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장은 거대한 냉방시스템...2022 카타르 월드컵의 과학

박동현 기자 2022. 11. 12.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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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카타르월드컵에서 사용될 공인구 '알 릴라'. 국제축구연맹(FIFA) 제공

두근두근, 카타르 월드컵 개최가 한 달도 안 남았습니다. 당당하게 지역 예선을 통과한 한국 국가대표팀도 본선을 치를 예정입니다. 이번 월드컵엔 평소와 다른 점이 많다는데요. 알고 보면 더 재밌는 월드컵,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2022 카타르 월드컵 백 배 즐기기!

한준희 해설위원과 예측부터 분석까지! 2022 카타르 월드컵

월드컵은 4년에 한 번씩 열리는 세계 축구 국가대항전입니다. 월드컵 중계를 맡은 한준희 KBS 축구 해설위원과 함께 알아봤습니다. 

우승팀, 전문가와 독자의 선택은
 

이번 카타르 월드컵이 열리는 시기가 평소와는 조금 다릅니다. 개막전이 열리는 11월 20일은 한국에선 두꺼운 옷을 입을 초겨울입니다. 보통 여름에 진행되던 월드컵이 늦게 개최된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카타르의 습하고 더운 사막 기후 때문입니다. 5월부터 10월까지 지속되는 여름은 최고 기온 50℃ 이상으로 매우 덥고 습한 탓에 겨울 개최가 결정되었습니다.

20년 전에 열린 2002년 월드컵은 한국에서 개최되고 일본에서 폐막했습니다. 당시 한국은 전체 4위라는 월드컵 역대 최고 성적을 기록했습니다. 한국은 이번 카타르 월드컵까지 무려 10회 연속 본선에 진출했습니다. 국제축구연맹(FIFA) 211개 회원국 중 여섯 번째로 달성한 기록입니다.

월드컵은 지역 예선을 통과한 총 32개국이 참여합니다.. 네 팀씩 짜여진 조별 경기에서 상위 2팀이 16강에 진출합니다. 한국 대표팀은 2002년과 2010년에 총 두 번의 16강 진출을 이뤄냈습니다. 한국은 11월 24일 같은 조에 속한 우루과이와 첫 경기를 펼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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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울’이라는 문어가 있습니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 당시 승부 결과를 예측해 유명세를 떨친 영국의 문어입니다. 파울은 결승전까지 총 8번의 예측을 모두 성공시켰습니다. 256분의 1이라는 매우 낮은 확률이라 놀라움이 컸습니다.

최근엔 인공지능이 승부를 대신 예측합니다. 지난 6월 미국의 스포츠분석 기업 디애널리스트는 모든 조의 경기를 1000번 이상 가상 경기로 시뮬레이션해 본 결과 프랑스가 17.93%의 확률로 우승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밝혔습니다. 디애널리스트가 공개한 한국의 우승 확률은 0.35%였으며, 0%의 확률을 기록한 국가도 있었습니다. 한준희 해설위원은 “한국의 16강 진출을 35% 정도로 예측한다”며 “성적에 너무 큰 부담을 갖지 말고, 대회를 즐기는 마음으로 각자의 능력을 잘 발휘하는 월드컵이 되길 바란다”는 응원의 말을 남겼습니다.

어린이과학동아DB

매번 진화한다 월드컵 속 신기술!

매 대회마다 신기술이 등장하는 월드컵입니다. 스포츠의 생명은 뭐니 뭐니 해도 공정한 판독이기 때문이죠. 이번 카타르 월드컵에서도 신기술이 대거 선보입니다.

신기술의 쇼케이스가 되어가는 월드컵

요즘 월드컵은 축구뿐만 아니라 기술의 발전도 함께 살펴보아야 합니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 도입된 골라인 판독 기술(GLT)과 직전 월드컵인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서 운영된 비디오 판독(VAR) 등 매번 새로운 기술이 도입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바로 ‘반자동 오프사이드 판독 기술(SAOT)’입니다. 오프사이드란 팀원에게 패스를 받은 선수 앞에 상대 팀 선수가 1명 이하일 때 선언되는 반칙입니다. 오프사이드 반칙은 축구 전술의 다양화를 막고 재미를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부심은 오프사이드만 관찰할 정도로 경기 내에선 엄격하게 감시합니다.

다만 오로지 공정만이 정답은 아닙니다. 축구처럼 템포가 빠른 스포츠는 그 속도 또한 경기의 생명이기 때문입니다. 기존에 도입된 VAR은 판정 과정에서 때로 5분이 넘어가기도 해 경기의 흐름을 끊는다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이번에 도입된 반자동 오프사이드 판독 기술이 1분 내로 판단을 가능케 해, 전보다 더 수월하고 공정한 경기가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FIFA 유튜브 캡처

사막에서도 쿨하게 더위 막는 경기장

11월 20일 일요일 오후 7시 카타르와 에콰드로의 개막전이 펼쳐질 ‘알 자하’ 경기장. 11월에도 기온이 최대 30℃까지 오르는 카타르에서 경기가 수월하게 진행되기 쉽지 않지만 해결책은 경기장 곳곳에 숨어 있습니다. 가뜩이나 더운 날씨에 관중들의 열기까지 감당하기 위해 카타르 월드컵 경기장은 하나의 거대한 냉방 장치가 될 예정입니다.

이렇게 냉방에 신경 쓰는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경기장 냉방 장치를 총괄한 카타르대 사우드 압둘 가니 박사는 “축구장에서 경기를 관전하는 관중은 1시간에 약 70g의 땀을 흘리고, 노트북 컴퓨터 2대 분량의 열을 쏟아낸다”고 말했습니다.

 

축구 선수는 한 경기 동안 10km 이상을 달리고 3L 정도의 땀을 흘린다고 합니다. 더운 사막 기후인 카타르에서는 선수의 건강과 관중의 만족을 위해 온도 조절에 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를 위해 가니 박사는 경기장 전체를 식히는 냉방 시스템을 설계했습니다. 온도와 습도뿐만 아니라 먼지 등 공기 부유물도 통제합니다. 만약 바람이 불어 먼지가 많아진다면, 경기장 내에서 먼지를 정화해 깨끗한 공기를 사람들에게 제공하는 식입니다. 

이외에도 적외선 카메라 등으로 관중과 선수의 체온도 실시간으로 측정해 그때그때 냉방의 강도나 방향을 조절할 예정입니다. 이처럼 경기장 구석구석에 스며든 냉방 조절 장치 덕분에 선수와 관중은 날씨와 관계 없이 쾌적한 경기를 치르고 즐길 수 있는 것입니다.

 

카타르 월드컵의 탄소중립 약속 지켜질까?

어린이과학동아 DB

요즘 스포츠 축제에 친환경이 빠질 순 없습니다. 카타르 또한 이번 월드컵을 ‘탄소중립 월드컵’이라고 내세웠습니다. 하지만 앞서 봤듯이, 경기장 전체를 항시 냉방하면 에너지가 많이 쓰일 수밖에 없습니다. 카타르가 탄소중립에 자신만만한 이유와 우려를 함께 살펴봤습니다.

경기장, 레고처럼 쌓아 만든다?!

마치 레고 블록을 쌓아놓은 듯한 974 스타디움. 974 스타디움은 레고가 아닌 컨테이너를 쌓아 만들었습니다. 사용된 컨테이너의 개수가 974개라 붙여진 이름인데, 이는 국제전화 사용 시 카타르의 국가번호인 974와 같은 숫자이기도 합니다.

컨테이너를 쌓아서 지은 이유는 바로 쉬운 철거를 위해서입니다. 사실 974 스타디움은 지어질 때부터 부술 예정으로 설계됐습니다. 12월 18일 월드컵이 끝나면 완전히 해체해 컨테이너와 자재를 재활용할 계획입니다.

경기장을 지을 땐 많은 탄소발자국을 남기기 때문에 일회성 경기장이 아닌 지속가능한 경기장을 지은 것입니다. 철거할 건물이다 보니 974 스타디움에는 카타르 축구장만의 특징인 에어컨 시스템 없이 해풍을 이용할 예정입니다. 카타르 월드컵 협회는 해체한 건축 자재를 아프리카나 동남아 등 개발도상국에 기부할 거라고 발표했습니다.

탄소중립을 위한 카타르의 ‘큰 그림’

탄소시장감시의 길레스 듀프라스네 정책 책임자는 “카타르는 경기장 건설이 환경에 줄 영향을 매우 과소평가했고, 총 건설 배출량의 극히 적은 부분만 책정해 발표했다”며 “탄소배출권 또한 상당량 구입하지 않았고 그마저도 청정에너지가 아니다”라고 말했다.탄소시장감시 제공

카타르는 태양광으로 얻은 친환경 전기에너지로 탄소중립 월드컵을 달성할 계획입니다. 카타르 월드컵에서 사용될 경기장은 8곳인데, 경기장을 서로 가깝게 지어 이동 거리를 줄이겠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이동 중 소모되는 화석연료를 줄이고, 함께 발생하는 배기가스를 최소화하겠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있습니다. 지난 5월 국제환경단체 탄소시장감시는 “카타르 월드컵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실제보다 최대 5배가량 축소되어 보고됐다”고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과연 카타르 월드컵은 탄소중립 타이틀을 무사히 따낼 수 있을까요.

○ 박지은 녹색연합 자연생태팀장 인터뷰 “이젠 친환경이 아니라, 필환경입니다.”

Q 스포츠 축제가 환경에는 어떤 영향을 주나요?

한 번 쓰이고 방치되는 경기장이 대표적인 문제입니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때는 활강 슬로프를 짓기 위해 강원도의 가리왕산이 희생되었죠. 몇백 년 동안 자리를 지켜온 나무와 야생동물의 터전이 일회성의 축제를 위해 한순간에 사라진 것입니다. 경기장은 물론 숙소나 도로처럼 각종 부대 시설이 단기간의 행사를 위해 건설됩니다. 대회가 끝나고 나면 해당 시설들은 대부분 무용지물이 되고 말아요.

 Q 지속가능한 스포츠 축제를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요?

환경을 지키면서 새로운 대회를 치르는 방법을 제도적, 기술적으로 만들어 내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우리 모두에게 더 많은 환경적 상상력이 필요하겠죠. 2012년 런던올림픽은 기존의 경기장을 재활용했고, 2020년 도쿄올림픽은 선수촌 침대를 재활용한 골판지로, 주 경기장 성화는 재활용 알루미늄으로 만들었습니다. 다양한 환경적 상상력을 발휘한 좋은 사례지요. 기후위기 시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친환경이 아니라 이제는 필(必)환경임을 잊지 않아야 하겠습니다.

어린이과학동아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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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과학동아 11월 1일자 [특집] 과학으로 분석한다, 2022 카타르 월드컵

Intro. [특집] 2022 과학으로 분석한다 카타르 월드컵

Part1. [특집] 한준희 해설위원과 예측부터 분석까지! 2022 카타르 월드컵

Part2. [특집] 매번 진화한다 월드컵 속 신기술!

Part3. [특집] 사막에서도 쿨하게 더위 막는 경기장

Part4. [특집] 카타르 월드컵의 탄소중립 약속 지켜질까?

[박동현 기자 idea10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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