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에 지친 30대 도시인 …주말이면 '남의집' 몰려간다? [방준식의 레저 스타트업]
낯선 이들이 모여 대화 나누는 공간
호스트들은 부수입 얻어 1석 2조
"당근마켓 타고 전국으로 확장할 것"
"대한민국의 30%는 이미 나혼자 사는 1인 가구입니다. 타인을 거실로 초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서비스가 통한 이유입니다. 공간을 제공해주는 호스트들은 부수입도 얻을 수 있어 1석2조입니다."
'남의집'에 취향이 맞는 사람을 불러 모아주는 스타트업이있다. 누가 돈을 내고 타인의 거실에 모일까 싶었지만, 입소문을 타고 빠르게 성장했다. 연애담이나 여행기, 육아꿀팁 등 관심사가 맞는 사람들이 한번 모임을 열다보니 현실 친구와는 느낄 수 없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오프라인 사랑방이 된 취향 기반 대화 커뮤니티 '남의집'을 운영하는 김성용 대표(40)을 지난 11월1일 한국경제신문이 만났다.
카카오에 다니던 김 대표는 30대 중반 회사와 헤어질 결심을 했다. 누군가에게는 좋은 직장이겠지만 결국에는 회사원일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때마침 카카오택시를 론칭하면서 오프라인 공유경제를 경험했다. 일상을 공유하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는 "때마침 지내던 연희동 셰어하우스 거실이 보였다"며 "모르는 사람들과 거실에서 하우스 파티를 하는 것 같은 경험을 팔아보자 생각했다"고 말했다.
'과연 돈을 내고 모르는 사람 집에 놀러올까'라는 의구심이 들었다. 시험 삼아 네이버에 글을 올려 게스트들을 모았다. 그런데 주말이 되니 진짜로 사람들이 모였다. 무슨 말을 할지 막막했지만 서로 취향이 맞는 사람들이 모이니 소통이 활발해졌다. 그는 "1년 반동안 회사를 다니면서 매주 게스트들을 불렀다"며 "호스트를 하겠다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자 사업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기존 비슷한 플랫폼들이 우후죽순 생기던 시기였다. 경쟁사들이 레저와 액티비티·여행·클래스 등에 집중했다면, 남의집은 대화와 공간, 외로움 해소에 집중했다. 처음에는 개인의 거실에서 시작했지만, 입소문이 퍼지면서 △작은 바 △음식점 △공방을 운영하는 호스트들의 러브콜이 쇄도했다.
공간을 빌려주는 호스트들에게 부수입이 생겼다. 부업을 하는 직장인도 생겨났다. 식당 창업을 고민하던 호스트는 게스트들을 초청해 자신이 만든 음식들을 제공하기도 했다. 나중에 식당을 열자 당시 게스트들을 초대해 단골로 만들기도 했다. 그는 "현재 남의집의 호스트 70%는 개인의 집이 아닌 다양한 공간이 차지하고 있다"며 "공간을 기반으로 다양한 형태의 모임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가장 공들이는 부분은 안전 이슈다. 모르는 이들과의 만남 자체가 리스크 일 수 있다. 호스트는 에어비엔비에 방을 올리 듯 상품 사진을 등록하면 철저한 심사를 거친다. 종교나 다단계 등 목적성을 가진 모임을 사전에 막기 위함이다. 그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게스트 체크다. 남의집에는 다양한 게스트가 온다. 좋은 게스트를 모으는 것이 좋은 경험으로 연결된다. 사전에 다양한 질문지를 거쳐 호스트가 승인한 사람만 참석이 가능하다. 철저한 관리를 통해 이용자 74%가 1주일내 다시 남의집을 찾을 정도로 재구매율이 높다.
그는 "남의집의 이용고객은 평균 호스트는 36세, 게스트가 34세로 30대 후반 여성 비율이 많다"며 "호스트가 공간을 가지고 있어야해 자연스럽게 연령대가 높아지고, 대화 주제도 다른 플랫폼과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외로움 시장'에서 차별화를 보이자 당근마켓으로부터 10억원을 투자 받았다. 별도의 앱 설치 없이 당근마켓 탭으로 남의집 모임에 참가할 수 있다. 플랫폼이 가진 막대한 유저를 바탕으로 게스트를 모으기 위한 마케팅 비용을 절감 가능했다. 남의집은 호스트 확보에 더 집중하고 있다. 그는 "당근마켓 채널을 통해 저비용으로 시장 확장도 할 수 있다"며 "서울 경기를 넘어 타 지역으로도 확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생애 주기별로 플랫폼이 성장하고 있다"며 "일상속에서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어른들을 위한 놀이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김성용 대표 인터뷰 전문
Q. 자신의 소개 먼저 부탁드립니다.
"취향 기반 대화 커뮤니티 '남의집' 김성용 대표(40) 입니다. 카카오에 입사해 다양한 사업개발과 제휴 업무를 맡다 카카오택시 론칭 프로젝트에 참가했습니다. 디지털 업무를 하다 오프라인에서 공유경제가 완성되는 모습을 보고 재미를 느꼈습니다. 당시 창업 아이템을 고민하던 중 오프라인에서 공유할 수 있는 서비스를 고민했습니다. 모빌리티는 너무 무거운 아이템이니, 대신 일상을 공유해보자 생각했습니다. 당시 제가 살던 연희동 셰어하우스 거실이 보였죠. 평소 지인들을 초대하는 것을 좋아했었죠. 모르는 사람 집에서 하우스 파티를 하는 것 같은 경험을 주면 좋겠다 생각해 창업을 했습니다."
Q. 남의집에 대한 아이디어는 어떻게 떠올리셨나요.
"창업전에 2가지 가설검증을 했습니다.
△첫번째는 과연 돈을 내고 모르는 사람의 집에 놀러 올 것인가 였습니다. 당시 플랫폼이 없어 네이버에 글을 올려 게스트를 모았습니다. 우리집 거실에 진짜 모르는 사람들이 신청해 모였죠. 처음 본 사람들과 무슨 이야기를 할지부터 막막하더군요. 하지만 재미있더군요. 주말마다 파티하는 기분이었습니다.
△두번째는 호스트에 대한 니즈였습니다. 당시 게스트로 온 손님들이 자신의 집에서도 열게 해달라 요구했습니다. 자신의 공간에 누군가를 초대할 사람이 정말 있더군요. 관건은 호스트를 모으는 일이었습니다. 지인들도 협박했죠. 그렇게 1년 반동안 회사를 다니면서 겸업을 했고 스케일을 키웠습니다."
Q. 외로움 시장을 공략 하셨다고요.
"외로움 시장은 우리가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입니다. 사람들이 왜 돈을 내고서라도 타인의 집에 올까요. 취향이 맞는 사람과 대화를 나눌 기회가 없다는 반증이었습니다. 비슷한 플랫폼들은 레저에 집중했지만, 저희는 대화에 대한 욕구 해소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Q. 그래서 공간이 중요하군요.
"다른 액티비티나 클래스 플랫폼 보다 대화에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그러니 함께 나누는 공간의 중요성이 더욱 큽니다."
Q. '남의집'이 오히려 집이 더욱 부각 시키는 것 같습니다.
"저희도 스케일 업을 하면서 고민이 컸습니다. 작년초부터 피보팅(사업 방향 전환)을 했죠. 자신의 거실이 아닌 가게에서 열고 싶다는 요청이 들어왔습니다. 작은 바, 음식점, 공방 운영하는 사람들이 호스트로 참여하고 싶다고 했죠. 처음에는 본래 목적과 맞지 않아 거절했습니다. 하지만 기존의 모토가 취향으로 대화를 나누는 것이 었기에 가게로 확장했습니다. 남의집은 공간보다 대화가 초점입니다. 사실 타인의 거실에서 대화를 나누는 것은 부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가게나 공방은 그러한 문턱을 낮출수 있죠."
Q. 사업이 더욱 확장되었나요.
"현재 남의집의 호스트 70%는 개인의 집이 아닌 다양한 공간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호스트를 건물주가 아닌 '공간주'라고 부릅니다. 공간을 기반으로 사업을 하는 사람들이죠. 일반인들도 부수입을 얻고 있습니다. 식당 창업을 고민하는 호스트는, 게스트를 초청해 자신이 만든 음식을 테스트하기도 했죠. 나중에 식당을 열어 당시 게스트들을 다시 초대해 단골로 이끌었죠. 다양한 형태로 남의집을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Q. 1인가구 증가로 외로운 이들이 늘었습니다.
"게스트는 대화를 통해 외로움을 푸는 것이 초점입니다. 1인가구가 전체가구의 30%를 넘어섰죠. 대화상대가 부족합니다. 해외에서는 사회적 질병으로 정의해 국가가 해결에 나섰죠. 영국의 외로움부 장관이나 일본의 고독부처럼요. 한국은 여전히 스스로 알아서 해결해야 하지만, 선진국처럼 언젠가 변할 것 입니다. 남의집은 보다 먼저 선도적 위치에서 포지셔닝을 하고 있습니다."
Q. 롤모델이 에어비앤비 인가요.
"에어비앤비의 사업 모델 2가지를 참고했습니다.
△첫번째는 팬덤입니다. 초기 에어비앤비는 단순히 잠을 저렴하게 자는 곳이 아닌 누군가와 함께 잠을 잔다는 점을 내세워 브랜딩을 했죠. 남의집의 게스트들은 초반에 어색함을 깨기 위해 서로 몇번째 이용하냐로 대화를 시작합니다. 팬심의 척도는 유저들의 언급량 입니다. 매주 재구매율을 체크합니다. 현재 유저들이 만족할 경우 74%가 1주일내로 다시 찾고 있습니다. 유저 만족도가 높습니다.
△두번째는 안전 이슈 입니다. 모르는 이들과 오프라인에서 만나는 것 자체가 리스크입니다. 하지만 잠을 재우는 에어비앤비도 글로벌로 확장했는데, 겨우 3~4시간 함께 시간을 보내는 일은 난이도가 낮을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Q. 호스트·게스트 관리를 어떻게 하시나요.
"호스트 관리는 에어비앤비에 방을 올리 듯, 상품 사진 글 올리면 심사후 승인을 합니다. 퀄리티와 모임 주제 등을 필터링 합니다. 종교나 다단계 등 목적성이 있거나, 성의 없는 글은 거릅니다. 게스트 체크가 더욱 중요합니다. 남의집에서는 게스트가 말을 더 많이 합니다. 좋은 게스트 모이는게 관건이죠. 호스트가 승인한 사람만 모임 참석이 가능합니다."
Q. 이용자 연령층이 어떻게 되시나요.
"연령대는 평균적으로 호스트는 36세, 게스트 34세로 30대 후반 여성이 많습니다. 호스트가 공간을 가지고 있어야 하니, 연령대가 자연스럽게 높습니다. 타 플랫폼은 카페에서 만나니 젊을 수 밖에 없겠죠. 호스트 연령따라 게스트 연령도 따라서 높습니다."
Q. 국내 시장 규모는 어느 정도로 예상 하시고 계신가요.
"외로움 시장은 여가 시장과 맞물려 있습니다. 쉴때 여가 시간에 무언가 해야하는데, 여행이 아닌 누군가를 만나고 싶은 욕구, 연애 아닌. 말이 통하는 사람 만나고 싶은 욕구를 해소하고자 합니다. 여가 시장은 현재 2조원 안팎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 안에서 파이를 키워나갈 예정입니다."
Q. 코로나를 어떻게 이겨내셨나요.
"코로나가 터졌을때 망했구나 싶었습니다. 집합금지로 몇개월은 운영을 못했죠. 남의집은 사회적 거리를 좁히는 서비스 인데, 거리두기를 하는 시대라니. 하지만 오히려 대형모임에 대한 공포가 커졌고, 소규모 모임이 반사이익을 봤습니다."
Q. 올해 4월 당근마켓에 입성 하셨습니다.
"당근마켓으로부터 10억원을 유치 받았습니다. 별도 앱 설치 없이 당근안에 탭으로 남의집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커뮤니티 기반 슈퍼앱 서비스 전략입니다. 카카오도 그런식으로 성장하는 것을 지켜봤습니다. 경쟁사가 될수도 있었지만 파트너십을 통해 시너지를 내고 있습니다."
Q. 당근마켓과 어떤 시너지가 있나요.
"플랫폼이 가진 막대한 유저를 활용하면, 게스트를 모으기 위한 마케팅 비용을 절감할 수 있습니다. 남의집은 호스트를 모으는데 집중할 수 있죠. 당근마켓 채널을 통해 저비용으로 시장 확장도 할 수 있습니다. 서울 경기를 넘어 부산 제주 대구로도 확장할 예정입니다."
Q. 창업을 하면 어떤 점이 좋았나요.
"좋은 회사를 다녔지만, 결국에는 회사원일 뿐이구나 피부로 느꼈습니다. 서른중반 더 늦기전에 창업이 답이구나 생각했죠. 후회는 하지 않습니다."
"생애 주기별로 플랫폼이 함께 성장하고 있습니다. 솔로시절에는 미혼들이 좋아할것 같은 주제 올렸지만, 결혼하니 의도치 아니 부부에 관한 모임이 생겼습니다. 아이가 생기니 육아 관련 모임이 생겨나고 있죠. 플랫폼 사업은 창업자와 닮는다고 합니다. 은퇴후 관심사도 모임이 생길 것입니다. 남의집은 어른들을 위한 놀이터가 되고 싶습니다. 일상의 공간안에서 시시콜콜한 얘기도 대화 나눌 수 있는 플랫폼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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