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먹으며 주인 그리워해...파양된 개들의 운명은 [씨네프레소]
[씨네프레소-55] 영화 ‘개들의 섬’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11만8273마리의 유실·유기동물이 구조·보호조치됐다. 전년보다 9.3% 줄어든 수치이긴 하지만 여전히 연간 10만이 넘는 반려동물이 버려지거나 길을 잃고 있는 것이다. 같은 해 농림축산식품부가 반려동물 양육을 포기하거나 파양을 고려한 경험이 있는 반려동물 양육자를 대상으로 그 이유를 물어본 결과, ‘물건훼손·짖음 등 동물의 행동문제’를 꼽은 경우가 27.8%, ‘예상보다 지출이 많음’이 22.2%, ‘동물이 질병에 걸리거나 사고를 당함’이 18.9%로 나왔다. 아마 실제로 동물을 버린 사람에게 물어봐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결과가 나올 것이다. 가족으로 받아들일 땐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가 발생하자 가족 구성원 자격을 박탈한 것이다.
영화는 일본 가상도시 메가사키를 배경으로 한다. 시장 코바야시는 ‘개 독감’을 이유로 모든 개를 쓰레기섬에 추방하라는 긴급 검역령을 발령한다. 개 독감의 위험성이 과장됐으며, 치료제도 6개월만 있으면 나오기 때문에 명령을 취소해야 한다는 의견은 묵살된다. 시장은 전염병을 통해 일종의 공포 정치를 함으로써 지지층을 결집하고 반대파를 제거한다. 개에 대해 너무 잔인한 처사라는 주장을 하는 데는 큰 용기가 요구된다. 공동체에 전염병이 퍼져도 괜찮다고 역설하는 무책임한 사람으로 매도될 수 있어서다. 시장은 자신의 경호견 스파츠를 쓰레기 섬으로 추방하며 솔선수범한다.
서서히 희망을 잃어가며 느슨해지던 개들의 삶에 변화가 생긴다. 코바야시 시장의 아들이 경호견 스파츠를 찾아 경비행기를 몰고 홀로 섬에 오면서다. 3년 전 발생한 고속열차 사고의 생존자였던 소년은 부모가 모두 사망하며 먼 친척인 코바야시 시장의 양자가 된다. 벽돌 저택의 외딴 방에서 지내던 외로운 소년에게 친구가 돼준 것이 경호견 스파츠였다. 개들은 소년에게 협력하기로 마음 먹는다. 그 섬에 자기 개를 찾으러 온 첫 인간에게 개들의 의리를 보여주기로 한 것이다.
‘판타스틱 Mr. 폭스’와 차이가 있다면 사회적 메시지가 좀 더 부각된다는 점이다. 전염병의 위험성을 과장해 반대 세력의 목소리를 억누르는 코바야시 시장에게서 공동체에 직면한 위기를 부풀려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공고히 하는 현대 위정자의 모습을 발견하긴 어렵지 않다. 혹자는 개들이 본거지에서 추방되는 스토리 속에서 난민과 소수자 차별 문제를 읽어낸다. 무엇보다도 쉽게 읽을 수 있는 건 동물권(동물의 권리)에 대한 목소리다. 인간의 필요에 따라 개를 입양했다가 버리는 것은 잔인한 일이라는 주장이다. 요즘 같은 세상엔 당연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개에게 인간의 목소리를 입혀 들었을 때 또 다른 차원의 설득력이 나온다.
등급: 12세이상관람가
감독: 웨스 앤더슨
성우: 스칼렛 요한슨, 브라이언 크랜스톤, 빌 머레이, 프란시스 맥도먼드, 틸다 스윈튼, 에드워드 노튼
평점: 왓챠피디아(3.5/5.0), 로튼토마토 토마토지수(90%) 팝콘지수(87%)
※2022년 11월 11일 기준.
감상 가능한 곳(OTT): 디즈니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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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프레소 지난 회차]
29회-여제자 스타로 키웠더니, 날 떠난다네요…‘밀리언 달러 베이비’
30회-날 구해준 아저씨, 엄마 망친 마약상이었다…‘문라이트’
32회-날 위로하던 스승, 뒤에선 애인과 나 갈라놔…‘시네마 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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