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만 간다" 북한의 대학 입시
◀ 김필국 앵커 ▶
수능이 닷새 남았죠. 이번 주말에도 수험생들 그동안 공부했던 걸 마무리하느라 바쁘게 보낼 텐데요. 부모님들도 같이 긴장하게 되죠.
◀ 차미연 앵커 ▶
그렇죠. 북한에서는 입시철이 언제일까요? 또 대학에는 어떻게 들어갈까요? 북한이 궁금해에서 알아보겠습니다. 함께하실 두 분입니다. 어서 오세요. 안녕하세요.
◀ 차미연 앵커 ▶
날씨가 추워지거나 다양한 수능 상품들이 등장하기 시작하면 '수능 시즌이 왔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요. 나민희 씨는 처음에 이런 풍경 보셨을 때 어떠셨어요?
◀ 나민희 ▶
일단 남한의 수능은 전 국가적인 관심사라는 부분이 가장 놀라웠던 것 같아요. 대중교통 자체도 수능생들을 중심으로 다 통제가 되잖아요. 그리고 듣기평가 시간에는 비행기 이착륙이 금지가 된다는 게 너무 놀라웠어요. 그리고 이제 시험이 끝나면 곳곳에서 이제 수능생들 고생 많았다고 할인 이벤트도 들어가고 막 그러잖아요. 이렇게 관심사가 전 국가적으로 되어 있으니까 너무나 놀라웠던 것 같습니다.
◀ 김필국 앵커 ▶
저를 보고 학력고사 세대라고 그러더라구요. 근데 우리나라는 그동안 본고사부터 학력고사 또 수능까지 대입제도 여러 차례 바뀌었잖아요. 그런데도 그 과정에서 변치 않는 풍경이 있습니다. 화면으로 보시죠.
대학입학 예비고사가 전국 451개 고사장에서 일제히 실시됐습니다.
◀ 차미연 앵커 ▶
1981학년도 대입 학력고사 모습입니다. 지금과는 교실 풍경이 많이 다르지만요. 긴장감은 다르지 않은 것 같죠.
◀ 김필국 앵커 ▶
입시 날만큼은 수험생이 누구보다도 먼저였죠. 택시며 오토바이 등을 동원한 수험생 수송 작전이 펼쳐지기도 했는데요.
◀ 차미연 앵커 ▶
부모님들은 교문 밖에서 자녀들을 기다리며 추위에 떨어야 했고 점심시간이면 수험생들은 답을 맞춰보느라 바빴습니다.
"쉬운 건 쉬웠고" "경제기획원 맞아?" "어우, 답 좀 맞추지 마"
◀ 차미연 앵커 ▶
또 시험이 끝나면 그때부터는 채점이 기다리고 있었죠.
"답안지가 나와 있어요. 정답이 나왔어요. 정답."
◀ 김필국 앵커 ▶
북한의 입시날 풍경은 어떻습니까?
◀ 나민희 ▶
거의 비슷한 것 같아요. 부모님들이 밖에서 시험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고 계시고 또 정문에다 찰떡을 붙여놓는 부모님들도 계시고 제가 시험을 볼 때는 약간 커닝 쪽지를 갖고 들어가는 게 있었거든요. 그걸 또 정문에서 단속을 해요. 그래서 몸 수색을 다 하는데 양말에다가 숨겨 갖고 오는 사람들 발바닥에다 숨겨 갖고 오는 친구들도 있고 그래서 그걸 검사하다 보면은 뭐 소금도 나오고 고춧가루도 나오고 녹두도 나오고 그러니까 부모님들이 이제 이런 걸 갖고 들어가면 시험을 잘 본다더라 이런 식으로 다 넣어주시는 거예요.
◀ 차미연 앵커 ▶
부적처럼.
◀ 나민희 ▶
네 부적처럼.
◀ 김수경 ▶
일단 북한은 4월에 새 학기가 시작되기 때문에 보통 2월, 3월쯤에 꽃샘추위가 한창일 때 이제 입시 전쟁을 치르게 됩니다. 보면은 이제 북한에는 본뜨라고 말하시는 게 있어요. 말하자면 우리말로는 티오라고 얘기하는 건데요. 북한에서는 어쨌든 모든 고급 중학교 학생들이 예비고사를 봅니다. 그 성적대로 중앙에서 학교마다 본뜨를 나눠줘요. 몇 명 정도 추천할 수 있다라는 본뜨를 나눠주면 학교에서 그 입학고사 예비고사 성적을 기초로 하고 여러 가지 사상성이나 성분 같은 것들을 잘 봐서 최종적으로 학생들을 추천하게 되는 것이죠. 그러면 그 해당 대학에 가서 본고사를 치르게 되는 겁니다. 남한에서는 대학 진학률이 한 70퍼센트 정도 되는데 북은 아직까지도 한 15퍼센트 정도에 불과한 수준입니다.
◀ 차미연 앵커 ▶
그럼 대학에 가는 학생이 15퍼센트 정도라면 대다수의 85퍼센트 학생들의 진로는 어떻게 되는 건가요?
◀ 나민희 ▶
군에 입대하거나 아니면 사회로 진출하게 되는 그렇게 가거든요. 근데 북한은 일반 고등중학교를 일단 내가 가게 되면 아 나는 대학은 이미 끝이 났구나 해가지고 이제 어떻게 군에 가서 좀 더 남보다 쉽게 군 생활을 할 수 있을까 그래서 악기를 배운다거나 뭐 이런 걸 하는 경우들도 있고 사실 북한 같은 경우에는 재수도 되게 쉽지가 않습니다. 남자들의 경우에는 대학 입학시험에 떨어지게 되면 무조건 군대를 가야 되거든요. 한 8년이면 8년 복무하고 나중에 또 이제 대학에 올 수 있는 경우가 있고 여자들의 경우에는 간혹 사회생활 한 1, 2년 정도를 하다가 대학이나 전문학교로 오는 경우가 있는데 이들을 현직생이라고 부릅니다. 근데 이 현직생의 비율도 굉장히 적어요.
◀ 김필국 앵커 ▶
입시철이 되면 TV에서 관련 소식을 접할 수 있는 우리와는 달리 북한에서는 입시 관련 뉴스나 프로그램이 거의 없다는데요. 다만 대학 입시를 다룬 드라마가 있다고 합니다. 화면 보시죠.
◀ 차미연 앵커 ▶
북한 드라마 '자기를 바치라' 입니다.
"은진아, 넌 어느 대학에 가겠니?" "나 종합대학가겠지"
◀ 차미연 앵커 ▶
입시를 앞둔 두 여주인공 윤경과 은진을 통해서 북한의 대학 입시를 엿볼 수 있습니다.
"학생동무들 5분 남았습니다. 시험지 바칠 준비들을 하세요."
◀ 김필국 앵커 ▶
자신감을 보이는 농부의 딸 은진과는 달리 당 간부의 딸 윤경은 잘 안 풀리는 듯한데요. 은진이 몰래 손가락으로 알려줍니다.
◀ 차미연 앵커 ▶
시험장 밖에서는 부모들의 긴장한 모습도 보이고요. 성적 발표 날에는 시험 결과에 따라 희비가 갈립니다.
"은진아, 니가 1등이야 1등."
◀ 나민희 ▶
화면에서는 옆 사람한테 좀 알려주기도 하고 막 이런 게 있는데 실제로는 조금 이런 걸 하다가 들키게 되면 단속 당하게 되면 둘 다 퇴장 당할 수 있어서 굉장히 위험하거든요. 저는 이제 예비시험 말고 본 시험에 학교에 가서 시험을 치를 때 옆에 있는 친구가 굉장히 문제 하나를 아예 거의 못 풀고 있는 거예요. 그래서 제 거 쓰는 것처럼 하면서 그 친구는 이제 곁눈질 하면서 보고 쓴 거예요. 그랬다가 그 문제가 맞은 거예요. 그래서 감사하다고 나중에 저한테 돈을 주더라고요. 그래서 그 돈을 가지고 제가 대학생 교복을 샀던 적이 있어요.
◀ 차미연 앵커 ▶
받았어요?
◀ 나민희 ▶
받았죠. 받으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런 적도 있었습니다.
◀ 김수경 ▶
옛날에 북한 입시는 아무래도 당 간부 자녀라든가 권력이 있는 집안의 자녀를 선생님이 추천하는 추천제 형식으로 운영이 되었었는데 그러다 보니까 비리도 많이 발생을 하고 또 주민들의 불만도 너무 많아져서 1980년에 전 인민의 인텔리화를 내세우면서 국가고시를 시험을 보게 해가지고 그 시험 성적을 기반으로 추천권을 주는 식으로 바뀌기는 했거든요. 성적 위주로 정말 뛰어난 학생들이 들어갈 수 있지만 여전히 그 최종적인 추천권은 학교에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 선생님의 재량이 훨씬 크게 작용한다고 할 수가 있겠습니다.
◀ 김필국 앵커 ▶
또 하나 궁금한 게 북한 입시에서는 어떤 과목들을 봅니까?
◀ 나민희 ▶
기본 이제 수학 물리 영어 그다음에 화학 생물 하나로 같이 보는 경우도 있고, 국어도 보고 역사 지리를 하나로 묶어서 한 과목으로 보거든요. 그리고 이 외에 이제 북한 하면 빠질 수 없는 김일성, 김정일, 김정숙의 혁명 역사 세 과목 그래서 예비시험을 볼 때는 이런 아홉 과목을 하루에 그냥 보거든요. 학교에 가서 본 고사를 치를 때는 3일에 나눠서 치르기도 해요. 그래서 이틀 정도는 이제 앉아서 보는 필답 시험을 보고 마지막 날에는 체력 검정 800미터 달리기 하고 밧줄 타고 올라가야 되고 뭐 이런 시험도 보고 이제 면답 1대1로 면접관이랑 같이 앉아서 보는 구답시험 이런 것도 있습니다.
◀ 차미연 앵커 ▶
우리는 혁명 역사 같은 거 없어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고요. 그럼 문제는 어떤 식으로 나오나요?
◀ 나민희 ▶
이제 남한에서는 수능을 잘 보라고 포크를 선물한다고 하더라고요. 잘 찍으라고. 근데 이제 북한에서는 이런 게 거의 필요가 없는 게 거의 다 주관식 서술형이거든요. 그래서 예를 들어서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에 기본 내용, 사상적 내용에 대해서 쓰시오라거나 아니면 혁명 역사에서 김일성이 주도했던 남호두 회의라든가 기본 내용을 쓰시오 하면은 날짜부터 시작을 해가지고 다 써야 되는 거예요. 날짜 하나 틀리면은 1점이 삭제되기 때문에 굉장히 또 예민한 거고 쓰는 게 가장 중요했던 것 같습니다.
◀ 김필국 앵커 ▶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보면 국어 문제는 우리하고 좀 비슷한 것 같아요. 그런데 분량은 얼마나 써야 되는 거예요?
◀ 나민희 ▶
분량이 따로 필요가 없는 게 그냥 북한은 참고서라는 게 있어요. 그 참고서 안에 문제가 있습니다. 다 답이 다 나와 있는 거예요. 그러니까 그거를 그냥 달달달 외웠다가 그냥 쭉 쓰면 되는 거기 때문에 북한에서는 이제 '밤 팬다'라는 말을 되게 많이 하거든요. 여기서 치면 밤을 샌다. 좋은 대학을 가려는 친구들은 하루에 한 3, 4시간 정도밖에 못 잘 정도이고 그러니까 대학을 가기 위해서는 밤 패는 걸 밥 먹듯 해야 된다 막 그러고.
◀ 김필국 앵커 ▶
밤을 때린다는 줄 알았어요
◀ 김필국 앵커 ▶
그런데 입시 경쟁이 그 정도로 치열하면 사교육도 있겠습니다.
◀ 김수경 ▶
그렇죠 사교육이 굉장히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북한에서는 어쨌든 대학 입학이라는 게 평생 안정적인 삶과 직장을 보장해 주는 것이기 때문에 굉장히 중요한데 아무래도 북한도 시장화 이후에 돈을 좀 만지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자녀에게 사교육 그러니까 예전에는 악기 같은 것들을 주로 과외 시켰다면 요즘은 국영수 같은 실제 학교에서 배우는 교과 과정에 대한 과외를 아주 많이 시킨다고 해요. 그리고 이게 꼭 부자들만 그런 것도 아니고 요즘은 북한에서 아이를 하나, 둘 밖에 안 낳기 때문에 형편이 별로 아니어도 꼭 과외 선생님을 붙여서 애를 열심히 공부시켜서 대학에 보내려고 하는 그런 분위기가 아주 팽배한 상황이라는 증언들을 굉장히 많이 듣고 있습니다.
◀ 나민희 ▶
저희 집 같은 경우에는 오빠가 이제 김책공대를 가셨는데 오빠가 되게 이런 입시철만 되면 과외를 하려고 집에 거의 붙어 있지 않았었거든요. 먼저 간 선배 언니 오빠들한테서 공부를 배우는 과외가 되게 인기를 끌고 있어요. 시험 한 6개월 전부터는 같이 숙식을 하면서 새벽 한 2, 3시까지 같이 공부하고 자고. 그리고 또 이런 것도 있어요. 저희 집이 엄마가 김일성종합대학 졸업하셨고 오빠도 김책공대 갔고 이제 저도 또 전문학교 가고 이러니까 어떻게 대학교를 보냈는지는 상담 받는 그런 것도 있고 집에 좀 상담을 많이 왔던 거 같아요.
◀ 차미연 앵커 ▶
그렇군요. 자 이 대학 입시가 인생에 미치는 영향이 남한이나 북한이나 비슷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지나고 보면 인생에 그 그렇게 큰 영향은 아니었는데 하는 생각도 하게 되거든요. 이 대학 입시 오늘 돌아보니까 어떠셨어요?
◀ 나민희 ▶
지금 생각해 보니까 또 잊고 있던 순간이 떠오르기도 하는데 내가 합격을 했다고 그래서 동네방네 자랑을 하고 이제 다시 수능 공부 할 필요가 없으니까. 그래서 엄마한테 졸라가지고 그때 이제 쌍꺼풀 수술도 하고 지금 생각해 보니까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 아니었나. 그런 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 김수경 ▶
사실 대학 가기 어려운 것은 어디나 마찬가지죠. 남한도 어렵고 북한도 어렵고 미국도 어렵고 너무 어린 나이인 10대 후반, 20대 초반에 마치 모든 인생의 향방이 결정되는 것처럼 말해지는 대학만 잘 가면 모든 게 해결되는 것처럼 말해지는 이러한 사회의 세태도 우리가 좀 반성하고 하나의 인생의 과정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 차미연 앵커 ▶
오늘 북한의 대학 입시에 대해서 알아봤는데요. 남과 북이 많이 다르지만 교육열 또 공부에 대한 열의만큼은 같다는 걸 느꼈습니다.
◀ 김필국 앵커 ▶
수험생 여러분 남은 시간 마무리 잘하시고 좋은 결과 얻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오늘 도움 말씀 고맙습니다.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unity/6426211_2911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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