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할 결심]⑨ ‘여의도 닥터둠’ 강영현의 경고 “이미 경기침체 국면, 3월부터 자본 손실 기업 살생부 돌 것”
“연준, 실물경제 타격 후 통화정책 전환 예상”
증시 반등 시 현금확보 전략 유효
강영현 유진투자증권 이사의 별명은 ‘강칠천’, ‘여의도 닥터 둠’이다. 지난해 미국 나스닥지수가 1만5000선까지 단숨에 달려갔을 때 시장이 과열됐다며 적정 가치는 7000(칠천)이라고 주장하면서 강칠천이 됐다. 올해 7월 코스피지수가 반등하던 시기에도 비관적 관점을 유지하면서 여의도 닥터 둠(1987년 뉴욕 증시 대폭락·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를 예견한 미 투자전략가 마크 파버의 별칭)이란 이름도 붙었다.
강영현 이사는 4분기부터 본격적인 경기 침체 국면이 시작됐다고 보고 있다. 시중에 풀린 유동성이 회수되면서 내년 3월까지 역실적 장세가 이어질 예정이며, 이는 크레딧 문제까지 번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강 이사는 나스닥지수 적정 가치를 여전히 7000선으로 보고 있으며, 증시가 반등할 타이밍에 최대한 현금을 확보하라고 조언한다. 다음은 일문일답.
- 성장주의 시대였다. ‘나스닥은 비싸다’고 말했던 근거는 무엇인가.
“나스닥 지수가 비싸다고 생각한 건 9700포인트부터였다. 나스닥 100지수가 1만6000선을 뚫었을 때에는 하늘이 내린 타이밍이라고 생각하고 인버스 상품에 투자했다. 당시에는 하락론자라고 비아냥을 듣곤 했다. 지난해 11월 11일, 딱 1년 후에 나스닥지수 1만1000포인트가 깨질 거라고 말했는데, 먼저 무너졌다.
유동성 장세에서는 주가수익비율(PER)이 전례없이 높아졌는데, 이게 잘못됐다고 생각했다. 시장에서 유동성을 흡수하니까 12개월 선행 PER이 더 좋게 나올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간 증시를 부양하던 요소들이 모두 없어졌으니까 경제가 더 나빠질 일만 남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올해 초만 해도 증권가 사람 중 90%가 위 방향을 보고 있었다. ‘원윳값만 내려가면, 공급망 문제가 해결되면’이라고 전제를 달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추세적 상승을 논했다. 내가 보기엔 이런 전망은 실현되기에는 어려운 지점이 더 많았다.”
-경기침체를 예상하는 근거는 무엇인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를 올려서 시중 유동성을 죄면 두 가지 방향으로 시장에 영향을 미친다. 첫 번째는 채권, 주식, 부동산 등 자산시장이다. 자산시장은 금리 조절에 바로 반응한다. 연준에서 금리를 올린다고 하니 주식, 부동산 시장이 하락하고, 채권시장에 자금이 돌지 않는다. 유동성이 줄어드니까 바로 멀티플 조정이 반영되는 시기다.
두 번째는 실물경제다. 돈이 돌지 않으니 기업 실적에도 영향을 미치는데, 자산시장과 달리 시간이 좀 걸린다. 래깅효과(원재료 투입 후 시차가 벌어지는 효과)와 비슷한데, 금리를 올리고 난 후 6~12개월 시차를 두고 시장이 위축되는 현상이다. 연준이 올해 3월부터 기준금리를 올렸으니 9월부터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셈이다. 내년 3월까지 역실적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기업 실적이 안 좋으니까 주가가 내려가는 정말 어려운 장세다.”
-경기침체 국면에서 어떤 일들이 나타날까.
“내년 3월부터 기업들의 크레딧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생존할 수 있는 기업은 살아남겠지만, 기초체력이 튼튼하지 못한 회사는 사라질 수 있다. 특히 증자, 채권 발행으로 생명을 유지한 회사들은 금융시장이 좋지 않으면 부도를 맞게 된다.
3월에는 정기 주주총회 시즌이니까 증시에서 퇴출 대상 상장사 명단도 돌 예정이다. 결산 후 자본금을 까먹은 상장사들을 모아서 살생부 명단이라고 공유될 수 있다. 현금흐름이 좋지 않은 회사, 주가 평가에 꿈, 희망을 갖다 댄 주가꿈비율(PDR)로 매겨졌던 기업들도 큰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
-연준의 통화정책, 언제 방향을 바꿀까.
“연준의 의지는 확고하다. 높은 임금을 인플레이션 원인으로 보고, 금리를 높은 상태로 유지해 실업률을 높이겠다는 거다. 쉽게 말해 임금을 많이 받으니까 집값도 높아지고, 모든 상품·서비스 가격이 오른다고 보고 있다. 돈을 못 버는 기업들도 미래가치를 담보로 투자받고, 비싼 임금을 지불하니 이를 뱉어내라는 의도다.
실물 경제에 큰 타격을 입어야 통화정책 방향도 바뀔 것으로 보고 있다. 10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2년 5개월 만에 가장 저조하게 나왔다. 제조업 경기가 꺾였다는 의미다. 금리인상 기조로 소비심리도 무너졌다. 결국 부채 상환능력, 가계소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러나 아직 고용시장이 멀쩡하니까 더 높은 금리를 유지하겠다는 것으로 해석한다.”
-시장을 비관적으로 보고 있는데, 투자 전략은 무엇인가.
“현금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달러, 원화 뭐든 자산의 50% 이상은 현금으로 갖고 있어야 한다. 시장이 반등할 때 현금을 확보하는 게 필요하다.
채권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하면 주식보다 나을 수 있다. 정말 투자해야겠다면 국채 중에서도 잔존만기(만기까지 남은 기간)가 긴 장기 국채가 괜찮다. 장기 국채의 경우, 듀레이션으로 가격 변동까지 반영할 수 있다. 해외 국채 투자도 유효하다. 다만 달러 투자이기에 헤지가 필요하다. 사려면 ETF 상품명 뒤에 헤지 표시인 (H) 붙은 걸 사야 한다.”
-마지막으로 투자자들에게 하고싶은 말은.
“‘희망은 전략이 될 수 없다’는 말을 하고 싶다. 여의도 안에서 비관론자라고 하는데, 시장이 투자하지 말라고 경고를 하니까 이를 말하는 것뿐이다. 지금은 고객들이 유튜브 보고 찾아와도 돌려보낸다. 은행 예금, 적금하는 게 더 낫다고 말하기도 한다. 증권사에서 15년 일했는데, 전문가들 경력이나 말에 휘둘릴 필요 없다.
나중에 유동성을 풀어주면서 주식도 하고, 자산도 매입하라고 할 때 투자하면 된다. 유동성을 조이는 시장에서 투자하겠다고 나서면 본인만 힘들어진다. 기회는 또 온다. 기회가 왔을 때 투자할 자금이 있어야 하는데, 지금 잃으면 나중에 투자할 수 없게 된다. 시장 방향에 역행하지 않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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