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선택한 이 남자...“한달 막걸리 5만병 팔아요” [남돈남산]
◆ 남돈남산 ◆
“광고가 중독성 있더라고. 음악, 영상도 좋고. 재밌던데.”
사람들이 인터넷에서 찾아보는 유명한 광고가 있다. 네이버가 약 2년 전 텔레비전(TV)에 방영했던 자사 광고이다. 광고에서 한 남자가 걸어가면서 다른 사람이 던지는 막걸리를 한 손으로 받는다. 그는 뚜껑을 열어 막걸리를 마신 후 “아 진짜 맛있어요”라고 말한다.
광고를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번만 본 사람은 없다고 알려진 이 광고는 유튜브 조회 수 396만을 기록할 만큼 성공한 광고로 평가받는다. 광고에 나온 남자는 막걸리 제조업체 ‘한강주조’의 고성용 대표(창업자)로, 그는 광고에서 자신을 ‘성수동 막걸리 바보’라고 소개했다.
고 대표는 2018년 한강주조를 설립하고 양조사업에 뛰어들었다. 한강주조의 제품은 크게 △‘나루 생 막걸리’(알코올 도수 6도, 11.5도) △밀가루 브랜드 ‘곰표’와 협업해서 만든 ‘표문 막걸리’ 등 3가지다. 대기업이 이미 점령한 주류시장에 뒤늦게 진출한 한강주조는 3가지 제품으로 한 달 판매량 4만5천~5만병을 기록하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고성용 대표를 만나 한강주조 창업과정, 경영과정에서 겪었던 어려움, 네이버 광고 출연 배경 등에 관해 들어봤다.
-한강주조는 어떤 기업.
▷서울 성수동에서 서울 쌀로 막걸리를 만드는 기업이다.
-서울에서 재배되는 쌀로 어떻게 막걸리를 만들 생각을 했나.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많이 사는 곳이 서울이기 때문에 서울을 대표하는 막걸리를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서울에 자리 잡았다. 서울 쌀로 서울에서 생산해야 서울 막걸리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서울에서 생산되는 쌀을 사용하고 있다.
나루 생 막걸리는 탄산 함량이 거의 없고, 쌀에서 나오는 고유의 천연 단맛이 나며, 목 넘김이 우수하다. 여러 기술을 개발해 쌀에서 나오는 단맛과 누룩 향미를 극대화했다. 감미료가 들어가지 않았기 때문에 맛이 밍밍하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조선시대, 더 앞선 삼국시대에도 우리 민족은 막걸리를 빚어가며 먹었다. 옛날에는 감미료가 당연히 없었다. 감미료가 들어가지 않은 막걸리가 대중화돼야 한다고 생각해서 나루 생 막걸리를 개발했다. 2019년 6월 출시한 나루 생 막걸리 6도 제품이 첫 제품이다.
-한강주조 설립이 첫 창업.
▷한강주조 설립이 첫 창업은 아니다. 학창시절부터 제 이름을 내건 제 브랜드를 만들고 싶었다. 의류, 액세서리 등 여러 분야를 고민하다가 액세서리 회사에 입사해 브랜드 마케터로 일했다. 5년 후 제 브랜드를 만들겠다고 생각하고 마케팅을 열심히 배웠다. 시간이 흘러 직장생활 5년 차가 되자 5년을 채웠으니 일단 퇴사했다.
대단한 뭔가를 준비한 것도, 특별한 목표도 없었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이 퇴사하지 말라며 뜯어 말렸다. 모아놨던 돈으로 작은 사무실을 구한 후 뭘 하면서 먹고 살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고민 끝에 찾은 답이 커피였다. 커피는 공간과 문화를 복합적으로 융합할 수 있는 아이템이라고 생각해서 카페 운영을 해보기로 마음먹었다. 1년 동안 커피를 공부한 후 2012년께 서울 성수동에 카페를 열었다.
-카페 운영하다가 어떻게 막걸리 제조업으로 방향을 바꿨나.
▷5년 정도 카페를 운영했던 것 같다. 카페는 잘 됐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고품질 원두를 구하는 게 너무 힘들었다. 우리나라 커피 수요가 증가하면서 고품질 원두는 대규모 커피 전문점 중심으로 납품되고 있었다. 커피의 진정성에 의문이 들었고, 더 의미 있는 사업을 해보고 싶어졌다.
당시에 전통에 관심이 많았다. 우리나라는 역사가 길고 재미있는 문화를 많이 갖고 있는데, 우리나라 문화가 많은 사람들에게 더 알려지지 못하는 현실에 안타까웠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우리 문화를 즐겨야 우리 문화도 발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2018년 초 카페를 정리했다. 새로운 직업을 구한 것도, 창업한 것도 아니었지만 일단 문을 닫았다. 두 가지 일을 동시에 잘하면 좋지만 능력이 안 됐고, 하나의 일에 제대로 몰입하면서 최선을 다 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현재 막걸리 사업을 같이 하는 이상욱 한강주조 이사님은 사회에서 만난 친구이다. 카페를 정리하기 전부터 이사님과 평소에 술을 마셨다. 소주, 맥주, 위스키, 와인, 막걸리, 지역 막걸리 등 여러 종류의 술을 마셨다.
그러던 어느 날 “막걸리는 좋은 술인데, 왜 저렴하고 낡은 이미지를 갖고 있을까. 우리가 직접 막걸리를 만들어보자”고 뜻을 모았다. 다음 날 전통술과 관련된 교육기관에 수업 과정을 등록한 후 전통술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한강주조는 이렇게 첫 발을 내딛었다.
-양조업을 하려면.
▷양조업을 하려면 제조 면허증을 따야 한다. 해당 면허 기준에 맞게 설비를 갖춰야 한다. 한강주조는 탁주·양주·증류식 소주 제조 등 3가지 면허증을 갖고 있다.
-막걸리 수출도 하나.
▷막걸리 수출 문의가 굉장히 많은데 유통기한 때문에 수출이 쉽지 않다. 몇 달 전 첫 수출에 성공해 싱가포르에 한강주조 막걸리를 선보였다. 무역 박람회 등에 자주 참가하는데, 한강주조 부스를 찾아온 바이어가 한강주조 막걸리를 시음해본 후 흡족해하면서 수출이 성사됐다.
-신규 양조장 건립을 추진 중이라고.
▷서울 성수동 양조장이 일반 건물에 있기 때문에 제조 설비를 넣을 수 있는 공간이 작다. 현재 생산할 수 있는 최대 규모를 생산하고 있는 상태다. 생산 공간이 부족해서 새로운 양조시설을 구축해야 한다. 새 양조장을 지을 용지는 구했는데 착공은 못 한 상태다. 신규 양조장이 생겨도 성수동에서 계속 막걸리를 생산할 것이다.
-또 개발 중인 제품은.
▷항상 제품 연구개발을 한다. 서울 성수동 양조장에서 대량생산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새 제품의 본격적인 출시는 새로운 양조장이 마련돼야 가능할 것 같다.
-오프라인 판매 매장을 낼 의향은.
▷일정 기간 동안 짧게 팝업스토어를 열어본 적은 있다. 지금 당장 정식으로 오프라인 매장을 낼 계획은 없다. 언젠가는 매장을 낼 수 있다. 다만 단순히 술만 판매하는 매장이 아닌 술과 함께 먹을 수 있는 음식 등도 판매하고 우리나라의 술 문화도 알리는 복합문화공간 같은 매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
▷네이버 제안으로 출연했다. 네이버가 만든 SME(중소기업) 지원 프로그램이 있는데, 네이버가 SME 지원 홍보 수단으로 다양한 것을 만들었다. 그 중에 한 개가 TV 광고였다. 네이버가 스마트스토어 운영을 재미있게 잘하는 곳을 찾고 있었는데, 저희가 뽑혔다고 들었다.
광고에 누군가 한강주조 제품인 나루 생 막걸리를 저한테 던져주면 제가 그걸 받아서 먹는 장면이 나온다. 이 콘텐츠는 한강주조가 이미 만들어놓은 콘텐츠였다. 네이버 관계자가 이 영상을 흥미롭게 봤다며 광고 콘티를 새로 기획하지 말고 이 콘셉트로 하자고 제안해서 광고 콘셉트에 그대로 반영됐다.
-막걸리 사업하면서 겪었던 어려움은.
▷힘든 일이 있어도 힘들었던 일을 오래 기억하지 않으려고 한다. 쉽게 잊어버리려고 한다. 사업하는데 안 힘들 수 있을까. 안 힘들면 사업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힘들어도 재미와 의미를 찾으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머리카락은 자꾸 빠진다.
-예비 창업자를 위한 조언.
▷사회가 어떻게, 회사는 어떻게 돌아가는지, 회사 안에서 사람들은 어떻게 소통하는지 등을 창업하기 전에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회 경험을 많이 쌓으라고 말해주고 싶다. 사업을 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도 필요하다. 사회 경험, 각오 등을 먼저 한 후에 해당 시장 분석, 사업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사업 아이템 전망이 밝고 해당 산업군에 관심이 많아도 실제로 사업에 뛰어들었을 때 성공할 확률이 낮다고 판단되면 현실적으로 해당 아이템을 포기하는 게 현명하다고 생각한다.
-한강주조를 어떤 회사로 키우고 싶나.
▷단순한 술 제조를 넘어 한국 전통술을 즐길 수 있는 문화를 만드는 데 기여하고 싶다. 포도주 양조장(와이너리)은 보통 거대한 포도밭을 갖고 있고, 사람들이 와이너리에 와서 양조장 구경 등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 일례로 한강주조도 사람들이 와서 모내기, 벼베기 등 다양한 추억을 쌓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보는 것도 목표 중 하나이다.
※ 기사는 인터뷰 내용 중 일부로, 자세한 인터뷰 내용을 유튜브 ‘매경5F’에서 볼 수 있습니다.
※남돈남산은 많이 팔린 제품 등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협찬, 광고 등을 통해 나가는 기사가 아닙니다. 기자가 기업에 직접 접촉하고 여러 가지를 직접 취재한 후 공들여 쓰는 기사입니다. 자사 제품 중에 소비자에게 사랑받아 많이 팔린 제품이 있다면 제보해주셔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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