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X 파산은 엔론 사태”···“미시간 장기 인플레기대 또 상승”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
11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가 FTX의 전격적인 파산 신청 소식에도 상승 마감했습니다. 나스닥이 1.88% 오른 것을 비롯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각각 0.92%, 0.10% 뛰었는데요. 예상보다 좋았던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이후 달러인덱스가 106.3 선까지 급락한 것이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입니다.
국채시장은 베테랑스 데이를 맞아 휴장이었지만 이 같은 달러약세가 투자자들의 심리 개선에 도움이 됐는데요. 의미 있는 진전은 없지만 중국의 코로나19 규제완화 움직임도 시장에는 호재였습니다. 원자재 가격도 상승했는데요. 12월 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이 2.49달러(2.9%) 오른 배럴당 88.96달러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반면 FTX 파산은 악재였죠. 샘 뱅크먼-프리드 최고경영자(CEO)도 자리에서 물러났습니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중요하게 보는 미시간대 인플레이션 기대는 또 올랐습니다. 오늘은 미시간대 자료와 함께 FTX 사태, 중국의 코로나19 규제, 증시 전망을 알아보겠습니다.
우선 어제 10월 CPI 이후 관심이 더 생긴 미시간대 인플레이션 기대부터 보죠. 미시간대에 따르면 1년 뒤 물가를 점치는 1년 인플레이션 기대가 11월에 5.1%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10월(5.0%)보다 0.1%포인트(p) 상승한 건데요.
5년 이상 장기 인플레이션 기대 역시 3.0%로 9월(2.9%)보다 올랐습니다. 사실 연준 입장에서는 단기도 단기지만 장기 인플레이션 기대가 중요한데요. 연준이 항상 말하는 게 “장기 인플레이션 기대가 잘 고정돼 있다”는 겁니다. 이게 흔들리면 더 강력한 통화긴축이 불가피하다고 보면 되는데요. 지난 6월 연준이 막판에 기준금리 인상폭을 0.5%p에서 0.75%p로 올린 주요 이유 가운데 하나가 5~10년 인플레이션 기대가 3.3%(뒤에 3.1%로 수정)가 나왔기 때문이었습니다.
3.0%(11월 5년 인플레 기대)라는 숫자가 연준을 흔들 정도는 아닙니다. 한동안 2.9~3.1% 범위 안에서 움직이기도 했고요. 시장에서 보는 장기 인플레 기대, 즉 10년 ‘브레이크 이븐 레이트(BEI·Brake Even Rate)’는 약 2.4% 정도로 연준의 타깃(2%)에 더 가깝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비자물가에 베팅하는 인플레 스왑은 1년 뒤 헤드라인 인플레가 3% 아래로 떨어지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도 했는데요.
하지만 최근 흐름이 마음에 좀 걸립니다. 5년 인플레 기대는 8월 2.9%에서 9월 2.7%로 내려오다가 10월(2.9%), 11월(3.0%)로 두 달 연속 올랐습니다. 애나 웡 블룸버그 이코노믹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시간대 보고서는 10월 CPI 이후 인플레이션 문제의 종말을 축하하는 것이 섣불렀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며 “인플레 기대는 연준이 안전하게 생각하는 구간의 상단 끝쪽에 있으며 고정돼 있는 인플레 기대가 풀릴 수 있는 리스크가 남아 있다”고 설명했는데요.
10월 CPI가 고무적인 것은 명확하지만 모든 게 다 끝난 건 아니라는 뜻입니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이날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기대보다 낮은 쪽에서 나온 10월 인플레이션 보고서가 확실히 반갑다”면서도 “나는 이게 터닝 포인트(전환점)이 될지 모르겠다. 그것은 단지 한 번의 데이터”라고 했는데요.
어제 ‘3분 월스트리트’에서 꼽은 것이 향후 인플레이션 하락 속도와 소비였습니다. 미시간대 인플레 기대 조사와 함께 나온 소비자 신뢰도 역시 좋지는 않았습니다. 미시간대는 이날 11월 미시간대 소비자심리지수가 54.7(예비치)가 전월보다 5.2포인트 하락했다고 밝혔는데요. 7월(51.5) 이후 가장 낮은 수치로 월가 전망치(59.5)보다 크게 낮았습니다.
연장선에서 코로나19 이후 부족했던 컨테이너가 남아돈다고 하는데요. 드루리의 세계 컨테이너 운임지수를 보면 1FEU(40피트 컨테이너 1개) 당 운임이 2773달러로 가격이 정점이었던 지난 해 9월보다 73%나 폭락했다고 합니다. CNBC는 “컨테이너 운임하락과 창고에 쌓여 있는 빈 컨테이너는 수요감소와 경기침체의 징후를 더 많이 보여준다”고 했는데요.
앞서 영국이 3분기 국내총생산(GDP)이 -0.2%를 기록했다고 밝혔습니다. 긴 침체가 이제 시작됐다는 말이 나오는데요.
미국은 영국이나 유럽과 상황이 다릅니다. 미국이 경제도 고용시장도 더 강하죠. 10월 CPI가 미국의 소프트랜딩(연착륙) 확률을 높였지만 추가 긴축이 불가피하고 그에 따른 경기둔화가 내년에 더 가시화할 수 있는데요. 마크 해펠레 UBS 글로벌 웰스매니지먼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인플레 속도완화는 환영할만하지만 그 위협을 끝내기에는 아직 너무 이르다”며 “우리는 연준이 여전히 1%p의 추가 금리인상을 할 것으로 보며 지금까지의 금리인상 영향과과 겹쳐 계속해서 경제성장과 기업 이익에 부담을 줄 것”이라고 봤습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이면서 한때 ‘인플레=일시적’이라는 입장을 펴왔던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도 급격한 경기둔화를 우려합니다. 하지만 근본적인 상황 인식이 다른데요. 10월 CPI 이후 더 그런 것 같습니다.
그는 이날 블룸버그TV에 “내 생각에 연준은 이미 충분히 했으며 정말로 정말로 금리인상을 멈추고 상황을 봐야 한다”며 “만약 또다른 CPI 보고서가 좋게 나온다면 우리가 너무 매파적으로 가고 있는 게 아니냐는 말들이 나올 것”이라고 강조했는데요. 크루그먼 교수는 또 “인플레이션 보고서가 보여주는 수치는 여러모로 과거를 보여줄뿐 경제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를 보여주지 않는다”며 “나는 개인적으로 CPI를 통해 (인플레이션을 판단하는 것을) 거의 포기했다”고 덧붙습니다.
어제 나온 CPI만 해도 가장 최근 자료지만 10월 것입니다. 그마저도 렌트비 같은 일부 항목이 공식 반영되는 데는 시차가 있다는 얘기들이 있죠. 지금 당장의 렌트비 상황은 아파트 관리사무소나 질로우 같은 사이트에 가면 알 수 있는데 이를 보면 하락세가 뚜렷하다는 말일 겁니다. 실제 물가는 10월 CPI보다 더 떨어진 상태라는 의미죠.
수잔 콜린스 보스턴 연방준비은행 총재도 이날 “금리는 더 올려야 한다”면서도 “과도한 긴축에 대한 위험이 더 커졌다”고 했는데요.
어쨌든 긴축의 와중에 금융계에서 크고 작은 문제가 계속 터지고 있긴 합니다. 앞서 전해드렸듯 FTX가 결국 파산신청을 했는데요.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은 이날 FTX를 두고 “많은 사람들이 이를 리먼 브라더스에 비교하고 있는데 나는 이를 엔론에 견주겠다”며 “정밀한 회계사가 더 많이 필요하며 나는 이번 사태가 암호화폐 규제의 복잡성에 관한 것이 아니라 고전적인 금융사기에 관한 것이라고 본다”고 단언했습니다.
엔론은 2001년 분식회계가 밝혀지면서 파산했습니다. 직원 2만 명, 매출 1110억 달러의 에너지·물류기업이 한 번에 사라졌죠. 서머스의 말은 FTX는 사실상 분식회계, 장부조작에 가깝다고 본 겁니다. 암호화폐 산업 전체나 규제미비가 핵심이 아니라 특정기업의 일탈에 가깝다는 뉘앙스가 담겨 있는 건데요. 블룸버그통신은 뱅크먼-프리드의 자산이 현재 ‘제로’라고 보도했는데요.
주목할 건 그때도 지금처럼 연준이 기준금리를 올릴 때라는 점입니다. 닷컴버블 붕괴(2000년) 이후 금융시장이 불안한 것도 비슷한데요. 물러난 샘 뱅크먼-프리드에 이어 FTX의 최고경영자(CEO)를 맡게 된 존 J. 레이 3세는 엔론 사태 청산인 출신입니다.
문제는 후폭풍입니다. 암호화폐 시장이 이해관계가 너무 얽혀있고 앞으로 어떻게 사태가 전개될지 모른다는 리스크가 남아 있는데요. 일단 암호화폐 파생상품 거래소 데리빗은 솔라나 관련 선물과 옵션계약의 신규 상장을 중단한다고 했습니다. 솔라나는 오후4시30분 현재 24시간 전보다 12.74% 떨어진 15.77달러에 거래되고 있는데요.
이날 증시가 상승 마감했다는 것은 FTX 파산을 “지나간 이슈”로 봤다는 뜻이지만 당분간은 어떤 일이 생길지 지켜봐야 합니다. 댄 아이브스 웨드부시의 기술 애널리스트는 “그것은 블랙 스완(Black Swan)”이라며 “불행하게도 많은 이들이 고통을 느낄 것”이라고 했습니다. 블랙스완이란 가능성은 낮은데 한번 터지면 충격이 큰 사건을 말하죠.
FTX는 법원에 부채가 100~500억 달러고 자산도 부채와 같은 규모라고 했는데요. 채권자가 10만 명입니다. 자산은 청산과정에서 금액이 크게 달라질 수 있고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제대로 된 평가를 받기도 어렵죠.
전날 CPI에 올랐던 암호화폐도 이날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데요. 오후3시19분 현재 비트코인은 개당 1만6661달러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24시간 전에 비해 4.18% 떨어진 건데요. FTX의 파산 신청 소식이 알려진 직후에는 1만6300달러까지 내려가기도 했습니다. 블룸버그통신은 “FTX 붕괴로 암호화폐 관련 주식 가치 50억 달러가 사라졌다”며 “로빈후드와 마이크로스트래티지는 이번 주에 최소 15% 하락했으며 블록체인과 기술 ETF는 4월 데뷔 이후 46%나 떨어졌다”고 했죠.
FTX는 미 증시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주고 있는데요. 월가의 전설로 불리는 아트 캐신 UBS 객장 담당 디렉터는 “FTX 파산이 미 증시의 추가 상승을 막는 소프트 전염(soft contagion)을 일으키고 있다”며 “암호화폐 문제를 마법처럼 해결할 수 있다면 우리는 또 한번 상승을 시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봤습니다.
이제 증시를 알아보겠습니다. 모건스탠리의 마이클 윌슨 수석 미국 주식 전략가는 “추수감사절이나 심지어 12월 초까지 더 오를 수 있다”며 “랠리가 이 수준에서 끝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봤는데요.
그는 금리 하락을 대표적인 이유로 꼽았습니다. 윌슨은 “암호화폐의 돌출 사태는 좋지 않지만 그럼에도 증시가 올랐다는 게 의미가 있다”며 상황에 따라서는 S&P가 4200 또는 4300까지도 갈 수 있다고 했지요. 다만, 그는 아직 베어마켓에 있으며 변동성이 클 수 있다는 단서를 달긴 했습니다.
데이터트랙 리서치의 공동 설립자인 니콜라스 콜라스도 시카고 옵션거래소(CBOE)의 변동성지수(VIX)를 보면 더 상승할 공간이 있다고 보는데요. 그는 “(S&P 주가가) 하루에 5% 상승하는 것은 좋지만 아직 지나치게 낙관적이면 안 된다”면서도 “올해 모든 랠리는 VIX가 33~36에서 시작해 19~20이 되면 끝났다. 이를 고려하면 이번 상승세는 어느 정도 공간이 더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 때문에 그는 VIX 지수를 눈여겨 보라고 하는데요. 이날 VIX는 22.7~22.8 수준을 오르내렸습니다.
냇웨스트 마켓의 존 브릭스 전략 헤드는 10년 만기 국채금리가 3.6%까지 낮아질 수도 있다고 보는데요. 그만큼 증시는 탄력을 받을 수 있겠죠. 씨티는 이날 S&P에 대한 숏 포지션(매도)을 정리한다고 밝혔습니다. 지금부터 12월 고용, CPI,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때까지 약세를 불러올 만한 게 없다는 건데요.
반면 조심해야 한다는 이들도 있습니다. 크레디트 스위스의 수석 미국 주식 전략가인 조나단 골럽은 “시장은 연준이 일을 적게 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만약 연준이 CPI만 본다면 합리적인 추정이지만 연준은 노동시장과 어닝, 다른 모든 것들을 함께본다”며 “나는 (S&P가) 5.5%나 뛰어야 했는지 확신이 없다”고 전했는데요.
아트 캐신 UBS 디렉터 역시 “나는 여전히 우리가 최저치를 다시 시험할 수 있다고 본다”며 “베어마켓 랠리는 짧고 날카롭게 끝난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했죠.
증시에 영향을 주는 또 하나의 요인인 환율에 관해서도 의견이 갈립니다. 10월 CPI 이후 낮아진 최종금리 전망 덕에 달러약세가 진행하고 있지만 이것이 언제까지 이어질 거냐는 게 관건인데요. 베녹번 글로벌 포렉스의 수석 시장 전략가인 마크 챈들러는 “달러상승은 끝날 수 있으며 영국 파운드와 캐나다 달러에 대해 정점을 찍고 있다”며 “현재 유로화와 엔화는 약 45% 저평가돼 있는데 이것이 조정되려면 시간이 걸리겠지만 1년 뒤 우리는 달러약세가 기업 어닝에 도움이 되는 것에 대해 얘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하지만 연준이 지속적인 긴축을 할 가능성이 지배적이기 때문에 연말까지는 더 봐야 한다는 분석도 있는데요. ING그룹은 “달러가 피크는 지났을 수 있지만 달러하락세까지는 아직 아닐 수 있다”며 “연말까지 달러의 완만한 강세 전망을 유지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데이터 분석회사 S3 파트너스에 따르면 어제 증시 상승에 아크 이노베이션 ETF(ARKK)도 급등한 결과 공매도를 건 이들이 1억3700만 달러의 장부상 손실을 봤다고 하는데요. 이달 말, 12월 초까지 경제지표로는 큰 이벤트가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경계심은 늦추면 안 되겠습니다.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 유튜브 생방송] : 미국 경제와 월가, 연준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을 제공하는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가 섬머타임 종료로 방송 시간이 바뀝니다. 기존 매주 화~토 오전6시55분에서, 매주 화~토 오전7시55분으로 생방송이 변경되오니 착오 없으시기 바랍니다. 방송에서는 ‘3분 월스트리트’ 기사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이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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