엊은 북한식의 맑은 닭고기국을 담백하게 구현해낸 50대 탈북여성이 차지했습니다.
[김영순/서울 노원 거주 탈북민] "그 동안에는 열심히 일만 하며 살았는데 이제는 세상 밖으로 나가가지고 남한 분들하고 소통도 하고 요리에서 서로 제가 어느 정돈지 저 분들하고 어깨를 겨루며 경쟁하고 싶다는 그런 욕망이 있었어요. 그래서 이번 기회를 통해가지고 나도 할 수 있다는.."
우리에겐 다소 생소하지만 탈북민들에겐 삶이었고 이젠 추억이 된 북녘의 음식들.
낯선 땅에서 구현된 그 음식들은 모처럼 그들의 향수를 달래주었고, 남북을 잇는 매개로서의 가능성도 조금씩 펼쳐보였습니다.
통일전망대 이상현입니다.
이상현 기자(shon@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unity/6426212_2911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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