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신형철 문학평론가가 시를 사랑하는 이유...'인생의 역사'

신재우 기자 2022. 11. 1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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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신형철 문학평론가 (사진=본인 제공) 2022.11.1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신재우 기자 = "최고의 영화감독, 최고의 소설가, 최고의 시인이 있다면 저는 그중 최고의 시인을 조금 더 좋아하는 것 같아요."

문학평론가 신형철(46)의 시 사랑은 각별하다. 2005년 등단해 평론가로 활동하며 다양한 소설과 시를 마주했지만, 그가 가장 애정하고 "나를 조금은 사랑해준다고 느끼는 장르"는 시였다.

4년 만에 출간한 '인생의 역사'는 그가 애정하는 30여 편의 시에 대한 에세이를 담았다. 그는 "시는 나에게 너무나 소중한 장르인데 드디어 시에 대해서만 쓴 책이 나오는구나"하고 들떴다고 했다.

그의 설렘과 애정이 통한 것일까. '인생의 역사'는 출간과 동시에 베스트셀러에 등극했다. 일주일 만에 2만부 이상이 팔렸다. 문학평론가의 책으로는 이례적인 일이다.

최근 서울대학교 영어영문학과에서 강의를 하는 신형철 평론가를 전화로 만났다.

[서울=뉴시스] 인생의 역사 (사진=난다 제공) 2022.11.1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4년의 시간…그사이 그는 기성세대가 됐고 부모가 됐다

"브레히트의 화자가 "두려워하면서" 길을 걸었듯이, 셰익스피어의 화자가 "노심초사하듯" 살아간다. 셰익스피어에게서 브레히트로 이어지는 이 사랑의 태도에 나는 '조심'이라는 이름을 붙인다."(프롤로그 '조심, 손으로 새를 쥐는 마음에 대하여' 중)

2016년에 칼럼을 통해 연재한 글을 6년이 지난 지금 책으로 펴낸 배경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그는 그사이 부모가 됐다.

올해 초 태어난 아이에게 아버지가 된 그는 한 권의 책을 건넨다. 그는 책의 시작을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시를 통해 '조심'으로 끝을 박준의 시를 통해 '돌봄'으로 포장했다.

"이번 이태원 참사에 대해서도 그래요. 젊었을 때는 이런 일이 있으면 분노를 더 느끼고 분노만을 느끼기도 했죠. 근데 지금은 부모 세대에서 보게 돼요. 아이를 잃는다는 것에 대해 생각하며 죄책감과 미안함이 들죠."

신형철은 부모가 된 지금 자신의 시선이 달라졌음을 느낀다. 사회와 문학을 볼 떄도 그는 "기성세대와 부모의 시선"이 됐다.

"돌보는 사람은 언제나 조금 미리 사는 사람이다. 상대방의 미래를 내가 먼저 한번 살고 그것을 당신과 함께 한번 더 사는 일."(에필로그 '돌봄, 조금 먼저 사는 일에 대하여' 중)

신형철이 시를 사랑하는 이유

그는 왜 시를 이토록 사랑할까?

"시가 어렵다는 것도 한 가지 이유에요."

신형철은 시가 어렵기 때문에, 작품과 대화할 여지가 더 많고 그 대화를 통해 나올 수 있는 결과물이 더 고유하고 개성적인 것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시를 사랑한다. 그럴듯하게 읽어낸 뒤 성취감도 다른 장르보다 크다.

중·고등학교 시절 교과서에서 만난 시를 통해 그 매력에 입문했다. 이형기 시인의 '낙화'와 신경림 시인의 '가난한 사랑 노래'를 읽으며 시에 흥미를 갖게 됐다. 물론 지금의 교과서적 시 읽기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교과서에 들어가는 시가 단순히 메시지가 올바르고 문제 내기 좋은 것들만 있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답을 내기 어렵고 알쏭달쏭하지만 이야깃거리가 좀 많은 시를 넣으면 시가 좋아지게 되는 일이 벌어질 수 있지 않을까요."

그의 이번 책에는 교과서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시가 가득하다. 소설가로 잘 알려진 한강과 레이먼드 카버의 시부터 황지우, 신동엽, 윤동주의 숨은 명작들을 골랐다.

[서울=뉴시스] 신형철 문학평론가 (사진=본인 제공) 2022.11.1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작품의 기본은 해석"…다양한 해석 공존하는 시라는 장르

그의 책을 읽으며 독자들은 '지식템'이 추가된다. 한 독자는 서점 리뷰를 통해 "당신의 글을 읽기 위해 시집을 펼치게 됐다"고 했다.

작가는 이런 독자들의 시도가 반갑다. 자신의 책을 읽고 독자들이 시를 다시 해석해보는 것이 "이 책이 발휘할 수 있는 효력"이라고 생각했다.

"저는 시를 그냥 느끼는 대로 즐기라는 게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어요. 감상자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것 같지만 어떨 땐 약간 무시하는 말 같기도 해요. 작품 감상은 정도의 차이가 있을지 언정 기본적으로 해석 활동일 수밖에 없죠. 기왕 그럴 거면 서로 해석을 나누면서 더 나은 이해를 향해 나아가보는 게 예술 향유의 보람이고요."

시를 해석하기 위해 그도 부단히 노력한다. 한 권의 시집을 읽고 해석하기 위해 전체 시집을 두세 번 읽은 후 그가 중요하다고 느낀 작품은 몇 번이고 곱씹어 읽으며 자신만의 글을 생각한다. 서문의 브레히트의 시를 해석하고 셰익스피어의 글을 거쳐 '조심'에 이르기까지는 아이가 태어난 후 9개월의 시간이 걸렸다.

'비평가적 영감'이 찾아오는 경우도 있다. "적절한 인용문이 떠오를 때"가 그렇다. "운이 좋게 몇 년 전에 읽었던 책의 한 부분이 바로 떠오르거나 할 때 비평가에게는 이것이 영감이구나 생각해요."

오랜 기간 문학 평론을 하며 자신의 작품을 쓰고 싶은 욕심은 없을까?

"비평가는 세상에 얼마나 좋은 시와 소설이 많은지 너무 잘 알잖아요. 기준이 계속 높아지는데 제 소설과 시가 그걸 통과할 수 있을 리가 없죠. 언젠가 노년에 이르러서 마음에 안 들어도 한 편 정도는 쓰지 않을까요."

☞공감언론 뉴시스 shin2ro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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