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뛰어! 점프!”… 3년 만에 뽑은 티웨이항공 승무원 훈련 보니
8주 훈련 수료하면 ‘정식 승무원’
국제선 늘리고 장거리 노선 취항
“뛰어! 점프!”
지난 11일 오전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티웨이 항공훈련센터’에서는 티웨이항공 신입 객실 승무원 훈련생들이 비상 탈출 훈련을 진행하고 있었다. 티웨이항공의 주력 여객기인 보잉(B)737-800 모형에 펼쳐진 슬라이드를 타고 차례대로 미끄러져 내려왔다. 높이 4.5m, 길이 6.5m로 실제와 똑같은 크기였다. 신입 승무원 훈련생들은 비상 상황이 발생했을 때 시각 장애인이나 거동이 불편한 승객은 어떻게 도울지 등을 실습했다.
유성환(28) 신입 승무원 훈련생은 “생각보다 슬라이드를 내려오는 속도가 빨라 놀랐다”며 “실제와 똑같은 환경에서 훈련해보니, 승무원으로서 비상 상황이 발생했을 때 승객을 잘 보호해야겠다는 사명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티웨이항공이 3년 만에 신입 승무원 90명을 채용하며 다시 날아오를 준비를 하고 있다. 티웨이항공은 코로나19 사태가 엔데믹(풍토병으로 바뀌는 것)에 접어들면서 해외여행 수요가 늘어나는 것에 맞춰 국제선 노선을 확대하는 한편, 대형항공사(FSC)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중·장거리 노선에도 신규 취항하고 있다.
티웨이항공이 올해 3년 만에 채용한 신입 승무원은 총 90명(여 77명·남 13명)이다. 채용 인원은 역대 가장 많은 수인데, 중·장거리 노선을 위한 에어버스(A)330-300을 도입하면서 필요한 승무원이 크게 늘었다. 항공업계에서 오랜만에 이뤄진 채용이다보니 채용 경쟁률은 100대 1이 넘었다.
신입 승무원 훈련생들은 지난달 8주간의 교육에 돌입했다. 기본 교육을 마치고 이번주부터 위험물 훈련, 보안 훈련 등을 받고 있다.
이날 티웨이 항공훈련센터 내 화재 진압실습실에선 신입 승무원 훈련생들이 여객기 내부에서 불이 났을 때 대응하는 방법을 배우고 있었다. 갤리(Galley·주방) 오븐이나 화장실, 승객 좌석·선반 등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대응하는 절차를 숙지하는 과정이다.
모형 객실 내부에선 실제로 연기가 쏟아져 나오고 불길이 치솟았다. 신입 승무원 훈련생들은 “화재 발생”이라고 외친 뒤 소화기로 진압에 나섰고 10여초 만에 불을 껐다. 교관이 대응 과정에서 미숙했던 점을 설명한 뒤 교대로 훈련이 이어졌다.
5300㎡(약 1600평) 규모의 티웨이 항공훈련센터는 2020년 5월 문을 열었다. 운항 중인 기체를 그대로 구현한 모형들을 갖춰 교육·훈련을 할 수 있다. 지난해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최초로 국토교통부 항공훈련기관(ATO) 인증도 받았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 티웨이항공이 채용을 중단하면서, 신입 승무원들이 항공훈련센터에서 훈련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신입 승무원 교육을 총괄하는 이지혜 티웨이항공 객실훈련팀 과장은 “항공훈련센터가 문을 연 뒤 첫 신입 승무원 교육”이라며 “뿌듯하기도 하고 현장에서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교육·훈련해야 한다는 책임감도 더 느낀다”고 했다.
신입 승무원 훈련생들은 8주 동안 승무원 매뉴얼부터 기내 서비스, 비상 장비 실습 등의 교육과 함께 매주 평가를 받는다. 100점 만점에 80점을 넘겨야 한다. 기준 점수를 넘지 못하면 재시험을 진행하고, 재시험에서도 떨어지면 승무원의 상징인 ‘윙(날개)’ 배지를 달 수 없다. 신입 승무원 훈련생들은 앞으로 기내 서비스 훈련과 체험 비행 등을 마친 뒤, 다음달 말부터 서울·대구·청주 등에서 정식 승무원으로 비행에 나설 예정이다.
박규리(24) 신입 승무원 훈련생은 “중학교 때부터 꿔왔던 승무원의 꿈을 곧 이룰 수 있어 벅차다”라며 “훈련을 잘 마쳐 현장에서 승객들의 안전을 책임지는 승무원 역할을 다하고 싶다”고 말했다.
티웨이항공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2년 동안 다른 LCC들과 마찬가지로 경영 실적이 크게 악화하며 어려움을 겪었다. 적자가 이어지면서 티웨이항공의 부채비율은 올해 상반기 말 기준 987.6%까지 뛰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 말 331.2%에 3배 수준이다.
티웨이항공은 국제선 여객 수요가 늘어나는 만큼 앞으로 실적도 나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티웨이항공의 지난달 국제선 여객 인원은 11만5815명으로 전년 동기보다 20배 많았다. 지난 9월보다도 2만명 이상 늘었다. 티웨이항공은 현재 16개인 국제선 노선을 다음달까지 28개로 확대할 계획이다.
티웨이항공은 특히 A330-300을 도입하면서 중장거리 노선에도 뛰어들었다. 지난 5월 인천~싱가포르 노선에 취항했고, 다음달 23일부터 인천~호주 시드니 노선에도 처음으로 여객기를 띄울 계획이다. 정홍근 티웨이항공 대표는 “최고 수준의 안전성을 바탕으로 합리적 운임과 서비스를 통해 장거리 노선 시장에 새로운 길을 개척할 것”이라며 “티웨이항공이 팬데믹의 터널을 지나 가장 높게 도약하는 LCC로 거듭날 수 있도록 체계적인 준비와 운영에 모든 역량을 쏟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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