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커, 데프트…'베테랑의 품격' 빛났던 2022 롤드컵 [이주현의 로그인 e스포츠]
[이주현의 로그인 e스포츠] 는 게임을 넘어 스포츠, 그리고 문화콘텐츠로 성장하고 있는 e스포츠에 대한 이야기를 다룹니다. 인상 깊었던 경기들은 물론, 궁금했던 뒷이야기 나아가 산업으로서 e스포츠의 미래에 대해 분석합니다.
2022 리그오브레전드 월드 챔피언십(롤드컵)이 지난 6일 DRX와 T1의 결승전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우승 팀은 ‘미라클 런’에 성공한 DRX였다. 한국 리그 LCK(리그오브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는 2020년 이후 2년 만에 소환사의 컵을 되찾게 됐다. 현재까지 12번 열린 롤드컵에서 절반이 넘는 7번의 우승을 차지하며 ‘황부 리그’의 위상을 다시 입증했다.
LCK는 2011년부터 시작된 롤드컵에서 2013년부터 2017년까지 5년 연속 정상에 오르며 명실상부한 최고의 리그로 꼽혔다. 하지만 2018년과 2019년 2년 연속으로 중국 리그 LPL에 우승컵을 빼앗기며 위상이 흔들렸다. 2020년 담원 기아가 우승컵을 되찾아왔으나 2021년에 바로 다시 내줬다. 특히 2021년에는 LCK 팀인 T1과 젠지 e스포츠, 그리고 담원 총 3팀이나 4강에 올랐으나 LPL 팀인 에드워드 게이밍(EDG)에 우승을 허용해 더욱 뼈아팠다.
하지만 올해 롤드컵은 달랐다. LCK 팀들이 그룹 스테이지에서부터 4개 조 중 3개 조에서 1위를 차지하며 ‘한 수 위’라는 평가를 받았다. 유일하게 2위를 한 담원 역시 LPL 팀 징동 게이밍(JDG)과 순위 결정전까지 벌이는 접전을 펼쳤다. 이후 진행된 8강에서도 T1과 DRX가 각각 LPL 팀인 RNG(로열 네버 기브 업)과 EDG를 잡아내며 작년에 이어 올해도 4강에 LCK 팀이 3팀이나 오르게 됐다. 이후 T1이 4강에서 마지막 남은 LPL 팀인 JDG마저 잡아내며 LCK 팀 간의 결승 내전이 성사됐다.
LCK가 황부 리그를 탈환하는 과정에서 페이커(이상혁)와 데프트(김혁규)를 비롯한 베테랑들의 활약이 눈부셨다.
페이커와 데프트는 1996년생으로 26살 동갑이다. 마포고등학교를 함께 나온 고교 동창이기도 하다. 프로 선수로 데뷔한 해도 2013년으로 같다. 올해로 프로게이머 생활이 10년 차인 베테랑들이다. 두 선수 모두 뛰어난 기량과 리더십으로 팀의 승리에 기여하며 나란히 결승에 올랐다. 특히 데프트는 롤드컵 우승을 차지하며 최고령 우승자라는 기록을 세우게 됐다.
페이커의 베테랑으로서 면모는 특히 RNG와의 8강 2세트 경기에서 빛났다. 경기 초반 RNG에 지속적으로 탑 라인에서의 갱킹을 허용하며 킬 스코어는 4 대 0, 글로벌 골드 격차는 3000골드까지 벌어졌다. 경기 속도를 올리려던 RNG에 페이커의 아칼리가 제동을 걸었다. RNG의 미드와 정글 그리고 서포터까지 합세해 지속적으로 미드 라인을 공략했으나 페이커는 공격을 흘려내거나 받아치며 킬을 만들었다. 결국 원거리 딜러인 구마유시(이민형)가 성장할 시간을 벌었고 T1이 장로드래곤 한타에서 승리하며 역전에 성공했다. 2세트를 승리하며 기세를 가져온 T1은 세트 스코어 3 대 1로 4강에 올랐다.
데프트 역시 팀을 위기에서 구해냈다. 젠지와의 4강 2세트에서 초반에 바텀 지역에서 베릴(조건희)의 노림수가 실패로 돌아갔다. 그 결과 라인전을 반드시 이겨야 했던 DRX의 봇 듀오가 어려운 상황에 부닥쳤다. 하지만 데프트는 흔들리지 않고 상대와의 격차를 줄여 나갔다. 결국 중요한 순간에 킬을 따내며 5킬 0데스로 노 데스 경기를 펼치며 팀의 승리에 기여했다. 이후 기세를 몰아 세트를 연달아 따낸 DRX는 세트 스코어 3 대 1로 젠지를 제압했다.
두 선수 모두 끊임없는 자기관리를 통해 여전한 실력을 뽐내며 롤드컵 내내 ‘베테랑의 품격’을 증명했다. 특히 페이커는 결승전 패배 후 팀 동료들을 먼저 살피는 성숙한 모습으로 주목받았다. 데프트 역시 미라클 런을 이어오는 과정에서 동료들의 멘탈을 잡아주는 정신적 지주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건재함을 보여준 페이커와 데프트는 공교롭게도 올해 각각 소속팀인 T1과 DRX와의 계약 기간이 만료된다. 앞으로 진행될 스토브리그에서 두 선수의 선택에 관심이 쏠린다.
이주현 기자 2Ju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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