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리에 준비했던 스리백…월드컵에선 김민재 합류한다

김건일 기자 2022. 11. 12. 0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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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 출신 파울루 벤투 감독이 한국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을 때, 많은 축구인은 철학이 확고한 감독이라면서도, 결과가 나지 않았을 땐 '고집이 강하다'는 식으로 보일 수 있다고 걱정했다.

손흥민을 비롯해 김민재, 황희찬 등 해외파를 소집하지 못한 이날 경기에서 벤투 감독은 중앙 수비수 3명을 기용하는 스리백 전술을 꺼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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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재

[스포티비뉴스=김건일 기자] 포르투갈 출신 파울루 벤투 감독이 한국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을 때, 많은 축구인은 철학이 확고한 감독이라면서도, 결과가 나지 않았을 땐 '고집이 강하다'는 식으로 보일 수 있다고 걱정했다.

예상대로였다. 벤투 감독은 좀처럼 변화를 시도하지 않았다. 4-2-3-1 전형과 선발진은 사실상 고정이었다. 물론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선수 소집에 많은 제약이 생기면서 벤투 감독 나름대로 해결책을 찾은 것이라는 시선도 있었다.

지난 1월 손흥민이 부상으로 빠져 있는 상황에서 레바논, 시리아와 월드컵 최종 예선을 앞둔 벤투 감독은 변화를 선택했다. 4-2-3-1 전형에서 벗어나 최전방 공격수 두 명을 기용하는 4-4-2 전형으로 나섰다. 황의조와 함께 조규성이 투톱으로 나선, 벤투 감독의 시도였다.

11일 화성종합경기타운에서 열린 아이슬란드와 친선경기에서 벤투 감독은 또 다른 도전을 했다. 손흥민을 비롯해 김민재, 황희찬 등 해외파를 소집하지 못한 이날 경기에서 벤투 감독은 중앙 수비수 3명을 기용하는 스리백 전술을 꺼내들었다.

대부분 경기에 포백을 기반으로 뒀던 지난 경기들과 비교하면 큰 변화였다. 한국은 지난 2019년 호주와 경기에서도 스리백 전술을 썼다. 당시엔 김영권과 권경원, 그리고 김민재가 맡았다. 김영권과 권경원 두 명이 이날 경기에서도 두 자리를 맡은 가운데 김민재가 빠진 자리엔 박지수가 배치됐다.

이날 경기가 월드컵을 앞두고 마지막 평가전이라는 것을 고려했을 땐 더욱 파격적이었다. 상대 팀이었던 아르드나르 비다르손 아이슬란드 감독은 "기존과 다른 전술이었기 때문에 완벽한 경기력을 펼치기엔 어려웠을 것"이라면서도 "월드컵을 앞두고 마지막 경기에서 실험한 것을 보면 벤투 감독이 굉장히 용감했다"라고 치켜세웠다.

보는 이들에겐 생소했지만, 알고 보면 준비돼 있는 전술이었다. 벤투 감독은 경기가 끝나고 기자회견에서 "스리백을 쓸 좋은 타이밍이라고 생각했다"라며 "실전이 많지 않지만 경험이 있다. 소집 때 연습도 했다"라고 밝혔다. 전술 변화가 불가피했던 것을 두고 손흥민이 부상으로 빠져 있고, 월드컵에 출전이 불확실하다는 것을 대비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에는 "아니다. 오늘 전술은 손흥민과 관계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한국은 본선에서 우루과이, 포르투갈, 그리고 가나와 16강을 놓고 경쟁한다. 우루과이와 포르투갈은 월드컵 우승 후보로 꼽히는 강호, 벤투호가 월드컵 최종 예선 등에서 상대 했던 아시아 권역 팀들과 비교했을 때 전력이 하늘과 땅 차이다. 지난 6월 브라질과 평가전에서 포백과 함께 빌드업 축구로 나섰다가 1-5 대패하자, 벤투호가 강팀을 상대론 다른 전술을 펼쳐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날 경기에서 김영권, 권경원 그리고 박지수, 조유민 등이 이룬 스리백은 생소한 전술이라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아이슬란드 공격진에 좀처럼 슈팅 기회를 내주지 않았다. 본선에선 이탈리아 세리에A에서 주가를 높이고 있는 김민재가 합류하기 때문에 더욱 안정적인 수비와 함께 경기 장악 능력을 끌어올릴 것이라는 기대가 가능하다.

벤투 감독은 "월드컵에서 전술을 하나만 쓸 가능성은 적다. 현재 포커스는 각 경기를 분석해서 선발과 최적의 전술을 준비하는 것"이라며 여지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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