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 시장 블랙홀 된 배달, 외식업자들은 ‘발 동동’
[스페셜 리포트]
서울 홍대 인근에서 작은 양꼬치 집을 운영하고 있는 구성재(40) 씨는 최근 평일 가게 문을 열지 못할 때가 많다. 코로나19 사태로 매장을 찾는 손님이 줄어든 때문도 있지만 더 큰 이유는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해서다. 약 3개월째 아르바이트생을 찾고 있는데 문의조차 들어오지 않는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구 씨는 “다행히 수업이 없는 주말에는 대학생 아르바이트생들이 있어 가게를 정상적으로 오픈하고 있지만 평일에는 일손이 없어 가게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음식점이나 카페 등이 최근 때아닌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쉽고 편하게 일할 수 있으면서 수익까지 쏠쏠한 배달 업무에 구직자들이 대거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엔데믹(주기적 유행) 시대를 맞아 사람이 많이 몰리는 홍대 인근의 음식점이나 작은 카페들은 최근 ‘일손’이 부족해 정상 영업을 하지 못하는 곳들이 많다. 구 씨는 “주변에 있는 작은 카페나 음식점들도 평일에 아르바이트생을 구하지 못해 아예 문을 닫는 곳을 흔히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대형 음식점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서울 압구정동에 있는 고깃집 삼원가든도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거쳐 최근 신관을 새롭게 오픈했다. 하지만 아직 정상 운영을 하지 못하고 있다. 내부 인테리어 등을 모두 완료해 손님 맞을 채비는 모두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삼원가든 측은 “내부 사정상 신관을 오픈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주변에서는 ‘사람’ 문제로 신관의 문을 열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 삼원가든 인근의 한 식당 관계자는 “(삼원가든에서) 수개월 전부터 신관에서 일할 직원들을 채용하고 있는데 아직도 구하지 못하고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통계청이 10월 18일 발표한 ‘2022년 상반기 지역별 고용 조사, 취업자의 산업 및 직업별 특성’에 따르면 음식점업의 취업자 수는 156만8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4만6000명 감소했다. 전체 소분류 업종 가운데 최대 감소 폭을 보였다.
대부분의 구직자들은 배달 일로 빠졌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수치로도 나타난다. 실제로 이번 통계를 보면 배달업 관련 종사자는 45만 명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예전만 하더라도 구직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던 외식업 아르바이트에 사람을 찾기가 어려워진 것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식당들의 영업 중단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사람들이 거리에 나오지 않자 식당들은 하나둘 영업을 중단하거나 내부에서 일하는 일손을 줄였다. 그 대신 식당이나 카페들은 매장 운영보다 배달에 주력하며 활로를 찾았다. 배달업계가 ‘대호황’을 맞이한 배경이다. 이런 상황에서 식당에 손님이 늘고 있지만 일손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
자연히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수많은 실직자 또는 구직자들이 배달 업무를 시작했다. 그리고 한 번 배달 업무를 경험한 수많은 ‘일손’들이 다시 식당에 돌아오지 않는 상황인 것으로 보인다.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 같은 현상이 벌어진 이유는 간명하다. 정해진 날엔 꼭 출근해야 하는 아르바이트와 달리 하고 싶을 때 일하고 돈도 음식점 아르바이트보다 많이 벌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배달이 서빙보다 노동 조건면에서 상대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주5일 8시간 일한다고 가정할 때 최저임금(9160원)보다 많은 1만원의 시급을 지급하더라도 음식점 아르바이트생들은 월에 200만원을 받지 못한다. 게다가 홀 서빙부터 설거지까지 다양한 해야 할 일 자체도 힘들다. 여기에 감정 노동은 기본이다.
한 외식업계 관계자는 “배달 일은 하루 8시간만 일하면 200만원이 넘는 돈을 쉽게 벌 수 있고 사람으로 인한 스트레스도 받지 않는다는 점을 알게 돼 구직자들이 대거 몰린 것으로 보인다”며 “배달 수요가 여전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향후에도 음식점 등에서 일손 구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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