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반’ 공민정 “만두 600개 빚으며 오디션, 기다림의 시간이었다”[EN:인터뷰③]

이민지 2022. 11. 1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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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HB엔터테인먼트 제공

[뉴스엔 이민지 기자]

공민정은 이제 막 매체를 통해 얼굴이 알려지지 시작했으나 사실 2013년 영화 '누구나 제 명에 죽고싶다'로 데뷔한, 올해 10년차 배우다. 무명 시절에도 꾸준히 독립영화에 출연하며 연기에 대한 끈을 놓지 않았다.

공민정은 "사실 일을 못하고 산 기간이 길었다. 20살 때 연극영화과에 들어갔고 데뷔를 27살 정도에 했다. 이후 10년간 연기할 시간이 얼마나 될까를 생각해보면 꽉 채워서 2,3년은 될까. 나머지는 백수로 기다리는 시간이었다. '갯마을 차차차' 전까지는 기다림의 시간이었다. '갯마을 차차차' 때 처음으로 대본을 제안 받았다"라고 밝혔다.

그는 "독립영화를 많이 찍었는데 단편영화는 5일이면 다 찍는다. 그 외에는 기다리는 시간의 연속이었다. 일하지 않는 시간을 어떻게 버티느냐가 관건이었고 나의 경우는 일하기 위해 버텼던 것 같다. 일하는 시간이 너무 행복하니까 일하기 위해서 일하지 않는 시간을 어떻게 쓸까를 생각했다. 지금도 일하는 시간은 즐겁고 행복하다. 아직 시작도 안한 느낌이라 더 해야 한다"며 웃었다.

공민정을 다잡은건 연기에 대한 애정이다. 그는 "이걸 포기해야겠다는 생각은 한 적이 없다. 어렸을 때부터 그냥 이건 하는거였다. 다만 돈벌이가 안 되니까 계속 아르바이트를 했다. '갯마을 차차차' 초반까지만 해도 만두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만두 하루에 600개씩 빚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묵묵하게 할 일만 하고 퇴근하면 되는 단순 노동을 좋아한다. 출근해서 4시간 세평짜리 만두가게에서 만두 빚는 일이 가장 행복했다. 돈도 돈이지만 삶을 지탱하는 힘이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노동이 주는 힘을 믿는다. 루틴을 갖고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게 하는 힘이었던 것 같다. 기다린다고 가만히 있으면 정신 건강에 좋지 않다. 오지도 않을 미래를 기다리기만 하는 것보다 계속 움직이려고 노력했다"라고 회상했다.

만두가게 사장님께는 고마움이 많이 남는다고. 공민정은 "언제든 와서 일해도 된다고 해주셨다. 내가 출연한 독립영화 포스터 같은 것도 가게에 붙여주시고 내가 하는 일을 응원해주셨다. 오디션 있으면 보내주시고 편하게 일할 수 있게 해주셨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그런 시간을 거쳐 매체를 통해 얼굴을 알린 만큼 많은 사람들이 알아보기 시작했다. 주목도가 달라지다 보니 자연스럽게 부담이 생길 수 밖에.

공민정은 "편하게 살아왔던 사람이고 지금도 편하게 사는 편이지만 가끔 진짜 편하게 나갔는데 알아봐주시면 민망하기도 하더라. 너무 이렇게 편하게 다녀도 되나 싶어서. 뭐든 조심해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내가 한 말이 와전 될 수도 있고. 워낙 예민한 직업군이라 행동거지나 말을 조심해야겠다고 생각하는데 아직은 편하게 사는 편이다"라고 말했다.

한 배우는 연기가 좋아 배우가 됐지만 연기 외에 해야할 것들이 너무 많아 힘들다고 말하기도 했다. 공민정에게 이 이야기를 건네자 공감하며 "그 고민은 오래 했다. 연기 외에 해야하는 것들이 많다. 연기는 너무 행복한데 대외적인 일들이 나와는 안 맞는 것 같다. 다만 그걸 배워나가고 내 안에서 덜 힘든 방법을 찾아가는 과정이다"라고 털어놨다.

기다림과 고민의 과정을 거쳐 이제 꽃피기 시작한 공민정. 지난 시간에 대한 소회를 묻자 "지금이 제일 좋은 것 같다. 모든 과정이 머릿 속에 지나가는데 생각해보면 슬픈 감정부터 든다. 힘들었다는게 딱 오는데 이 감정 자체가 좋은 것 같다"라며 울컥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그 모든 과정과 시간들이 결국엔 한가지 목표, 내가 연기를 하고자 했고 이 길을 위한 노력들과 과정의 시간이었으니까 그 시간이 없었으면 오늘도 없었을거다. 모든 만남과 시간이 오늘을 위한, 내일을 위한 과정이었기 때문에 다 소중한 것 같다. 어떤 한 순간이 특히 힘들었다기 보다 전반적으로 연기하고 싶은데 못했던 시간이 힘들었던 것 같고 좋았던 시간은 그 안에서도 분명히 있었다.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그 관계들이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고 되돌아봤다.

고진감래. 그 끝에 만난 흥행작 '천원짜리 변호사' 시청자들에게 공민정은 "연말에 사랑하는 분들과 맛있는 음식 드시면서 '천변' 재방송 보시면서 하하호호 웃는 날들 되셨으면 합니다. 사랑이 많은 한해로 마무리 되시길 바라겠습니다. 사랑하세요"라는 말을 남겼다.

뉴스엔 이민지 o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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