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영의 코인사이트] 바이낸스 CZ, FTX 사태 직전 '캐스케이드 효과' 언급했다
직접 '캐스케이드 효과' 만들어낸 CZ, FTX 공개 저격…시장 안정화 노렸나
[편집자주] 암호화폐·블록체인 산업은 정보 비대칭성이 심한 분야이자, 주요 용어가 대부분 외국어로 되어 있어 이해가 어려운 신생 산업입니다. 제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블록체인 기술 관련 소식도, 암호화폐 투자와 직결된 소식도 독자에게 제대로 닿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민영통신사 <뉴스1>은 이해가 어려운 암호화폐·블록체인 소식을 쉽게 풀고, 나아가 향후 전망이나 분석까지 담은 ‘코인사이트(Co;insight)’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코인사이트’는 암호화폐를 뜻하는 ‘코인’과 ‘인사이트’의 합성어로, 암호화폐·블록체인 분야의 주요 소식을 인사이트 있게 분석하겠다는 의미입니다.
(서울=뉴스1) 박현영 기자 = 이번주 가상자산 시장은 FTX 관련 이슈로 떠들썩합니다. 초대형 가상자산 거래소인 FTX가 자금난에 처하면서 전체 가상자산 시장에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FTX와 연관된 가상자산은 물론, 비트코인(BTC)등 시가총액 규모가 큰 가상자산들도 가격 하락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FTX가 가상자산 업계에서 지니는 의미가 컸던 만큼, 시장 전체가 충격을 받고 있는 것이죠.
사태의 시발점은 미국 가상자산 미디어 코인데스크가 FTX 관계사 알라메다리서치의 재무 상태를 지적한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해당 보도는 경각심을 심어준 정도였습니다.
사태가 본격화되고, FTX의 '자금난'이 시작된 건 자오창펑(Zhao Changpeng) 바이낸스 최고경영자(CEO)의 FTT 매도 선언부터입니다. 바이낸스가 FTX의 자체 토큰 FTT 보유량을 모두 매도하겠다고 하면서 다른 투자자들도 일제히 FTT를 시장에 던지기 시작했죠. FTT 가격이 폭락하면서 FTX는 자금난에 처하게 됐습니다.
이번 사태의 진행과정을 보면서 떠오르는 자오창펑 CEO의 발언이 있었습니다. 그가 불과 지난주 '웹서밋(Web Summit) 2022' 행사에서 언급했던 '캐스케이드 효과' 관련 발언입니다. 그는 가상자산 시장에 '크립토 겨울'이 도래한 원인을 '루나 사태'로 인한 캐스케이드 효과로 봤습니다.
캐스케이드 효과란 시스템 전체에 영향을 주는, 예측할 수 없는 사건들이 연이어 발생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후 한 주도 채 지나지 않은 지금, 루나 사태 때보다 더 심각한 캐스케이드 효과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의 발언이 단순히 루나만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닐 수 있겠다는 추측입니다.
이번 <코인사이트>에서는 자오창펑 CEO가 '캐스케이드 효과' 언급을 통해 시사하고자 한 바를 추측해보고, 현재 시장에서 어떤 캐스케이드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CZ가 7만명 앞에서 지목한 '루나 사태' 원인은?
매년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열리는 '웹서밋'은 유럽 최대 기술 콘퍼런스입니다. 이번에도 무려 7만여명이 넘는 참가자들이 전 세계에서 몰렸습니다.
특히 이번 웹서밋은 '웹3서밋'이라고 불릴 만큼 기존과 달리 가상자산 및 블록체인 업계 연사들이 많았는데요. 자오창펑 CEO는 올해 웹서밋을 대표하는 연사 6인에 이름을 올렸고, 개막 행사인 '오프닝 나잇'에서 대담을 진행했습니다.
오프닝 나잇에는 7만1000여명에 달하는 참가자들이 자리했습니다. 자오창펑 CEO도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 선 적은 없다고 밝혔고요. 그만큼 그가 자신의 의견을 신중히 공유하는 자리였습니다.
이 자리에서 자오창펑 CEO는 가상자산 하락장이 이어지는 이른바 '크립토겨울'이 루나 사태에 따른 캐스케이드 효과로 도래했다고 짚었습니다. 자오창펑 CEO는 "루나 사태가 쓰리애로우(3AC) 캐피탈 등 헤지펀드의 몰락으로 이어지면서 캐스케이드 효과가 촉발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지난 5월 한국인이 개발한 블록체인 프로젝트 '테라'가 무너지면서 루나(LUNA) 가격이 99% 이상 폭락했고, 이는 루나에 투자했던 가상자산 헤지펀드 3AC의 파산 위기로 이어졌죠. 현재 3AC는 파산을 신청한 후 회생을 준비 중입니다.
캐스케이드 효과를 언급함으로써 자오창펑 CEO가 시사하려고 했던 건 결국 시장은 점차 자리를 잡아갈 것이란 점입니다.
그는 "캐스케이드 효과로 가상자산 시장이 더 얼어붙었지만, 결국엔 전체 시스템이 연착륙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올해는 시스템의 연착륙을 위한 시기이고, 시장은 쇼크를 극복할 것"이라고 자신했습니다. 이런 위기를 극복하면서 가상자산 시장이 제도권 내에 정착하고, 안정적인 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란 얘기죠.
◇직접 '캐스케이드 효과' 만든 CZ…뭘 시사하려 했나
그가 이 같은 얘기를 꺼낸 건 지난 2일 코인데스크의 알라메다리서치 관련 보도가 나온 직후였습니다. 코인데스크는 FTX 관계사 알라메다리서치의 자금 대부분이 FTT로 채워져 있다며, 알라메다리서치와 FTX가 재정적으로 지나치게 엮여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리고 이번주 들어 자오창펑 CEO는 캐스케이드 효과를 직접 만들어냈습니다. 지난 7일 바이낸스의 FTT 보유량을 모두 팔아버리겠다고 직접 트윗을 올렸죠. 이 트윗으로 인해 FTT를 매도하는 투자자들이 급속도로 늘었고, FTT 가격은 사흘 동안 80% 넘게 떨어졌습니다.
FTT가 회사 자산이었던 FTX는 당연히 자금난에 처하게 됐습니다. FTX의 수장 샘 뱅크먼 프리드(Sam Bankman-Fried) CEO의 30조원대 자산도 바닥을 찍었습니다.
그야말로 폭포 같은 '캐스케이드 효과'였습니다. FTX와 알라메다리서치가 투자해온 가상자산들의 가격이 일제히 추락하기 시작했습니다.
대표적인 게 솔라나(SOL)입니다. 솔라나 가격도 사흘 동안 50% 이상 하락했죠. 심지어 솔라나는 블록체인 플랫폼 프로젝트입니다. 솔라나를 기반으로 하는 수많은 서비스들도 함께 몰락하기 시작했습니다. 가상자산 시장 전체가 흔들리기 시작했죠. 이미 루나 사태보다 더 큰 규모로 시장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7만명이 모인 자리에서 자오창펑 CEO가 캐스케이드 효과를 언급한 것은 우연일까요? 그는 캐스케이드 효과로 시장이 더 안정화될 수 있다고 봤고, 현재 직접 캐스케이드 효과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FTX가 자금난에 처하자마자 그는 보란 듯이 "두 가지 교훈을 얻어야 한다"는 트윗을 올렸습니다. 그는 "가상자산 업계에서 비즈니스를 하려면 절대로 자금을 빌리지 말고, 준비금 보유고를 넉넉히 채워두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이어 "바이낸스는 한 번도 바이낸스코인(BNB)을 담보로 사용하거나 다른 업체로부터 대출을 받은 적이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자체 토큰을 담보로 외부로부터 돈을 빌려 사업하는 행위를 공개 저격한 것이죠.
이런 사업 모델이 사라지는 것이 자오창펑 CEO가 노린 '시스템의 연착륙'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현재 가상자산 시장은 FTX와 알라메다리서치 같은 사업 모델이 지나치게 유행하는 시장이 됐기 때문이죠.
저마다 자체 토큰을 발행하고, 회사가 보유한 토큰을 탈중앙화금융(디파이) 서비스에 맡겨 담보로 활용해 자금을 얻곤 합니다. 자체 토큰 가격이 폭락하기라도 하면 회사 전체가 휘청거리는 위험한 시도입니다.
이런 회사가 많아질수록 특정 토큰의 가격이 하락하는 일이 전체 시장에 영향을 줄 가능성은 커집니다. FTT 가격 폭락이 전체 가상자산 시장을 흔들고 있는 것처럼요. 시장이 더 안정화되려면 이런 사업모델을 지양해야 하는 것이죠.
현재 FTX는 프리드 CEO가 사의를 표명하고, 미국 델라웨어주 법원에 파산을 신청한 상태입니다. 이 과정에서 미국 규제당국은 FTX에 규제 칼날을 들이대기 시작했죠.
이에 FTX가 회생할 수 있을지, FTX 사례로 시장이 더 제도권 내에 들어올지 향후 전망이 더욱 주목받고 있습니다. 자오창펑 CEO가 만들어낸 캐스케이드 효과가 어디까지 갈지, 그의 바람처럼 시스템의 연착륙으로 이어질지 지켜봐야 합니다.
hyun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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