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풍향계] 기재부 vs 산업부 ‘국가전략기술’ 쟁탈전 3라운드 …이번엔 디스플레이

세종=윤희훈 기자 2022. 11. 12.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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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디스플레이 국가첨단전략기술 지정
세제 지원 확대 기대하는 업계…하지만 기재부는 부정적
“디스플레이, 수소 산업 전처 밟나” 우려 나와
LCD 패널. /LG디스플레이 제공

조세특례제한법상 ‘국가전략기술’ 지정을 놓고 벌이는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의 줄다리기가 수소 산업을 넘어 디스플레이로 확전됐다. 국가전략기술로 지정된 반도체와 이차전지와 함께 디스플레이가 최근 ‘국가첨단전략기술’로 지정되면서 디스플레이 업계에선 국가전략기술 지정을 통한 세제 지원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세제 주무부처인 기재부는 보수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국가전략기술로 지정된 산업이 늘어나면 그만큼 세수에 구멍이 발생해 국가 재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산업부는 디스플레이 업종이 내년에라도 국가전략기술로 지정될 수 있도록 협의를 계속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산업부 안에서도 ‘기재부의 입장이 완강해 국가전략기술 지정이 쉽지 않아 보인다’는 반응이 나온다. 중국의 기술 굴기로 지난해 디스플레이 세계시장 점유율 1위 자리를 내준 상황에서 “규제 완화·정책 지원으로 초격차 역량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며 정부가 ‘국가첨단전략기술’을 들고 나왔지만, 실질적인 정책 지원 없이 ‘말뿐인 성찬’으로 끝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지난해 말 양산을 시작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기반 'QD-디스플레이'(Display). /삼성디스플레이 제공

◇ 디스플레이, 반도체·이차전지와 함께 첨단전략기술 지목

국가첨단전략산업위원회는 지난 4일 반도체·이차전지·디스플레이 3개 산업의 15개 신기술을 국가첨단전략기술분야로 선정했다. 디스플레이 분야에선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및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을 국가첨단전략기술 분야로 지정했다.

당시 회의를 주재한 한덕수 국무총리는 “글로벌 기술 패권 격화 및 공급망 재편 움직임 속에서 첨단산업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며 “경제 도약을 이끌 국가첨단산업에 국가적 역량을 집중하고 육성전략을 본격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지정 업종에 대해 “교육, 세제지원 등 확실한 인센티브를 제공할 것”이라며 “투자환경을 위해 과감한 규제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한 총리의 세제 지원 약속에 업계에선 디스플레이도 반도체와 이차전지처럼 조세특례제한법상 ‘국가전략기술’로 지정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왔다. 조특법은 ‘국가전략기술’, ‘신성장·원천기술’ 등을 지정해 해당 기술의 연구개발이나 설비투자 시 세액공제를 부여한다.

현재 국가전략기술은 반도체·이차전지·백신 등 3개 분야만 지정돼 있다. 디스플레이는 신성장·원천기술로 속해 있다. 신성장·원천기술로 지정된 업종은 시설투자에 대해 3%(대기업 기준)의 세액 공제율 혜택을 받는다. 국가전략기술은 이의 두 배인 6% 세액 공제율 혜택을 받는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 7월 발표한 ‘2022년 세제개편안’에서 국가전략기술 대기업의 세액 공제율을 6%에서 8%로 올리겠다고 밝혔다. 정부안대로 세제개편안이 확정될 경우, 세제 지원 혜택 격차는 세배 수준으로 벌어지게 된다.

디스플레이 업계의 세제 지원 확대 목소리를 반영해 산업부도 기재부에 국가전략기술 대상 업종 확대 및 디스플레이 추가를 꾸준히 요구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달 27일 생중계로 진행된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세제 혜택을 과감하게 해주면 투자가 늘어나니까 정부도 손해 볼 게 없다”며 “기재부에 강력히 요청해서 세제 지원을 대폭 끌어내라”며 산업부의 편을 들기도 했다.

하지만 기재부 세제실은 디스플레이 업종에 대한 세제 지원 확대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현재로선 디스플레이를 조특법 상 국가전략기술로 포함시킬 계획이 없다”면서 “세제 지원 대상은 보수적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지원 대상이 하나둘 늘어나면 세수가 줄어 재정 적자가 커질 수 있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기재부에선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를 추진하는 상황에서 국가전략기술 지정 항목이 증가하면 세수가 예상보다 크게 감소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큰 것으로 전해졌다.

윤석열 대통령이 10월 27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생중계로 진행된 제11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 ‘새 정부 수소경제 정책 방향’서 사라진 ‘기재부’와 ‘국가전략기술’

업계에선 디스플레이가 국가전략기술 포함 대상으로 거론되다 무산된 ‘수소’ 산업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발표한 ‘2022년 경제정책방향’에서 “수소 관련 기술 등 국가 경제와 안보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는 기술을 선별해 국가전략기술로 지정하는 방안을 지속해서 검토하겠다”고 했다. 미래 산업 육성을 위한 국가전략기술 지정을 예고하면서 ‘수소’를 대표로 지목한 것이다.

하지만 해가 바뀌어도 수소 산업의 국가전략기술 지정은 이뤄지지 않았다. 정부가 지난 9일 미래 수소 경제 생태계 청사진을 담아 발표한 ‘새 정부 수소경제 정책 방향’에서도 국가전략기술 지정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오히려 주무를 맡은 산업부는 보도자료에서 “산업부, 환경부, 국토부, 과기정통부가 관련 정책 지원을 강화해 액화수소 생태계의 모범사례를 창출할 계획”이라면서 협업 부처에서 기재부를 제외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정책 지원에 소극적인 기재부를 협업 대상에서 배제한 것 아니냐는 해석까지 나온다.

시장조사기업 옴디아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 LCD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포함한 디스플레이 부문에서 매출 648억달러를 기록했다. 41.5% 시장 점유율로 한국(33.2%)을 제쳤다. 한국이 디스플레이 매출 1위 자리를 내준 것은 17년만이다. 중국 정부의 대대적인 지원이 디스플레이 세계 시장 판도를 바꿨다는 평가가 나온다.

디스플레이 업계에선 중국이 시장 진출을 급가속하는 상황에서 한국이 다시 우위를 찾아오려면 초격차 기술 확보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한국의 디스플레이 산업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마이크로LED와 나노LED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의 기술·시설 투자에 대한 정부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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